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이제 미국의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처럼 선거철이 되면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는 4년 전보다 살기가 나아졌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택시장의 붕괴가 신용경색(Credit Crunch)의 사태로 발전된 지도 벌써 1년 정도가 경과된 요즘의 상황은 과연 1년 전에 비하여 나아졌느냐의 여부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여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 물가급등 및 융자환경의 악화하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미 소비자들의 경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하게 된다.
주택 가격의 하락
주택 가격의 경우 S&P/케이스쉴러 인덱스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무려 15.8%가 하락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 가격이 가까운 장래에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즉 미 주택시장이 언제 회복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최근 주택매매에서 주택압류(foreclosure)와 숏세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달한다고 하니 11개월분에 달하는 과다한 주택재고와 함께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을 용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주택압류 또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정리되어야 할 주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 있다. 현재 미국의 주택모기지 10개 중 1개는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30일 이상 연체 중인 모기지는 6.35%로 증가하였고 주택압류 중인 주택의 숫자는 2.47%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급등
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하고 있다. 7월 중 소매물가는 지난 6월 1.1%에 이어 0.8%가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5.6%가 상승하여 1991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도매물가 역시 급등하고 있는데 지난 7월의 경우 1.2%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주목하여야 할 사항은 변동폭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0.7%가 상승하였는데 이는 식품 및 에너지가격의 급등현상이 다른 영역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물가는 이처럼 급등하는 상황임에도 소득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고 실업률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가계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기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악화일로의 융자환경
지난 1년 동안 금융권은 주택 모기지에 관련하여 3천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되었고 현재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막대한 금액의 추가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면 금융권으로써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는 없게 된다. 특히 자본금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이 급선무임에 따라 은행권은 이자율을 올리고 융자기준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차압물건들을 최대한 빨리 처분하는 수단을 강구중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당면한 위기를 대처하기 위하여 취하게 되는 당연한 자위수단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전반적인 융자상황을 더욱 어렵도록 만들고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를 더욱 급등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84개의 은행을 대상으로 한 연방은행(Federal Reserv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80%에 해당하는 은행들이 소위 ‘우량(Prime)’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에 대한 모기지 융자의 기준을 예전에 비하여 크게 강화시켰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1년 전 18%에 비하여 크게 늘어난 것으로써 융자은행들이 모기지를 얻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조차 매우 까다로운 융자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즉 소득이 몇 십만 달러가 되고 신용상태가 매우 양호하더라도 소득이나 다운 페이 등에 관련
하여 복잡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에 따른 시간도 적지 않게 소요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갑만 있으면 융자를 얻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모기지 리스크를 전혀 개의치 않았던 융자은행들이 최근에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모기지 융자에 있어 다양한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높은 이자율로 전가되어 그만큼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이처럼이야기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이 여겨진다.
이는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사례와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경우에 비추어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가늠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깜짝 놀랄만한 사건들이 연일 계속해서 터지고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주택 및 모기지 시장의 경우 아직도 처리하여야 할 과제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는 것이다. 신용경색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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