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식 이혼’ (Divorce Italian Style·1961)
제르미 감독‘요절복통’섹스 코미디
‘시노 메 모로’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형사’를 감독한 피에트로 제르미가 1960년대 만든 두 편의 요절복통 섹스 코미디가 1일과 2일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5905 윌셔)에서 동시 상영된다. 제르미는 1960년대 사회비평과 비도덕적 행위를 섞은 풍자영화인 이탈리아식 코미디를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감독이다.
사회비평·풍자색 짙은 영화
LACMA 빙극장서 동시상영
시실리의 귀족인 페르디난도(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는 섹스광으로 자기에게 아첨하는 아내 로살리아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주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다. 왜냐하면 페르디난도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탐스러운 자기 사촌 안젤라(스테파니아 산드렐리가 예쁘다)와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60년대만 해도 이탈리아에서는 이혼은 살인보다 더 하기 힘들었던 때여서 페르디난도는 둘 중 보다 쉬운 방법을 택해 아내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페르디난도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이 증명되면 가벼운 실형이 떨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계략을 꾸민다.
즉 로살리아에게 정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해 아내를 죽였다고 변명을 늘어놓을 작정. 그래서 페르디난도는 로살리아가 잘 아는 화가 카르멜로를 아내에게 붙어주려고 백방의 노력을 한다.
시실리아의 남성 위주의 풍토와 인간 내면에 잠복해 있는 성적 욕망을 새카맣게 풍자한 영화로 배꼽 빠질 정도로 우습다. 콧수염을 하고 가는 곰방대를 문 마스토로이안니가 안젤라를 못 가져 안달하는 모습과 온갖 형태로 아내를 살해하는 환상에 젖는 모습이 웃긴다.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고 흑백 촬영이 아름답다. 마스토로이안니와 제르미도 각기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다. 1일과 2일 하오 7시30분.
‘유혹당해 버림받고’ (Seduced and Abandoned·1964)
일종의 ‘이탈리아식 이혼’의 속편. 시실리의 바람둥이 페피노가 자기 약혼녀의 15세난 조카를 건드려 임신을 시키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힌다. 1일과 2일 하오 9시30분.
‘고생하는 미녀’(Beauty in Trouble) ★★★½(5개 만점)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운명과 사랑과 보상에 관한 코미디 드라마로 체코 영화.
2002년 프라하 대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어린 두 남매의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 마르셀라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훔친 차를 분해해 팔아먹던 착한 남편 야르다가 영창에 들어가면서 의붓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머니 집에 몸을 의탁한다.
도난 차량의 주인은 체코인으로 오래 전 이탈리아로 건너가 포도원을 경영하는 나이 먹고 자비로운 리처드. 리처드와 마르셀라는 경찰서에서 서로 만난 것을 계기로 서서히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마르셀라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남편을 버리고 리처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곰곰 생각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
‘파인애플 익스프레스’(Pineapple Express)
‘임신했네’와 ‘수퍼 배드’ 등 저속한 요절복통 코미디를 만든 저드 애파토 감독의 마리화나와 폭력과 넌센스 해프닝을 섞은 코믹 로드무비.
살이 토실토실하게 찐 법원 소환장 배달부 데일은 마리화나 흡연 상습범인데 그에게 이 대마초를 공급하는 자는 장발에 늘 대마초 기운에 잠겨 사는 백수건달 솔. 데일을 좋아하는 솔은 데일에게 엄청나게 고급으로 좀처럼 구하기 힘든 대마초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를 판다.
이것을 피던 데일이 우연히 마약밀매단 두목 테드에 의한 살인을 목격하고 도망가는데 도망가기 전 현장에 이 고급 대마초 꽁초를 남기는 실수를 범한다. 이 때부터 데일과 솔은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를 자기 손에 넣기 위해 쫓아오는 테드와 그의 졸개들을 피해 줄행랑을 놓는다. R. 전지역.
‘얼어붙은 강’ (Frozen River)★★★½
운명의 장난처럼 ‘인간밀수꾼’되다
여성과 아메리칸 인디안에 관한
사실적 긴장감 가득한 홈 드라마
두 아들을 혼자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하는 직업여성이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간 밀수꾼이 되는 얘기를 꾸밈없이 사실적이요 솔직하고 또 견실하게 얘기한 훌륭한 드라마다.
여성의 얘기이자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이야기이며 또 가정을 지켜 나아가려는 여자 가장의 홈드라마이기도 한데 긴장감마저 가득해 사회적 사실주의 스릴러를 보는 느낌이다. 장소가 추운 겨울의 미 북동부의 미국과 캐나다를 가르는 얼어붙은 세인트로렌스 강가의 황량한 마을이어서 내용의 살벌할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세인트로렌스강 주변의 아메리칸 인디언 모호크족의 거주지에 사는 중년의 레이(멜리사 리오)는 10대의 T.J.와 어린 리키 등 두 아들을 데리고 낡아빠진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모호크족인 남편 트로이는 가정을 버리고 가출, 레이는 두 아들을 먹여 살리느라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레이는 트로이를 찾아내려고 차를 타고 빙고게임장을 찾아간다. 이때 밖에 세워둔 레이의 자동차를 타고 도주하려는 모호크족의 젊은 여인 라일라(미스티 어팸)와 레이 간에 다툼이 벌어진다.
라일라는 캐나다 퀘벡인인 자크가 운영하는 인간 밀수단의 일원. 둘 다 가난한 여자들인 레이와 라일라가 이렇게 만나면서 레이는 인간 밀수업에 동참하게 되다.
튼튼한 작품으로 특히 두 여성에 관한 성격 탐구영화라고 하겠다. 뛰어난 것은 리오의 연기. 세상풍파에 시달리고 쏘여 주름이 깊이 새겨진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리오와 함께 어팸의 연기도 좋다. 어팸은 얼굴에 전연 감정을 표출시키지 않으면서 심오한 연기를 한다. 조연진들의 연기도 좋다.
R. 선셋5(323-848-3500),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타운센터6(800-FANDANG0 #143)
‘스파르타커스’ (Spartacus)
커크 더글라스 제작·주연 역사물
커크 더글라스가 제작하고 주연한 대하 역사 액션 스펙태클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나온다. 1960년작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했다. 184분.
로렌스 올리비에, 찰스 로턴, 진 시몬즈, 존 개빈, 피터 유스티노프, 토니 커티스 공연. 유스티노프가 노예 출신의 로마시민 역을 위트 있고 시니컬하게 해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이 영화의 각본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때까지 가명을 쓰던 달톤 트럼보가 썼는데 더글라스가 여기서 트럼보의 본명을 밝히면서 블랙리스트를 깨는 선례를 남겼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인 1,2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
로마시대 노예제도에 반기를 들고 반란을 일으킨 노예 스파르타커스의 서사극으로 내용과 연기와 액션과 대규모 엑스트라를 쓴 군중장면 및 촬영과 음악 등 모든 것이 뛰어난 걸작이다.
볼만한 것은 좁은 원형 경기장에서의 글라스와 흑인 노예 드라바 역의 우디 스트로드의 검투사 결투 장면. 7분간 계속되는데 마치 발레를 보는 것 같다.
큐브릭은 대규모 전투장면을 위해서 프로 풋볼선수들을 고용, 육박전의 에너지를 충분히 살렸다.
3일 하오 7시30분 이집션 극장(6712 할리웃), (323)466-FILM.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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