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은 지도자 멜팅 팟
훌륭한 스승이 우수한 인재 양성
40여년 전만해도 한국에는 아직 프로팀이 없었고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레슬링이나 권투였는데, 레슬링은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가끔 메달을 따오고, 권투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선수도 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환호를 하며 내일처럼 감격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후에 농구나 야구의 실업팀이 생겨서 일본의 팀들을 상대로 시합이라도 하면 온 동네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으로 가서 모두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서 보곤 하던 기억도 난다.
중요한 것은 그 스포츠 종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시합을 통해 모두 하나 됨을 느끼고 이길 때마다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운동경기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느꼈던 것은 각 팀들이 그 도시 출신선수들이 아니고 여기저기서 모아온 것이 되어서 응원을 할 때에도 한국에서 본 것 같은 열기와는 전혀 성질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다른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그렇더라도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만은 달라서 미국도 자국팀을 열심히 응원하는 것을 본다.
중국이나 한국이 보이는 열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열기를 띠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올림픽에서도 올해는 조금 특이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그것은 이런 나라별 응원에 새로운 의미가 가미되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농구나 야구 같은 종목은 세계 각국 팀에도 미국의 프로팀에서 오래 활약을 한 연고로 낯도 익고 친근감도 있는 선수들이 많이 보이고, 체조, 육상, 탁구선수들 중에는 여기저기 이민 출신의 동양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특히 탁구 같은 종목은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계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고 있어서,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에까지도 중국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일본 여자탁구의 주축인 후꾸하라 아이 선수도 중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면 중국과 인연이 있는 것 같고. 한국의 당예서도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이다.
그러나 더욱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영입해 온 코치들이다.
미국의 체조는 동구권의 코치가 오래 맡아서 수많은 금메달을 안겨 주었고, 양궁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40여나라가 한국인 코치를 기용하고 있어서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밭인 양궁에서 단체전은 겨우 챙겼지만 남자 개인전에서는 아깝게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연유도 세계 각국에 스카웃된 한국 코치들이 백분 활약해서 각국의 양궁 수준을 많이 끌어올리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다만 양궁뿐만이 아니고, 축구도 한국이 세계 4강의 기적을 연출한 것이 히딩크라는 네덜란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반면에 한국 여자하키를 울린 중국 팀의 큰 공신은 김창백이라는 한국 감독이다.
또 한때 남미 조별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던 페루의 여자배구를 1984년 LA 올림픽 때 한국을 울리고 준결승에 진출, 결국 나중에 은메달을 타게 한 것도 박만복이라는 한인 코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중국의 싱크로 수영을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게 한 배경에는 이무라라는 일본인 코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좋은 코치의 힘은 막강하기만 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올림픽과 같은 운동경기에서만이 아니고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생님을 만났나가 너무나 중요하다.
무능한 선생 때문에 그 과목에 취미를 잃는가 하면, 유능하고 사명감 있는 좋은 선생님 덕에 취미를 얻고 그 영향으로 학생의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래서 한국 부모들이 좋은 선생 찾기에 열을 내는 것 같다.
한 번은 수년 전 한국 가는 비행기에 바이얼린을 애기 안듯 앉고 있는 백인을 보고 말을 걸어 보았더니, 필라델피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레슨을 하러 간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비행기 값이며 레슨비만 해도 상당할 터인데 또 한번 더 놀란 것은 지도받는 학생들이 유망한 바이얼리니스트도 아니고 어린아이들이 많다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꼭 그래야만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각광을 받는 한국 사람이 많은 것이 전혀 우연이 아니라고 느낀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중국의 자존심을 걸고 모든 것에 심혈을 기울여 자국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시가지도 정리하고 중국인들의 교양교육도 시켜가며 준비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위해서 신축한 새둥지 경기장, 물방울 수영장, 종합미디어센터 등의 설계와 시공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고 한다.
마오쩌둥 시절에 모든 것을 해외에서라도 배워서 하려고 하지 않고 자국의 인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좋은 것은 국적에 상관없이 우선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때에 한 가지 우려되는 일은 이런 세계 최대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러시아군이 그루지야에 주둔하고 있고 이어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크, 그리고 폴란드에까지 입김이 느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가 하나 되어 서로 협력하는 시대가 끝나고 독도문제도 그렇듯이 다시 국가 대 국가가 대립하는 냉전체제로 돌아가지 않나 우려된다.
전쟁을 모르고 지낸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가 겪은 쓰라린 과거를 반복시키지 않도록 올림픽만이라도 협력과 화합의 장이 되었으면 하고 빌어본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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