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한 생생한 현실교육 강조
성적보다 인성과 능력이 더 중요
유대인 학부모들과 한인 학부모들, 이 두 그룹이 가장 많은 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해 오면서 학교 현장에서 경험하고 배우는 점들이 많습니다.
해마다 다른 도전과 기회, 다른 이슈와 포커스를 두게 되므로 계속해서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을 신학년도가 되면 한국의 명절인 추석 (올해는 9월15일), 유대인의 설날인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 올해는 9월30일), 또 10일 후엔 속죄의 날인 얌 키푸르(Yom Kippur, 올해는 10월9일)가 다가옵니다.
유대인들의 입김이 센 대도시들, 즉 뉴욕이나 LA의 많은 공립학교들은 로쉬 하샤나나 얌 키퍼에는 아예 학교가 문을 닫고 쉽니다. LA 교육구에서는 ‘unassigned day’(학교 일하지 않는 날)로 정해졌습니다.
유대인들은 대부분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부터 미국에 이민 와서 그 후세들이 미국의 정치, 언론, 연예, 경제, 문화, 학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한인 부모나 유대인 부모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성은 비슷하게 높지만, 유대인 부모들은 다음과 같은 인상을 저에게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1. 유대인 부모들은 대체로 자녀에게 남보다 더 공부 잘 하라고 하기보다는 남보다 더 다르게 자녀의 개성과 재능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듯합니다.
2.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똑똑하게 communicate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과 연대감을 느끼게 하고 ‘table talk’을 중요시하고 자녀의 의견을 시간을 많이 내어 들어주는 듯합니다.
3.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다양한 견해를 소화시키는 기술, 갈등 해소 및 문제 해결 스킬, 인간관계 기술 등을 경험하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획일적으로 테스트 점수나 학교 성적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습니다.
4. 유대인 부모들은 남의 의견보다는 주관성 있게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 리서치를 정확하게 한 후 informed decision을 하는 편입니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자신의 생각대로 자녀 교육에 대해 결정을 하는 듯 합니다.
5. 유대인 부모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잘 제안합니다. 학교 전체 발전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자녀도 이익을 본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자기 자식의 이익만 생각하기 보다는 학교 전체가 덕을 보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리소스를 제공합니다.
6. 유대인 부모들은 한 가지 문제점이나 이슈를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어버리거나 열이 식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그 해결책을 구하도록 follow-up이 철두철미합니다.
7. 유대인 부모들은 communication flow가 투명하고 확실합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나 인포메이션은 글로 써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공유합니다. 또 의견이 다르거나 불찬성할 때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로 불찬성(disagreeing with respect)할 줄 압니다.
8. 유대인 부모들은 부모들 자신이 독서를 많이 하여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자녀에게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9. 유대인 부모들은 평생 배운다는 것이 몸에 배여 있어서, 미국 교육 시스템에서 오래 전에 학교를 다녔어도, 학부모가 된 이후에도 최근의 교육 이슈와 연구 등을 계속 배우고 있는 듯합니다.
10. 그들은 놀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배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자녀들에게 억지로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대인 부모들 중에서도 과잉보호형, 무조건 반대하는 대립형, 자기 아이만 관심을 두라는 얌체형, 또 무관심형 등의 다양한 부모들이 있지만, 대체로 부모 자신들도 교육을 많이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비례적으로 많은 커뮤니티라서 그런지, 그들과 지내면서 느끼고 배우는 기회가 많았고 대체로 긍정적인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가 위치한 행콕팍은 동네는 옛날부터 부유한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인데, 인종이 아주 다양화되어 가고 있는 편인 지금도 이 지역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정착되어 있는 주민들은 역시 유대인인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 커뮤니티가 많이 변화해 가고 있어서 이제는 학생들의 30% 정도만이 유대인들을 비롯한 백인이고, 40%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계이지만, 학생들의 숫자는 작아도 가장 목소리가 크고 정치적으로도 세련되고, 학교의 발전적인 변화를 위해 조직성 있게 지원해 주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주는 학부모들 중 유대인이 가장 많은 편입니다.
16년 전 이 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유대인 단체 Anti-Defamation League of B’nai B’rith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인, 유대인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인종의 사람들을 위해 다문화 교육을 시키는 ‘A World of Difference’라는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유대인 학부모가 학교에 소개해서, 모든 교직원이 편견 감소(prejudice reduction)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30여년 전에 미국 주류 교육계에 들어왔을 때는 한국계 교육자는 별로 없었으므로 저는 교육계 동료 친구들로서는 유대계 교육자들이 많아서 그들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을 듯합니다.
제가 미국의 유대인들에 대해 깊게 연구한 바는 없으나, 그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으로서 매일 매일 그들과 학교 시스템에서 같이 자녀 교육에 대해서 토론하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그들과 지내게 되면서 느낀 점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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