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팡파레를 울린 메이저리그 농사가 벌써 가을걷이 준비에 들어갔다. 한달 남짓이면 정규시즌 끝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한 각 디비전의 선두다툼은 점입가경이다.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의 LA 에인절스와 같이 사실상 PO행 티켓을 손에 넣은 팀도 있지만 나머지 디비전의 티켓 향방은 앞으로에 달렸다. PO행 티켓은 모두 8장이다. 그중 6장은 디비전 1위에게 주어진다. 나머지 2장은 양대리그에 한 장씩 와일드카드로 할당된다. 26일 현재 리그별, 디비전별 판세를 점검한다.
◆아메리칸리그(AL) 양키스와 레드삭스, 레이스 돌풍 꺾을까
▶이스트 디비전 = 그것은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었다. 시즌 초부터 불어닥친 탬파베이 레이스는 바람몰이는 끝나겠지 끝나겠지 하는 바깥사람들의 생각을 비웃듯 아직도 진행형이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험한 곳으로 꼽히는 AL 이스트 디비전에서 당당 1위(79승51패, 승율 60.8%)다. 월드시리즈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76승55패, 승율 58%)는 3.5게임이나 처진 2위다. 월드컵 축구의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우승후보란 수식어가 거의 항상 따라붙는 뉴욕 양키스(70승61패, 승율 53.4%)는 레이스와의 격차가 9.5게임이나 된다. 레이스가 작심하고 죽을 쑤지 않는다면 플레이오프 직행권을 넘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레이스의 질풍노도 호성적을 두고 지난 시즌까지 쓴 데블레이스란 이름을 빗대어 악마(데블)를 떼어내니 펄펄 난다는 우스개성 풀이까지 나돌 정도로 레이스의 위세는 대단하다. 4, 5위를 달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68승63패)와 볼티모어 오리올스(62승70승)는 올해도 가을풍년을 단념하고 기약없이 내년 이후를 기약하는 신세다. 화이트삭스와 트윈스, 박 터지는 2파전
▶센트럴 디비전 = 시카고 화이트삭스(76승56패, 승율 57.6%)와 미네소타 트윈스(74승58패, 승율 56.1%가 2게임 차이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1패-3연승-3연패(도합 3승4패)로 아쉽게 졌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64승67패로 승율(48.9%)이 반타작에도 미치지 못한 3위다. 1위를 넘보기는 거의 틀렸고(11.5게임 차이) 반게임 차이로 뒤쫓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64승68패, 승율 48.5%)에 잡히지 않을까 걱정되는 처지다. 초반 한때 선두권을 달렸던 캔사스시티 로열스(56승76패)는 맡아놓은 꼴찌나 다름없다. 에인절스 100승, 매리너스 100패 이룰까
▶웨스트 디비전 = 2002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LA 에인절스의 독주를 막을 적수가 없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먼저 80승(51패) 고지에 올랐다. 정규시즌 레이스만 보면 2002년보다 낫다. 팀 창단 이래 최상의 페이스다. 2위 텍사스 레인저스(65승68패)와는 16게임, 3위 오클랜드 A’s(60승72패)와는 20.5게임 차이로 앞섰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100승 고지 돌파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A’s는 전반기 중반까지 그럭저럭 선두다툼에서 빠지지 않는 듯했으나 올스타 브레익이 가까워지면서 미끄럼을 타더니 후반기에는 사나흘 걸러 한번 이기는 것도 감지덕지일 정도로 부진, 바닥권으로 처졌다. A’s는 요즘 PO행 욕심을 접고 신인들을 수시로 기용하는 등 미래를 위한 실험구단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에인절스의 맹위와는 정반대로 시애틀의 날개없는 추락 역시 ‘거꾸로 돋보이는’ 대목이다. 50승82패로 잘하면(?) 100패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매리너스의 부진이 계속되자 야구계 일각에서 간판스타 이치로 스즈키에 의존도를 줄이는 고강도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팀이 죽을 쑤니 야구천재 이치로마저 구세주가 아니라 천덕꾸러기 같은 눈총을 받는 것이다. 성적에 웃고 성적에 우는 스포츠판 생존법칙에서 보면 가혹하다고만 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내셔널리그(NL) 필리스 선두질주, 브레이브스 꼴찌 모면
▶이스트 디비전 = AL 이스트 디비전에 탬파베이 레이스의 돌풍이 있다면 NL 이스트 디비전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돌풍이 거세다. 73승59패(승율 55.3%)로 2위 뉴욕 메츠(73승60패)를 5게임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지키고 있다. 동부의 우등생이라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58승74패)는 승율 43.9%의 흉작에 허덕이며 플로리다 말린스(67승65패)에 이어 4위로 미끄러졌다. 몬트리올에서 워싱턴으로 이사한 워싱턴 내셔널스(47승85패)가 더 못한 덕분에 브레이브스는 꼴찌만은 면했다. 컵스와 브루어스, 쌍심지 켜고 선두다툼
▶센트럴 디비전 =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불꽃튀는 곳이다. 시카고 컵스(82승50패, 승율 62.1%)와 밀워키 브루어스(77승55패, 승율 58.3%)가 1장뿐인 PO행 직행권을 차지하기 위해 판돈을 펑펑 써가며 전력보강에 열을 올렸다. 전반기 막판에 브루어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사이영상 2회 수상자 CC 사바티아를 들어앉히자 컵스는 오클랜드 A’s에서 리치 하든을 영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홈팬들의 열성도 대단해 두 팀의 구장은 거의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둘의 치열한 싸움 등쌀에 이곳의 터주대감 노릇을 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73승60패)가 3위에 처져 왜소하게 보일 정도다. 이밖에 휴스턴 애스트로스(66승66패)가 4위, 신시내티 레즈(58승74패)가 5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57승75패)가 6위다. D백스와 다저스 양파전에 로키스도 군침
▶웨스트 디비전 = AL 웨스트를 LA 에인절스가 호령하듯이 NL 웨스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68승64패, 승율 51.5%)가 지배하는 양상이 몇달동안 지속됐다. 이제는 아니다. LA 다저스(65승67패, 승율 49.2%)가 바싹 추격했다. 최근에는 금방 원위치로 되긴 했지만 다저스가 선두를 차지한 적도 있다. 조 토리 감독이 이끄는 다저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 매니 라미레스를 영입하는 등 올해만은 포스트 시즌까지 살아남아 대형사고를 치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지난해 NL 챔피언을 차지했던 콜로라도 로키스(62승71패)는 시즌 초 한참동안 헤매다가 전반기 끝물부터 꾸역꾸역 저력을 발휘하더니 어느덧 선두권 꽁무니가 보이는 3위로 올라섰다(D백스와 6.5게임차, 다저스와 3.5게임차). 로키스는 작년에 슬렁슬렁 출발했다 시즌 막판에 파죽지세 연승행진을 거듭하며 PO행 열차에 탑승한 터라, 최근 슬슬 오름세인 것을 두고 또 올해도 뭔가 해내지 않나 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58승73패, 승율 44.3%)가 4위로 내려앉더니 아예 끈끈이를 붙였다. 베이브리지 너머 A’s와 마찬가지로 자이언츠도 가망없는 올가을 풍년을 포기하고 새 선수들을 기용폭을 넓히는 등 내년 이후에 대비한 농사에 들어간 양상이다. 샌디에고 파드레스(50승82패)가 자이언츠의 꼴찌추락을 막아주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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