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봉되는 로맨틱 코미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hristina Barcelona-영화평 ‘위크엔드’판)를 감독한 우디 알렌(72)과의 인터뷰가 지난 3일 LA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은빛 머리에 굵은 테 안경을 쓴 알렌은 쇠약하고 늙어 보였는데 귀가 잘 안 들리니 큰 목소리로 질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후 그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알렌에게 “나 한국 사람인데 부인 순이 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응, 그러냐. 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정열 덩어리 마리아 엘레나로 나와 폭발적인 연기를 한 페넬로피 크루스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역시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긴 머리에 진하고 자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는 질문에 성의껏 답을 했으나 가십성 물음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우디 알렌-“아시아 여성에 빠질줄은 나도 몰랐다오”
“나는 작가다 나의 생각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좋다 남의 글 연출은 싫다”
-당신은 늘 뉴욕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왜 얼마 전부터 런던과 바르셀로나 등 유럽으로 장소를 바꿨는가.
▲그것은 런던과 바르셀로나 측에서 제작비를 댈 테니 자기 도시에서 영화를 찍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난 뉴욕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2주 전에 촬영을 마친 내 다음 영화는 뉴욕이 무대다.
-왜 당신의 영화는 거의 모두가 사랑에 관한 것인가.
▲셰익스피어의 극과 러시아와 프랑스의 소설 등 주요 문학작품들의 주제는 모두 늘 일종의 로맨틱한 이야기다. 또 어느 영화를 고르더라도 그 안에는 러브 스토리가 들어 있다. 나는 이것들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와 내 친구들의 경험 그리고 내가 관찰하고 또 신문에서 읽는 것들을 러브 스토리라는 허구 속에 융합시키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가 몇 달 안 남았다. 시민과 예술가로서 이 선거에 대한 기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우리는 지난 8년간 거짓과 무능의 깊은 구덩이를 파왔다. 여기서 빠져 나오는 데는 기적이 필요하지만 나는 민주당원들이 이 나라를 서서히 그 구덩이에서 구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민주당은 늘 예술가들을 지원해 왔다.
-왜 당신은 항상 당신이 쓴 각본만을 영화화 하는가.
▲나는 근본적으로 작가다. 나는 작가로서의 나의 생각을 스크린 위에 구체화하기 위해서 감독을 하는 것이다. 남의 글을 연출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당신의 영화 경력 35년에서 뭔가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참된 위대성이다. 나는 내 영화가 펠리니나 베르히만의 것과 함께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길 원하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난 이제 더 이상 통찰력과 질과 깊이와 총명함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 했으니 더 이상 후회하지는 않겠다. 이제 내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영화를 만들겠다. 그것들이 좋은 것이기를 바랄뿐이다.
-당신은 런던에서 ‘카산드라의 꿈’의 러브신을 찍을 때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하는데.
▲스크린 위에서의 러브신과 달리 촬영장에서의 그것은 양념 빠진 음식 같고 순전히 직업적이다. 지극히 로맨틱하지 못해 난 그 틈을 이용해 끼니를 때운다.
-당신은 최근 유럽에 오래 머물었는데 유럽 여자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늘 국적과 상관없이 여자가 매력적이면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난 아시아 여자에게 맥을 못 추게 되었다. 그 까닭을 나도 모르겠다. 그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시안 여자와 결혼해 살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것은 내게 있어 행운이다.
-당신은 과거 당신 영화에 주연하면서 늘 늘씬한 미녀들을 차지했는데 요즘 그러지 못하는 소감은.
▲내가 하고픈 역을 남이 하는 걸 보기가 싫다. 앞으로도 좋은 역이 있으면 출연하겠지만 정신 나간 대학교수나 사랑스런 할아버지 역이나 맡지 이젠 로맨틱한 주인공 노릇은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로맨틱한 역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낀 감정은 정말 끔찍한 것이었다.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
▲베르히만과 펠리니와 트뤼포 등 유럽 영화와 채플린과 막스 형제 등으로 참으로 괴이한 콤비네이션이다.
-페넬로피 크루스는 어떤 배우인가.
