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는 공자의 말씀이 지구촌 60억 인구에게 보내는 환영의 메시지로 울려 퍼지며 시작된 베이징 올림픽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경기 못지않게 올림픽이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물론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과 변화가 더 관심을 끄는 아주 독특한 올림픽이다.
개막식에서의 웅장한 스케일과 중국의 거대함을 본 세계인들에게는 과연 중국이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 그들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디 까지 갈 것인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죽기 살기로 준비한 것은 근대 서구열강의 침입으로 인해 상처받은 100년 치욕의 굴욕적 역사를 청산하려는 몸부림이자 서구 문명에 대한 열등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 놓는다.
열등의식이라고 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40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내심에는 100여년 전 서구 열강에게 ‘동아병부(동아시아의 병든 늙은이)’라고 조롱당했던 치욕을 씻어내며 전 세계를 상대로 그들의 힘을 보여주고자 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후진타오의 집권 시기를 통해 강조해 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부세계에 선포하는 기회로 삼고 중국의 우월성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개막식에서 90개국의 국가정상들은 불러 들여 한구석에 몰아 앉혀 부채질까지 하면서 관람하게 만들고 고위 중국 공산당원들은 시원한 모습으로 관람하고 있는 광경을 보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옛 중국의 황제에게 외국 사신들이 조공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겉으로는 친구 같아도 속으로는 우월감을 갖지 않고서는 이런 태도를 보이기 힘들다. 내심 그들의 자신감이 부러워진다.
역사적으로 지난 5,000년 간 한국과 중국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근대에 들어서 중국이 공산주의를 채택하여 경제 발전이 더딘 사이 우리는 초고속 성장 속에서 세계 10대 무역국에 진입하는 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의 졸부들이 중국에 가서 돈을 뿌려대며 거들먹거리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 중국은 급성장을 하여 세계적으로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위협론에 대해 중국은 극구 부인하며 평화발전과 조화세계의 외교이념을 천명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설명은 많은 의심을 사고 있다. 티베트 무력진압이나 고구려 역사 왜곡, 그리고 주변국가와의 영토문제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평화를 주장하는 그들의 주장이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열강들 사이에 끼어 전략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은 이제 세계질서가 재편성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국제질서의 최대변수는 미·중관계에 있다. 미·중관계가 갈등으로 흐르면 한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금 주변 강대국들의 힘이 다시 무겁게 짖눌러 오는 시점에 서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후 분열과 실리도 없는 이념 갈등에 빠져있다. 외교에서는 미국에 기우는 듯한 태도에 중국이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내는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운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으로 갈등에 빠져있던 국민들의 마음이 결집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불굴의 근성이 한국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올림픽 이후라고 하겠다.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 국민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적인 고양상태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면 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한층 거대해진 중국을 대하고 다루는 일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이런 과제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슬기로움과 리더십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능력은 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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