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샤베즈. 1977년 12월7일 LA 태생. 우투좌타 양손잡이 사나이는 막 스무살이 된 198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0년 전 그때나 10년 지난 지금이나 그는 오클랜드 A’s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제이슨 지암비, 미겔 테하다, 자니 데이먼, 저메인 다이, 팀 헛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 등 그와 함께 했던 팀메이트들이 줄줄이 A’s를 떠난 뒤에도 그는 A’s의 DNA를 홀로 간직한 종자처럼 홀로 남았다.
데뷔 시즌은 맛뵈기였다. 겨우 16게임에 나섰다. 그나마 주로 수비땜빵용이었다. 1루에 3루에 간간이 유격수에 포지션은 땜질식이었다. 그러나 내보냈다 하면 끝내줬다. 보송보송 앳된 얼굴 등 용모 빼고는 능구렁이 왕고참처럼 에러-free 수비력을 과시했다. 방망이도 보통 아니었다. 그해 총 45타석에서 14안타(그중 2루타 4개, 3루타 1개) 6타점 6득점 타율 3할1푼1리의 싹수있는 공격력을 보였다. 이듬해 1999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금방 A’s의 알짜가 됐다.
뿐만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빅스타로 크는 데도 초고속이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아메리칸리그 3루수몫 골드글러브는 6년 연속 에릭 샤베즈 차지였다.
샤베즈의 가치는 급상승 연봉눈금으로도 입증된다. 2001년 50만달러에서 2002년에는 무려 5배 가까운 240만달러를 받았고, 2003년에는 또 120여만달러가 얹혀져 367만,5000달러가 됐다. 2004년 532만5,000달러, 2005년 850만달러, 2006년과 2007년 950만달러를 받고 2008년치로는 1,150만달러가 책정됐다. 소문난 짠돌이구단 A’s가 그렇게 통 큰 투자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샤베즈의 상품가치와 샤베즈에 대한 기대치를 웅변한다.
A’s는 올해, 특히 후반기에 접어들어 말이 아니다.
전반기 한때나마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선두다툼을 벌이는 듯 싶다가 한걸음 두걸음 뒤처지더니 4팀 중 3위로 굳은살이 박혀가는 형국이다. A’s보다 더 죽을 쒀주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아니라면 3위자리도 위태로울 정도로 허덕이고 있다. 구단이나 선수단이나 팬들은 물론이고 A’s 담당 기자들에게도 고역일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패전보를 쓰느라 이 표현 저 표현 다 써먹어 이제는 뭘로 새로운 패전보를 시작해야 하나 머리를 쥐어짜야 할 지경일 것이므로.
12일 밤에 모처럼 승전보를 쓰며 뇌고생을 덜 시킨 A’s 담당 기자들은 13일 밤에 다시 패전보를 작성해야 했다. A’s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2대3으로 졌다. 올스타투수 저스틴 둑셔를 내세운 A’s는 1회와 2회 솔로홈런을 한방씩 맞아 0대2로 끌려가다 5회말 연속아타와 볼넷 등을 묶어 2점을 만회했으나 7회초 결승점을 내줬다. A’s의 타력은 메이저리그 바닥권이어서 믿을 게 못되는 상황에서 둑셔는 나름대로 역투(6.1이닝 3실점, 6안타 1볼넷 8삼진)했지만 초반에 아차하다 맞은 홈런 2방의 상처가 컸다.
작은 것 한방만 제때 터졌으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A’s가 시즌 64번째 패배(55승)를 당한 13일, 그 한방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샤베즈는 홈구장 오클랜드 매카피 콜러시엄에 없었다. 산라몬의 서저리 센터에 있었다. 2시간30분에 걸쳐 고장난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됐다고 한다. 그러나 최소한 6개월동안 뛸 수 없다. 올시즌 샤베즈 구경은 끝났다.
안그래도 샤베즈는 작년부터 샤베즈가 아니었다.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 성한 곳이 거의 없어서다. 지난 2년동안 출장게임이 113게임밖에 안된다. 맹활약 이전에 반타작 출장도 못했다. 야구가 원맨쇼는 아니지만 팀의 대들보가 내려앉았으니 A’s의 호성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는 우리팀의 노른자위다. 우리팀 공격에서 그가 얼마나 필요한지 보면 알지 않느냐. 밥 게런 A’s 감독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A’s가 워낙 처져 샤베즈 있어도 헉헉거릴 판에 샤베즈 없이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돼, 게런 감독은 신인들을 수시로 기용하는 등 올해의 욕심을 아예 비우고 내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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