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최현석 김호준 기자= 한국 경제가 9월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채권투자에서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퍼져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은 1,100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주식시장은 국내외 경기상황에 따라 상승탄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경제는 일제히 흔들리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사라지지 않는 금융위기설
금융위기설의 핵심은 오는 9월에 만기를 맞는 외국인보유 채권이 많다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외국인들이 일시에 한국에서 빠져나갈 경우 환율과 금리가 올라가고 금융기관과 일반기업들이 부도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9월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국은행은 최근 밝혔다. 9월에 만기를 맞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67억1천만달러로 지난 5월 조사 당시의 84억달러에 비해는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9월중 만기가 되는 채권의 대부분은 재투자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그 이유로 ▲차익거래 유인이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됐고 ▲외은지점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의 환원으로 채권투자 주체가 외국인에서 외은지점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금공급으로 투자은행들의 단기자금 사정이 호전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해외 경제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이 일시에 채권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런 불안감 자체가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외국인들의 투자흐름을 세심히 모니터링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 환율 불안 심각해질 가능성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을 향한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를 끌어올리고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뿐아니라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에 가입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28일 1,006.00원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 달 새 80원 이상 급등했다. 9월에도 환율하락 요인보다는 상승요인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7월 경상수지가 24억5천만 달러 적자를, 자본수지가 57억7천만 달러 유출초과를 기록하는 등의 대외불균형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환율에는 부담이 된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다음 달 둘째 주에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집중돼 있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환율은 1,100원대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중순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 발표 이후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선물환 거래 관련 은행들의 외화자금 미스매칭이 심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환율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환율 등 금융불안이 장기화되고 경제 펀더멘털까지 훼손되고 있어 원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당국의 여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힘든 한 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주식시장 ‘불안 불안’
코스피지수가 1,400대로 주저 앉은 주식시장은 9월에도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전망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데다 미국발 신용위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가산금리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폭이 커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문제도 관건이라며 최악의 경우 두 기관이 국유화되거나 이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고 경기저점이 다가오고 있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 부담 완화, 미국 증시 반등, 국내 경제성장률 4분기 저점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은 3분기 말 혹은 4분기 초에 바닥권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 경기 둔화도 ‘직격탄’
국내 경기도 고유가 및 미국, 유럽 등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분기 때 수출호조와 세금환급 조치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3.3%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금 환급 효과가 사라지면 4분기에는 성장세가 다시 수그러들어 0%대로 떨어질 거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올림픽 이후 투자와 소비가 가라앉고 물가가 치솟는 `이상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두자릿 수의 성장률로 고속 질주해왔던 중국 경제도 내년에는 성장률이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경제 역시 휘청거리고 있으며 유럽 경제의 2분기 성장률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경기둔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경기의 위축은 국내경기에 타격을 준다.
7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6개월째 하락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에 육박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미 GDP 성장률은 1분기 5.8%에서 2분기 4.8%로 급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3.9%까지 추락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경기 둔화 여파가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까지 파급되면 이는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경기둔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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