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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서 해뜰날 기다리다
6일 블루제이스전 통해 데뷔전
1회 3점홈런 맞은 뒤 희망피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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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쓸 만하면 쳐낸다. 기껏 키워 돈이 될 만하면 팔아넘긴다. 홈팬들에 대한 서비스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몇십불짜리 관중 한명한명 불러들이려고 기를 써봤자 거기에 들어가는 밑천을 생각하면 공짜나 다름없는 무명선수를 갈고닦아 수백만달러 재목으로 키워내는 게 훨씬 더 수지가 좋다는 타산일 게다.
속셈이야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오클랜드 A’s가 그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팀이다. 특히 투수사관학교 소리를 들어도 될 만큼 투수조련에는 일가견이 있다. 올해까지 최근 몇년만 해도 팀 헛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 댄 해런, 리치 하든 등이 A’s에서 상품성을 입증받은 뒤 차례로 다른 팀으로 옮겼다.
이런 거래들을 통해 A’s구단의 어카운트가 얼마나 두둑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도무지 우승욕심 DNA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구단의 행보 때문에 A’s 홈구장 시즌티켓을 사는 골수팬들 숫자는 줄어든다는 점이다. 가서 보는 사람도 TV 앞에서 보는 사람도 노상 매카피 콜러시엄의 썰렁한 풍경에 보는 맛이 솟아날 리 드물다. A’s 구단도 그대로 보여주기에 민망했는지 전반기에 외부의 방문판매조직을 활용해 티켓 사려를 외쳤다. 시장의 반응은 홈구장 분위기보다 더 썰렁한 듯하다.
등돌린 팬들이 A’s구단을 비꼬기에 딱 좋은 경기가 6일 벌어졌다. A’s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5로 깨졌다. 새로울 게 없는 패배다. 9연패에다 후반기 16번째 패배(2승)다. 후반기 농사 메이저리그 최악 꼬리표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날 패배 와중에 A’s가 쓸 만한 떡잎을 선보인 것이다. 마이너리그에 있다 이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첫선을 보인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다. A’s구단의 행보에 단단히 골이 난 팬들이라면 저 친구 또 몇년 써먹다 돈이 되면 팔아먹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싹수있는 피칭을 했다.
물론, ML 신고식은 혹독했다. 1회말, 생전 처음 밟아보는 메이저 마운드에서 생전 처음 상대하는 메이저 타자 마르코 스쿠타로를 중견수쪽 라이너성 플라이로 잡아내고 재간둥이 데이빗 엑스타인을 삼진으로 물리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알렉스 리오스에게 좌익수쪽 2루타를 맞고 라일 오버베이게 볼넷을 내줬다. 모든 것이 다 ML 첫 경험이었다. 더 아픈 첫 경험이 그를 기다렸다. 로드 바라하스에게 좌월 3점홈런 허용.
줄창 얻어맞고 곧 쓰러질 것 같았던 스물스살 곤잘레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뒤부터 기막히게 잘던졌다. 17타자 중 16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는 등 총 6이닝동안 4안타 2볼넷 4삼진으로 4실점. 비록 데뷔전 패배를 당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호출된 바로 다음날 마운드에 오른 이 ML 신입생 좌완투수에게 더 많은 걸 바란다는 건 과욕에 다름 아니다. A’s의 밥 게런 감독은 금방 제 스스로 자리를 잡았다. 온갖 걸 다 섞어서 던지면서 매우 공격적이고, 신속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젊은 친구에게서 보고싶은 걸 다 갖췄다. 아주 좋은 출격이었다.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그의 공을 처음 받아본 포수 커트 스즈키도 끝내주게 던졌다. 빅리그에 오면 처음에는 좀 주눅이 들게 돼 있고, 그도 그러긴 했지만, 안정을 유지했다. 그는 22살밖에 안된다. 저런 친구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선발등판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치켜세웠다.
곤잘레스는 200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됐다가 2005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됐으며 2006년 화이트삭스로 리턴했다가 지난 오프시즌에 A’s로 왔다. 마이너리거인 까닭에 단독트레이드가 아니라 늘 메이저리거들의 트레이드에 끼워서 팔리는 식이었다.
한편 A’s 유격수 바비 크로스비는 6일 경기 6회초에 영패모면 솔로홈런을 쳤다. 53승에서 발이 묶인 채 패배를 거듭해온 A’s는 이날 60번째 패배를 당했다. 만성적 승패적자에 허덕였던 블루제이스는 A’s 덕분에 승패균형을 찾은 여세를 몰아 흑자눈금을 좀 더 높였다(58승56패).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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