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아마추어에서 우승, 타이거 우즈의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깨뜨린 대니 리는 우즈를 만나면 “우리 친구하자”고 하겠단다.
US아마추어 우승을 확정지은 버디펏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대니 리.
우즈에게 “친구해도 돼요?”
“‘친구해도 돼요’라고 물어볼 거예요”
역시 요즘 젊은이들은 거침이 없다. 당돌하면서도 솔직하고 신선하다. 지난 주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의 파인허스트 넘버2 코스에서 펼쳐진 세계 최고권위 아마추어 골프대회 제108회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한인으론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뉴질랜드 출신 대니 리(18, 한국명 이진명)군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도 US오픈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같은 조로 라운딩 할 수 있는 ‘특권’을 얻은 그에게 우즈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생각이냐고 묻자 대뜸 “우리 친구해도 되요”라고 물어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우상이자 세계 골프 지존인 우즈를 만나면 기쁘고 흥분될지언정 주눅들 이유는 전혀 없다는 자세였다.
그는 또 우즈에게 스윙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겠다는 계획도 털어놨다. 우즈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니 가르쳐줄 때까지 따라다니며 매달리겠단다.
이번 US아마추어에서 그가 우즈의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깨뜨린 뒤 골프위크지 커버페이지에는 ‘비켜라, 타이거(Move Over, Tiger)’라는 제목과 함께 양손을 치켜든 대니 리의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등장했다. 이제 ‘황제’는 이래저래 당돌한 ‘새끼호랑이’를 쉽게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은 26일 전화로 가진 대니 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축하한다. 얼마나 큰 일을 해냈는지 실감이 나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흥분됐고 재미있었다.
-지난 10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다고 들었는데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좋은 성적을 기대했었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기대했었다.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10주 연속으로 대회에 나간 것은 힘들었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더 잘했다.
-우즈의 최연소 우승기록을 깨뜨렸는데.
▲그건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놀랐고 또 그것 때문에 그와 함께 라운딩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너무나 흥분된다.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자 롤 모델이다.
-장래 계획은. 올해 Q스쿨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PGA투어에서 뛰고 싶다. 대학에도 가고싶고…. Q스쿨에 갈 생각도 있기는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뉴질랜드에는 언제 이민 갔나. 가족소개를 해달라.
▲11세 때였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 민욱(17)이 있다. 골프는 티칭프로이신 어머니께 배웠다. 내 스윙은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다. 동생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지난 2005년 US오픈 챔피언 마이클 켐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공교롭게도 우승한 코스가 모두 파인허스트 넘버2다. 뉴질랜드에서도 반응이 뜨거울 것 같은데.
▲우승한 뒤 뉴질랜드에서 계속 전화가 걸려와 하루 종일 인터뷰만 했다. 부모님께 전화해보니 대단하다고 한다. 오늘 밤 돌아가는데 공항에서부터 어떨지 걱정이 된다.
-굉장히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인데 부모님 가운데 누굴 닮았나.
▲아무도 안 닮았다. 부모님은 모두 점잖은 분들이시다.
-PGA투어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프로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많은 걸 배웠다. 프로들은 잘 치려고 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으려는데 주력한다는 걸 알았다. 예를 들어 나는 버디를 잡으려고 하지만 그들은 파를 지키려고 플레이한다.
-내년에 타이거 우즈와 US오픈에서 함께 라운딩하게 됐다.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우리 친구해도 돼요’라고 물어보겠다. 또 스윙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겠다.
-우즈가 ‘내 기록을 깬 선수에게 가르칠 게 없다’고 거절한다면.
▲가르쳐줄 때까지 매달리겠다.
지난 5월 미국에 건너와 샌디에고에서 JR사우스베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부모님 친구 심원석씨의 도움으로 올 여름을 미국에서 보낸 이군은 어쩌면 아마추어 골프역사상 최고의 여름을 보냈다. 3주전 아마추어 대회 랭킹 2위 대회인 웨스턴 아마추어에서 우승한 뒤 스폰서초청으로 나선 PGA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프로들과 겨뤄 공동 2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곧바로 지난주에는 최고 아마추어대회인 US아마추어에서 만나는 상대들을 마치 불도저로 밀어버리듯 일방적으로 쓸어버리고 영예의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지금 그는 골프위크 선정 세계 아마추어랭킹에서 랭킹포인트 6,632.0점으로 2위(4,888.5)와 무려 1,743.5점이라는 엄청난 간격을 유지하며 1위에 올라있다. 또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는 내년 매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세계 골프 메이저대회 초청권을 얻어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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