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융팀=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다.
외환당국은 가파르게 올라가는 환율을 붙들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시장에 개입하면 외환보유액만 축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면서 적절한 `국면전환’ 시점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훌쩍 넘어 1,150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원화 전방위 약세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0.50원 급등한 1,089.40원으로 마감됐다.
환율이 지난 달 28일 1,006.00원에 비해 한 달 새 80원 이상 급등하면서 3년9개월 만에 1,08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은 지난달 28일 이후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당국의 방어선으로 인식되던 1,050원이 돌파된 21일 이후로는 하루 평균 10원 이상 급등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이 지난달 15일 1.60달러 선을 고점으로 찍고 급락하는 등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원.달러 환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면서 100엔당 1,000원대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13.10원 급등한 992.90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일 927.50원에 비해서는 100엔당 65.40원이 급등했다.
위안화에 대해서는 작년 10월 말 이후 10개월 간 약세를 지속하면서 24% 가까이 평가절하됐다.
원화가 달러는 물론 아시아 통화 등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는 것은 유가 상승에 취약한 경제 구조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외화 공급이 부족한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당국 개입도 무용지물
원화 가치가 전방위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당국의 개입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달 들어 당국이 80억달러 가량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환율의 상승 기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국제유가도 안정되고 있어 당국이 달러화 매도개입에 공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의 국정감사와 9월 외화 유동성 위기 가능성 등도 개입을 자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으로 인식되는 2천100억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다 유로화와 엔화 등의 약세로 외환보유액 평가액이 감소하고 있고 9월 대란설을 앞두고 있어 당국이 개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외환보유액을 더이상 소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이전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금융시장이 어려워지면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움직일(줄어들) 수 있다면서 국가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외환당국의 달러투입은 이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
◇ 환율 당분간 오를 일 밖에 없어
국내외 여건상 환율은 당분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 글로벌 신용경색, 달러 강세라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달러 기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달러가 빠져나갈 이유는 많지만 들어올 이유는 적다면서 일본, 유럽 등의 경기둔화로 달러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상승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환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졌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환율 상승은 국제 금융불안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어서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다만 급격한 쏠림현상이 계속되면 그때는 정부도 대규모 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은 3분기 고점을 찍고 4분기에 도달하면 지금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 1,150원까지 오른다
환율이 1,150원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환율이 계속 올라간다는 심리가 굳어진 것 같다며 1차 저항선인 1,050원이 뚫렸기 때문에 2004년 당시 외환당국의 방어선이었던 1,140~1,15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시장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실장도 최근 상승세를 봤을 때 1,1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일단 고점을 찍은 뒤에는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9월 외국인의 채권만기 도래 및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설 등으로 심리적인 요인이 가세하면서 과도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8월 들어 안정된 국제유가가 4분기 무역수지에 반영되고 10월부터 외국인의 채권만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부터는 환율이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환율이 또다시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