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키스를 찾아서’(In Search of a Midnight Kiss)
고독한 두 앤젤리노의 신년 전날 만남
우스우면서도 가슴 파고 드는 사랑
흑백필름에 찍은 LA다운타운 황홀
두 고독한 젊은 남녀 앤젤리노의 신년 전날 블라인드 데이트를 그린 가슴 속을 파고드는 얘기로 고독이 몸부림친다. 초저예산의 진지하면서도 우스운 사랑의 이야기인데 특히 LA의 다운타운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찍은 흑백 촬영이 황홀 무아지경이다. 내용과 촬영 때문에 우디 알렌이 맨해턴에 바친 송가인 ‘맨해턴’을 연상케 한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알렉스 할드리지의 LA에 바치는 송가라고 하겠다.
영화는 매년 12월25일부터 30일 사이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광고가 평소보다 300%가 증가한다는 설명문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 윌슨(스쿳 맥네어리)은 텍사스에서 애인에게 버림받고 LA로 이주한지 얼마 안 되는 각본가 지망생. 소심하고 인간 기피증이 있는 그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친구와 친구의 애인이 사는 아파트에 얹혀산다.
12월31일. 몸과 마음 모두 고독해 죽을 지경인 윌슨에게 친구가 강요하다시피 해 웹사이트에 데이트 상대를 찾는 광고를 내게 한다.
이 광고에 답이 와 윌슨이 약속 장소에 나가니 금발에 겨울 외투를 입은 육체파 비비앤(새라 시몬즈)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비비앤은 윌슨 외에도 여러 남자를 ‘오디션’한 뒤 윌슨을 고른다.
줄 담배를 피워대는 비비앤은 거침없이 상소리를 내뱉으며 무례하기 짝이 없어 서생원 스타일의 윌슨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러나 윌슨은 신년 전날을 죽어도 혼자 보내기 싫어 비비앤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데이트를 시작한다. 둘은 이 과정에서 서서히 경계하던 마음을 풀고 대화를 나누면서 비비앤이 남자에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까닭도 밝혀진다. 그리고 이 둘은 웃었다 다퉜다 하면서 데이트를 계속하는데 둘을 따라다니는 관객들도 점차 이 두 사람과 하나가 돼 이 데이트에 동참하게 된다.
LA 다운타운을 이렇게 자세히 또 아름답게 카메라에 잡은 영화도 보기 드물 것이다. 촬영감독 로버트 머피는 지하철과 다운타운의 오르페움 극장 내부와 디즈니 홀 등 다운타운의 사방구석을 찾아다니며 사랑과 정이 가득 담긴 마음과 눈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와 함께 맥네이리와 새라 시몬즈의 콤비도 좋은데 특히 시몬즈가 연기를 잘 한다. 성인용.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등.
‘물이 문제야’(Trouble the Water) ★★★
태풍 카트리나에 의해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겼을 때 집에 남아 있으면서 현장의 상황을 비디오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은 킴벌리 로버츠의 필름과 함께 카트리나 대참사의 충격과 후유증을 묘사한 기록영화다.
래퍼 지망생인 킴벌리는 남편과 함께 홍수 때 피난을 가지 않고 집 다락에 남아 있었는데 영화의 3분의2 정도는 킴벌리가 비디오카메라에 담은 강풍과 폭우와 급격히 늘어나는 수위와 주민들의 대피 등을 보여준다.
킴벌리와 남편은 홍수 뒤 친척이 있는 멤피스로 갔다가 1년 후 뉴올리언스로 돌아오는데 그들의 귀향과 함께 1년이 지나도 피해 상황이 복구되지 않은 흑인 주거지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부실한 재난대비와 사후처리 문제도 다루었다. 일부 지역.
‘요덕 이야기’(Yodok Stories) ★★★
북한에는 현재 20여만명의 ‘불온사상’을 지닌 주민들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일성은 이들 계급의 적들은 3대까지 멸하라고 지시했었는데 일단 불온사상자로 찍힌 사람들은 온 가족이 수용소에 갇혀 온갖 고된 노역과 고문과 기아에 시달리게 된다. 이 영화는 요덕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다른 8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탈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정성산씨(36)가 자기 과거 수용소 생활을 재현한 뮤지컬이다. 정씨는 함께 한국에 정착한 수용소 동료 8명을 재규합해 과거를 뮤지컬로 재생, 수용소의 참상을 폭로하고 있다.
뮤지컬은 이와 함께 한국에 정착한 북한 주민들이 동포들로부터 받는 적대감과 경제적 어려움도 얘기한다. 28일까지 셔먼옥스 아크라이트(15301 Ventura Blvd.).
‘아니타 오데이: 재즈가수의 삶’
(Anita O’Day: The Life of a Jazz Singer)★★★★
전설적 재즈가수의 파란만장 일대기
생전 공연·인터뷰 등 담아 흥미진진
쿨하고 드라이한 스타일로 노래를 부른 전설적 재즈가수 아니타 오데이(2006년 87세로 사망)에 관한 흥미진진하고 백과사전적인 기록영화다. 평생을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면서 노래 부르고 또 몇 차례의 결혼과 마리화나 소지 혐의에 의한 체포와 15년 이상의 헤로인 증독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 오데이의 일생이 그녀와 그를 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공연장면 등과 함께 상세히 묘사된다.
