이승호 에바다 정신건강클리닉
며칠 전 한 아동의 어머니가 들려 준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미국에 온지 4개월 된 아동은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 적응도 순조로워 보였고 잘 놀고 해서 어머니는 미국 학교 적응을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별 생각없이 “요즘 미국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지?”라는 질문에 아동이 너무 큰 소리를 내며 울어서 당황을 했다고 한다.
어른도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아가야 할 때 큰 두려움과 막막함 등의 힘든 부분이 있을 수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자기 나름의 해결할 수 있는 힘들이 있고, 방법 또한 찾아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들은 자기 내면의 속상함을 표현하고 풀어나가는 것에 많은 어려움들을 가지고 있다. 이 어머니의 자녀도 새롭게 변화된 미국이라는 환경 속에 적응해 나가면서 언어적인 제약,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두려움, 불안 등 많은 속상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꼈을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내면 속에서 깊게 쌓여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힘든 점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힘이 든 상황 속에서 아동의 속상함을 수용해주는 질문에 그간 속상했던 감정들이 울음으로 표현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일상에서 면밀하게 아동을 살피지 못하였을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은 문제 행동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동이 문제 행동을 보여 소아정신과에 내원하신 어머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가 왜 이런 문제 행동을 보이는 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아동의 심리적 상태를 예민하게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단순히 왜 우리 아이가 매사 부정적이고 짜증을 내는지, 갑자기 공격적이고 산만하게 변화가 되었는지, 왜 유치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엄마와 분리되는 것에 힘들어 하는지 등등에 대한 불만만 토로 하시는 경우가 있다.
사실상 아동의 힘든 증상에 대해서는 생물학 원인, 기질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 등으로 정확하고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질적으로 까다롭고 예민하여 고집이 센 아동을 둔 부모가 아동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동이 부모의 권위를 침범한다고 생각하여 윽박지르거나 부모의 권위와 파워로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아동의 내면에는 억압된 분노가 쌓이게 되고 더욱더 공격적 행동을 보이고 고집을 부리거나 반대로 위축되어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아동이 지나치게 산만하며 틱 증상, 강박적인 행동, 특정 학습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생물학적인 문제들은 부모가 주변 환경과 양육 태도를 수정하여 아동을 변화시키고 치료되게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생물학적인 원인의 경우 소아 정신과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심리치료, 약물치료적 접근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문제 행동의 환경적 원인은 많은 예가 있겠지만 부모의 양육태도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욕구나 감정읽기에 무관심 했던 부모, 지나치게 아이의 상태에 예민해하고 불안해하는 부모, 아이가 원하는 것에 무조건 수용해주고 규칙이나 규정을 가르쳐 주지 못한 부모, 부모 자신의 기준에 아동이 무조건 따라주기만 바랬던 부모 등 이러한 부모자녀 관계가 아동의 문제 행동의 원인으로까지 연결되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가 문제없이 평안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바람과는 달리 아동들은 편안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소아 정신과에 내원한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아동의 문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함과 동시에 부모님들이 아동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왜 아동이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하시는 것을 자주 본다.
아동들은 자신의 속상함이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것을 표현하기 힘들어 한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아동의 힘든 부분에 대한 원인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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