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0년 후에도 이스라엘은 존속할 수 있을까’- 2천년 디아스포라의 긴 세월을 접고 새로운 민족국가로 이스라엘이 태어난 게 1948년 5월14일이다. 그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전후해 던져진 화두다.
질문 자체가 상당히 비관적이다. 나온 전망들도 그다지 밝지가 못하다. 그러나 정작 궁금한 부문은 질문이 나오게 된 백그라운드다. 인구수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적대세력에게 이스라엘이 포위돼 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새삼스런 질문인가.
관련해 주목을 끈 건 데이빗 워렌이란 논자의 주장이다. “이스라엘의 생존은 서방과 맞물려있다. 이스라엘은 서방 가치관의 구체적 체현(體現)으로 이스라엘의 몰락은 서방세계 자체의 몰락을 의미할 수도 있다.”
글로벌한 시야에서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영적인 차원에서 사태를 바라본 것이다.
“경제만 리세션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대·기독교 전통을 기반으로 한 서구 정신도 리세션을 겪고 있다. 이 리세션(the recession of Christianity)은 상당히 오래됐다. 그리고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그 리세션이 가져온 공백을 차지한 것이 유물론인 신좌파 이데올로기와 이슬람이즘이다. 이 와 함께 이스라엘은 어느 때보다 존재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다.
“민주주의도 리세션을 겪고 있다. 이 리세션(democratic recession)이 극복되지 못할 경우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경고다.
냉전종식 후 민주화는 대세로 생각됐다. 그 상식이 그런데 무너지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자유가 신장된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10개국에 불과하다. 그 반대의 경우가 38개국에 이르렀다. 프리덤 하우스 발표로, 민주화는 마침내 결손이 난 것이다.
이 민주화 리세션은 벌써부터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오고 있다.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의 강력한 대두가 그 하나다. 국제질서 마비가 또 다른 후유증이다.
극악한 폭정체제다. 그 체제 하에서 대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수단사태가 그렇다. 마얀마가, 짐바브웨가 그렇고, 김정일 체제 하의 북한의 현실도 그렇다. 국제사회는 그러나 속수무책이다. 폭정체제 제재에 중국이, 러시아가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확산 방지 노력도 마찬가지다. 깡패국가들의 핵무장 사태를 국제사회는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국제 무역질서도 무너질 판이다. 자국의 이해만 지키기에 급급하다. 도하 회의에서 중국이 딴지를 걸고 나선 것도 그런 발상에서다.
민주화 리세션은 아마도 보다 빈번한 유혈충돌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 그 간의 우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국제분쟁을 조정할 심판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그루지아 침공이 그것이다.
전 세계의 시선이 북경올림픽에 쏠리고 있을 때 독재체제인 러시아가 친 서방국가인 그루지아를 공격, 마침내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런 무질서 사태를 그러면 언제까지 방관해야하나. 그래서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 연맹’(League of Democracy)이다. 인권존중, 시장경제 등의 제 가치를 공유한 민주주의 체제끼리의 연합체 구성이다.
오직 민주주의 체제만의 연맹이다. 이런 면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났다, 이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질서를 이룩한다는 아이디어다. 그 본 저작권자는 로버트 케이건이다. 그 아이디어를 존 매케인이 채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하고 있다.
‘민주주의 연맹’은 지난 60년간 국제질서를 담보해 온 북대서양동맹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워싱턴 컨센서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게 8.6 한미 정상회담 성명이다. 한국과 미국 두 정상이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지금까지 48차례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사안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것이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좁게 보면 단지 북한에 대한 견제구이자, 북-미관계 정상화의 기준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이야 말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보편적인 소프트파워’란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다가오는 새 시대를 대비한 동맹의 업그레이드로 볼 수도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민주적 제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적 동맹으로, ‘워싱턴 컨센서스’ - 다시 말해 ‘민주주의 연맹’시대에 대비한 포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질문을 한 번 던져본다. ‘60년 후에도 북한이라는 체제는 존재할까’- 글쎄, 6년이나 존속할 수 있을지….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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