▲나는 그녀가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른 ‘볼베르’(Volver·2006)를 보기 전까지 그녀에 관해 전연 몰랐다. 이 영화를 보고 그녀가 말 할 수 없이 섹시하고 아름답고 또 총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뒤 페넬로피가 내 영화에 나오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위해 각본을 썼다. 이제 그녀의 영어 실력도 많이 향상됐으니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영어 작품에 나올 수가 있게 됐다. 페넬로피는 한계가 없는 배우다.
페넬로피 크루스-“맡은 역 연구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때”
“마리아역은 내게 불의 시련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그건 광기였으니까”
-이 영화와 또 다른 영화 ‘비가’(Elegy·현재 상영중)에서 당신은 영어를 썩 잘 구사하는데 이젠 영어에 익숙해 졌는가.
▲난 고교시절 불어를 배웠고 영어는 19세 때 배우기 시작했다. 내 첫 영어 영화는 내가 20대에 나온 ‘하이-로 컨트리’였는데 대사를 표음문자로 써 그대로 읽었다. 세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 못해 고통스러웠다. 그 뒤로 어디를 가나 늘 대사 코치와 영어 선생을 두고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그것이 내 제2의 언어가 되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영화 속 마리아처럼 당신도 예술가로서 고통당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역을 맡을 때면 내가 그걸 위해 어디까지 가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한다. 그러나 고통을 보다 많이 받는다고 해서 더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리아역은 내게 불의 시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의 주제는 광기였기 때문이다.
-당신의 연기는 안나 마냐니(‘장미의 문신’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이탈리아 배우)를 연상케 한다.
▲사실 난 ‘볼베르’를 찍을 때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권유로 그녀의 영화를 전부 봤다. 마냐니와 메릴 스트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들이다.
-우디 알렌과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천재다.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데 그들을 믿고 편안히 함께 따라가면 만사 순조롭다. 알모도바르는 리허설을 3개월이나 하는 반면 알렌은 단 하루도 안 한다. 난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 뉴욕에서 알렌을 딱 40초간 만났다.
-당신 나라에서 외국인 감독과 일한 느낌은.
▲특별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알렌은 스페인에서는 영웅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의 영화들을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알렌이 바르셀로나에 바치는 연서라고 하겠다.
-무엇이 일상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일과 일 사이의 균형이다. 나는 일 벌레로 1년에 4편의 영화를 찍기도 했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맡은 역을 위해 연구하는 때로 그 때가 촬영 때보다 더 행복하다.
-미국 선거에 대한 소감은.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염려스럽다. 나는 오바마의 당선을 바란다. 그는 매우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미인이라고 느끼는가.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고 “와 예쁘네”하고 느껴본 적은 없다. 단지 나는 수 없이 많이 변할 수 있는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알모도바르와 일할 생각인가.
▲지금까지 난 그의 영화 4편에 나왔다. 그와 일하는 것은 언제나 강렬한 경험으로 우리는 좋은 친구다. 그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다.
-다음에 나올 로브 마샬 감독의 뮤지컬 ‘나인’(Nine)에 관해서.
▲춤추고 노래하는 오디션을 4차례나 했다. 얼마 전 사망한 앤소니 밍겔라가 쓴 각본은 정말로 훌륭하다. 난 곧 하루에 몇 시간씩 춤과 노래 연습을 해야 한다. 난 과거 17년간 춤을 췄는데 마침내 영화에서 춤을 추게 돼 기쁘다. 촬영은 10월부터 런던과 로마에서 시작된다.
-배우로서 당신을 표현하는데 특별히 선호하는 방법이라도 있는가.
▲나는 늘 나를 놀라게 할 역을 찾는다. 나와 같지 않은 역 그리고 내가 전에 했던 일과 다른 경험을 주는 역을 찾는다. 쉬운 역이 아니라 도전해볼 만한 역을 더 좋아한다.
-집에서도 디자이너 의상을 입는가.
▲난 가능하면 늘 맨발로 산다. 때론 거리에도 맨발로 나간다. 그리고 진과 티셔츠를 입는다. 그러나 디자이너 옷도 좋아한다. 오스카 데 라 렌타와 갈리아노 및 칼 라거펠드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 그들은 다 내 친구다.
-당신이 한 역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역은.
▲‘볼베르’와 이탈리아 영화 ‘움직이지 마’(Don’t Move)에서의 역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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