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둘러싸고 미국 미디어는 맑은 공기, 식수(植樹), 교통 혼잡 해소 등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중국인들의 지대한 노력에 자주 집중했다.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외국인들에게 친절할 것을 계몽했다.
중국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자 했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없애버렸다. 그렇게 못하면 감추었다.
긍정적인 일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미디어는 또 그 노력의 부정적인 면도 보도했다. 역사 깊은 동네들을 없애 버린 일들이 자주 거론되었다. 개막식에서 노래할 어린 소녀가 못 생겼다고 대신 예쁜 소녀를 앞 세워 입만 놀리게 한 일도 물론 거론되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대개는 외부에 드러나는 자신의 인상에 신경을 쓴다. 몸매에 대한 집착의 경우 많은 10대 소녀들은 너무 심해서 굶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싼 옷과 액세서리가 마치 주체성의 척도인양 그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 경우는 흔치 않은 전산학 교수로 고급 인력이라는 자부심을 은연 중 드러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특히 교수라는 직업은 그 장점의 하나가 허술한 옷차림을 용서받는 것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나라를 잘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어떤가? 사람들은 내가 외국 손님을 맞는 경우 미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쓸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글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오하이오의 도시 신시내티를 잘 보이려고 애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처럼 덩치 큰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한 사람이 조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통찰력 있는 미국 방문자라면 미국엔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서로 뗄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 설켜 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이것, 저것이라 떼어 놓고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기가 힘들 정도로. 미국은 추하다. 미국은 아름답다. 미국은 그 둘 다다. 그것이 바로 미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이미지인 것 같다.
나는 가끔 내 스스로에 대해 놀란다. 사람들이 미국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 에는 대단히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맞아 서울에 살던 2001년에 부모님을 한국에 초청했었다. 처음 태평양을 건너시는 분들께 애써서 일등석 비행기 표를 사 드렸다. 열흘 정도 머무시는 여정을 일찌감치 완벽하게 계획했다.
오시기 전에 한국에 대한 사진첩을 보내 드렸고 간단한 한글 공부법을 쓴 편지도 보내 드렸다. 처가의 도움으로 강남의 최고급 호텔도 예약했다. 기차를 타고 경주에 가서 불국사를 보여드렸고 인사동에도 갔다. 용평 스키장에도 갔었다.
때 마침 개항한 인천 공항의 규모에 놀라셨던 부모님은 계속된 여정을 아주 흡족해 하셨다. 서울 하이웨이 주변의 나무를 보시고 감탄하셨고, 보도에까지 진열된 수없이 많은 신발들을 보고 신기해 하셨고, 올림픽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셨다. 그 모습에 나는 힘이 솟았다. 참으로 ‘자랑’ 스러웠다.
하지만 남대문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리면서 땀을 뻘뻘 흘리실 때, 전철에서 미친 사람이 다가와 막무가내로 떠들어 댈 때, 교통 혼잡으로 차가 한참 꼼짝하지 않을 땐 ‘창피’하기조차 했다.
왜 그랬을까? 내 주머니 속에 1년짜리 대한미국 노동비자(방문교수)가 있었는데 그게 나를 1년 짜리 한국인으로 만들었던 걸까? 물론 그건 우스갯소리일 뿐, 내 자신을 한국인이라 느낀 적은 없다. 다만 한국이 내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를 많이 바랬었다. 물론 내 친구들에게도.
마치 여자 친구와 함께 걸을 때, 사람들이 여자 친구를 멋있고 섹시하게 봐주기를 바라면서 그토록 멋있는 여자가 매혹될 만큼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임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한국이 바로 그 여자 친구일까? 내가 그 아름다운 나라와 조금이나마 관련되어 있음을 자랑했던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그건 옳은 일이었을까? 아니면 내게 어떤 정신적 결함이 있었던 걸까? 한국과 한국문화 때문에 속 태운 일도 참 많았었는데.
뭐라 단언하기가 힘들다. 다만 지난 달, 우리 학교에 새로 생긴 ‘초급 한국어’ 정규강좌 포스터를 내 사무실 문에 붙일 때도 나는 그저 자랑스러울 따름이었다.
케빈 커비
북켄터키 대학 전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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