그녀가 죽기 얼마 전에 은퇴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참으로 감격적이다. 오데이는 리듬과 즉흥성과 멋있는 태도의 여인이었는데 목소리가 은근히 관능적이면서도 비정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녀는 늘 개인적 예술적 자유를 추구했던 가수인데 자기 목소리를 재즈악기로 사용하면서 밴드의 개별 악기들과 겨루기를 즐겨했다. 오데이가 자기 목소리와 트럼핏과 피아노 및 드럼 연주와 겨루는 공연 장면이 재미있다.
오데이는 수술 실수로 목젖을 잃어 비브라토 없는 창법을 구사했는데 발라드를 제치고 스윙과 재즈에만 전념했다. 그녀는 1940~50년대 최고의 재즈가수들이었던 빌리 할러데이, 에라 핏제럴드 및 새라 본과 같은 대열에 올랐던 뛰어난 가수였다.
오데이의 공연 장면 중 볼만한 것이 검은 원피스에 타조 깃으로 장식한 테가 넓은 모자를 쓰고 1958년에 열렸던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스위트 조지아 브라운’을 부르는 모습. 자유롭고 멋들어지고 관능적인 음성이요 모습이다. 당시 그녀는 주에 2,500달러를 벌었는데 돈의 대부분을 마약에 썼다.
오데이는 빅밴드시대 명 드러머 진 크루파에 의해 발견됐다. 그의 밴드에서 5년간 일한 뒤 194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작은 밴드들과 같이 공연했다. 오데이와 가장 오랜 관계를 가졌던 남자는 그녀의 드러머였던 존 풀로 그는 1999년에 사망했다. 미국 외에도 일본과 스웨덴 공연 모습도 볼 수 있다. 죽기 직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며 활기차게 말하는데 오데이야말로 평생을 음악과 자유와 동반하며 산 여인이다. 그녀의 많은 노래는 Verve 레이블에 담겨 있다. 뮤직홀(310-274-6869).
‘미녀 아메리카’(America the Beautiful)
미국이 왜 그렇게 미에 집착하는가를 12세난 모델로 신장 6피트인 그린 테일러를 중심으로 패션과 화장품업계 관계자 및 성형외과의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기록영화.
그린은 모델로 등장한 첫 해에는 선풍적 인기를 끄나 세월이 흐르면서 몸의 모양도 바뀌고 마침내 패션계의 미운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기를 밉다고 생각하는 프리틴 소녀, 거식증으로 죽은 딸의 부모, MTV에 노출되면서 크게 변해가는 피지 문화를 염려하는 인류학자, 잘못된 수술을 한 성형외과의 및 화장품의 독성을 말하는 독극물 학자 등과의 인터뷰가 여러 토픽과 함께 다뤄지고 있다.
영화는 특히 소녀 모델들에 대한 패션계의 고지식한 요구와 궁극적 소모품식 취급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R. 선셋5 등.
‘잊혀진 여인’(The Forgotten Woman) ★★★
남편이 사망하면 자신의 남은 생을 사회로부터 격리돼 살아야 하는 2,000만 인도 미망인들의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다룬 기록영화.
영화는 미망인들이 가족에 의해 자기 재산을 포기하도록 종용받은 뒤 미망인들만이 사는 암자에 들어가 거기서 스스로 위안을 찾고 또 종교적 삶에 헌신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준다.
이 여인들에게 붙어 다니는 지울 수 없는 사회적 낙인과 기본 인권마저 빼앗긴 채 사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의 직업 상류층 여인들과 시골 여자들과의 인터뷰를 대비, 도시사회의 생활수준 이하의 삶을 사는 시골 여인들에 대한 무지도 들려주고 있다.
28일까지 셔먼옥스 아크라이트 (15031 Ventura Blvd.).
‘하우스 버니’(The House Bunny) ★★½
휴 헤프너(그가 실제 출연)의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걱정 없이 살던 버니 쉘리는 느닷없이 퇴거명령을 받으면서 홈리스 신세가 된다.
쉘리가 받을 들여놓게 되는 곳이 여대생 캠퍼스 내 온갖 너드들끼리 사는 단독주택형 기숙사. 그런데 이 기숙사는 새 학생들을 모으지 못할 경우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쉘리는 자신의 플레이메이트 특기를 동원, 여자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학생들에게 여성 수업을 시킨다.
이에 따라 미운 오리새끼들인 너드들은 섹시하고 예쁜 공작들로 변한다. 그리고 쉘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동네 청년(탐 행스의 아들 칼린 행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학생들로부터 온갖 교양과 지식 수업을 받는다.
PG-13. 전지역.
‘롱샤츠’ (The Longshots)
1929년에 조직된 5~16세의 아동과 10대로 구성된 풋볼경기 팝 워너 사상 최초의 여자 쿼터백 재스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온 가족용 즐거운 영화. 또 다른 언더독의 이야기로 고무적이요 가슴 훈훈한 드라마이자 요절복통할 코미디.
고교시절 풋볼스타였으나 이젠 한물 간 커티스(아이스 큐브)는 일리노이의 소도시 민든의 동네 팀인 민든 브라운스의 코치로 취임한다.
그리고 그는 뜻밖에도 자기 질녀 재스민을 팀의 쿼터백으로 선발한다. 코치의 열성과 재스민의 실력을 등에 업고 오합지졸 같은 팀이 수퍼보울 결승에까지 오르면서 팀 정신은 치솟아 오르고 마을의 긍지도 광채를 낸다.
PG.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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