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부진 A’s, 쾌속항진 에인절스에 승리
25일 애나하임 경기서 ‘날개’ 묶으며 2대1
------------------------------
25일(월) 초저녁에 애나하임의 에인절 스테디엄에서 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A’s가 겨루기에 들어가기 이전까지 두 팀의 키재는 하나마나인 듯했다. 에인절스는 79승50패로 팀 창단이래 최고성적으로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에서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을만치 까마득한 선두, 게다가 홈구장이었다. A’s는 59승71패로 같은 디비전에서 한참 처진 3위, 게다가 원정구장이었다.
선발투수 포석만 봐도 에인절스의 끗발이 훨씬 셌다. 에인절스가 내세운 우완투수 제럿 위버는 이미 10승(9패)을 올리고 A’s를 제물로 11승에 도전한 터였다. A’s의 댈러스 브레이든은 마이너와 메이저 마운드를 오가며 꼬깃꼬깃 3승3패를 챙긴 1년차 같은 2년차였다.
에인절스가 워낙 잘하고 있으니 월요일 저녁인데도 경기장엔 3만9,584명(수용인원의 87.7%)이나 몰렸다. TV화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응원하러 나왔다기보다 늦여름 더위를 피해 놀러나온 사람들 같았다. 거개들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A’s가 이겼다. 1등의 텃밭에서 1등을 아슬아슬 1점차 승부(2대1) 끝에 이겼다. 쾌감이 더 클 수밖에.
브레이든을 비롯한 A’s 투수 셋이 이날 너무 잘 던졌다. 말그대로 에이스들답게 던졌다. 브레이든은 7이닝동안 볼넷 하나 없이 산발 7안타를 맞으면서 1점만 내줬다. 공은 82차례 뿌렸고 그중 53개는 스트라익이었는데 삼진은 한명도 잡지 못했다. 흉이 아니다. 7이닝동안 공을 82번만 던졌다는 건 그만큼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는 뜻이다. 삼진 하나 없으면서도 1실점밖에 안했다는 것 또한 피칭의 효율성(나아가 수비의 탄탄함)을 대변한다. 브레이든의 방어율은 4.13으로 낮아졌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이 디바인은 8회말을 무안타 무실점 2삼진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시즌 6번째 홀드를 기록했고, 9회말에 출격한 브랫 지글러도 0안타 0실점으로 봉쇄해 시즌 5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디바인의 방어율(0.83)도 지글러의 방어율(0.40)도 0점대에 머물고 있다. 팀성적이 그 모양이어서 그렇지 다른 데 같으면 꽤 표가 났을 호투 연속이다.
야구가 아무리 투수놀음이라고 해도 투수 셋 합작호투가 승리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점수따기를 막아내는 데서 중심역할일 뿐이다. 아무리 잘 던져도 수비가 불안하면 별별 점수 다 내준다. 야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투수들은 힘받는다.
이날 밤 A’s 야수들의 수비력도 일품이었다. 수비시범도 실은 브레이든이 먼저 했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 날쌘돌이 숀 피긴스는 2루를 훔치기 위해 수시로 들락날락 드레이든의 신경을 건드렸다. 브레이든은 짐짓 모른 척하다 번개처럼 돌아서며 견제, 피긴스를 솎아냈다. 그래도 에인절스의 기회는 이어졌다. 후속타자 에릭 아이바르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그 역시 발빠른 주자였다. 마크 테셰이라가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된 뒤 토리 헌터가 좌전안타를 치자 스타트도 빨리 끊은 아이바르를 볼것없이 2루 돌아 3루까지 뛰었다. 그러나 좌익수 잭 커스트의 잽싼 포구와 더 잽싸고 정확한 송구능력을, 그는 3루 근처에 가서야 아프게 깨달았다. 아웃. 에인절스는 1회말에 안타를 셋이나 치고 1점도 내지 못했다. 거꾸로 3안타를 맞고도 살아난 드레이든은 이후 몰라보게 더 살아났다.
에인절스의 주특기인 달리는 야구는 3회말에도 기회와 좌절을 맛봤다. 도상에서 포획된 제물은 또 피긴스였다. 그를 사로잡은 이는 A’s의 안방지기 커트 스즈키였다. 1사후에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피긴스는 아이바르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투아웃 1루상황이 되자 당연히 2루 훔치기를 감행했다. 스즈키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2루로 총알구를 날려 피긴스를 잡아냈다.
브레이든의 공에는 더 힘이 실렸다. 각은 더 예리해졌다. 초장에 세차례나 된서리를 맞은 에인절스를 이후부터 달리는 야구를 시도하지 못했다. 에이스의 밥 게런 감독은 우리 수비가 덤으로 엑스트라 아웃을 셋이나 잡아줬다. 댈러스가 한이닝을 더 던진 셈이 됐다고 좋아했다. 두 번이나 횡사한 피긴스는 첫 번째 자신을 옭아맨 브레이든의 견제구에 대해 내가 정말 잘 움직였는데, 그가 그런 걸 갖고 있는지 몰랐다.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에인절스의 선발투수 위버도 잘 던졌다. 7이닝동안 3안타 2볼넷에 2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 사이에 삼진은 8개나 낚았다. 그러나 그 3안타에 아주 야무진 것 한방(3회초 대릭 바튼의 솔로홈런)이 들어 있고, 4회초엔 프랭크 토마스에게 볼넷을 내주고 잭 해나핸에게 2루타를 맞아 2사 2, 3루 상황에서 와일드 피칭으로 느림보 토마스의 완행걸음 홈 파고들기를 막지 못했다. 토마스는 사실 해나핸의 2루타가 중견수 뒤 펜스 앞까지 굴러간데다 2사후 상황이었으므로 마땅히 홈까지 치달았어야 하나 원래 발이 느린데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뒤뚱뒤뚱 3루에서 멈춰선 터였다. 에인절스는 6회말 마크 나폴 리가 홈런을 쳐 영패를 모면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