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브룩스는 심리학자 리차드 니스벳 박사의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닭, 소, 건초의 그림을 미국인에게 보이고 서로 관계되는 두 개의 그림을 고르라고 하였더니 닭과 소를 골랐다. 닭과 소는 동물이라고 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그림을 동양인에게 보이고 관계되는 그림 둘을 고르라고 하였더니 대부분이 소와 건초를 골랐다고 한다. 소가 건초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부류를 보았고 동양인은 관계를 본 것이다.
미국인의 사고방식과 한국, 중국,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인은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졌고 동양인은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졌다. 그것이 동서양의 문화적 전통의 차이다. 전세계가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을 보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서양인이 본 각도와 동양인이 본 이해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2008명이 마치 한 사람이 춤추는 것 같고, 한 사람이 북을 치는 것 같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움직였다.
연출자는 장구한 중국의 문화적 전통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동양인의 집단주의를 사람과 고도의 기술을 어울려 표현한 것이다. 그들의 매스게임은 자주 화(和)자를 그려 보였다. 그것은 중국이 지향하는 이념인 화해(和解)를 가리킨다. ‘허셰’라고 발음하는 중국말로서 조화를 뜻한다. 중국은 58개의 부족으로 구성된 복잡한 나라이다.
그러나 뿌리와 언어와 문화를 묶어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 그들의 비전이다. ‘다양 속의 조화’를 만드는 집단주의를 가리킨다. 그래서 동양적인 조화된 집단주의를 세계에 내놓아 ‘발전’이라는 것이 서구 사회가 지향하는 진보적인 수단이 아니라도 동양적인 집단주의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올림픽 개회식의 내용이었다.
최근 중국의 도약을 경제적인 발전만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은 문화적인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동양적인 집단주의와 미국적인 개인주의를 동시에 흡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속에 사는 한국 이민의 어려움이 있다. 1세는 단연 집단주의 전통에 젖어있다. 집단주의는 오랜 유교의 영향과 어울려 가족주의로 발전하였다. 1세들은 가족주의 전통으로 살아간다. 미국에서 당연히 개인주의를 몸에 익힌 2세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두 가치관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모아 더욱 이상적인 인간상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가족주의의 장점은 가정의 번영, 가문의 명예, 가족간의 상부상조, 어른에 대한 존경과 순종 등이다.
노부모를 모시며 돌아가신 조상까지도 정신생활의 기둥으로 삼고, 핵가족뿐 아니라 동기의 우애와 친척간의 긴밀한 교통을 통하여 우리는 살아왔다. 가족주의는 집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회사도, 교회도, 어떤 단체도 가족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그 가치관의 기초를 이룬다.
개인에 대한 존중, 자유의 추구, 개인의 권리, 자유경쟁 등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이념으로 성장해 왔다. 미국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우리’ 혹은 ‘우리 가정’이라는 집단적 존재보다 더 중요시 된다. 나에 대한 이성적 이해 없이 무조건 부모의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에게 어떤 필요나 유익이 없는 의무는 미국에서 가족 간이라도 강요되기 힘들다. 이민생활에서 우리의 전통적 가족주의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온 가족이 한 가게를 경영하며 인건비를 절감한다든지 이민 정착과정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외로움을 나누며 생계 개척에 상부상조하고 서로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가족주의가 주는 큰 혜택이다. 그러나 자립정신의 약화와 개척정신의 후퇴 등은 이민 현장에서 발생하는 가족주의의 약점이기도 하다.
대학 선택에서 당사자인 고교생과 부모의 의견 충돌이 잦다. 부모는 가족주의 가치관에 의하여 부모의 희망을 자녀에게 실현시키려 하고 아이들은 이미 몸에 젖은 개인주의 때문에 자기의 취미와 희망을 관철하려고 한다.
노인들은 고독과 불안이 개인주의의 결과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나 교회의 내분이 한국적 집단주의와 미국적 개인주의의 충돌인 경우도 많다. 만일 이 둘을 잘 융합시킬 수가 있다면 동서양의 가치관을 종합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 3의 인간상을 이민사회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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