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연방준비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가 나왔다. ‘베이지 책’(Beige Book)이라 불리는 이 경제보고서는 연 8회 나오며,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전국적인 경제, 사업동향을 조사, 집계한 주요 분석 자료로 국가적인 화폐금융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뒷받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7월23일 베이지 북은 8월5일에 있을 연방준비은행 공개시장운영위원회의 이자율 조정, 결정에 기본적인 자료가 될 것이므로 그 내용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전망 때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 이자율을 올려 인플레이션의 억제에 화폐금융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다. 반면 일반 국민경제의 성장이 침체로 몰입할 위험이 많다고 한다면 이자율을 내려 경제활동의 활성화에 역점을 둘 것이다.
베이지 북의 경제전망 보고를 실물경제 성장의 측면과 인플레이션의 측면으로 크게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2008년도 미국 경제의 흐름을 점검해 본다.
첫째 “경제활동의 속도가 지난번 보고 이후 약간 둔화되었다”고 베이지 북은 보고한다. 국민경제가 침체는 아니지만 2008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더 둔화되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실물경제와 관련해서 국민경제 상황을 점검해 보면, 우선 국민경제의 생명선인 소비자 지출은 12개 연방지역 모두에서 ‘서행 또는 둔화’(sluggish and slowing)하고 있다는 보고다. 전자제품의 판매는 괜찮지만 주택 관련 상품의 판매가 ‘약하거나 떨어지고’(weak or falling)있으며, 소매활동 전망은 ‘하락하고 침울하며 저조’(downbeat, grim, and subdued)하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판매의 ‘저조’(weak)는 예상 대로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주택관련 제품의 생산이 크게 타격을 받은 것은 주택시장의 침체와 관련, 예측한 대로이다.
한편 고용주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연속 일자리를 줄여서 노동시장이 경색되어 있다. 6월 실업률이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높은 5.5%를 기록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며, 앞으로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비관적이 아닌 분야도 있다. 식품생산과 수출 분야이다. 식품생산은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전용량 가동일 정도로 활발하며, 수출도 달러의 약세와 해외 경제의 강세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높음’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의 측면은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박이 강화되고 높아지고 있다”(elevated and increasing)고 보고한다.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로 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 동안 2~3%로 안정적인 수준에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이다.
실제로 소비자 물가지수가 6월 들어 한 달 사이 1.1%, 연 5.0%로 뛰었고, 생산자 물가지수도 6월에 1.8%, 연 9.1%로 상위권으로 달리고 있음이 미국 노동통계청의 보고이다. 이는 지난해 후반부터 에너지 값과 원자재 값이 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상품거래시장에서 원유 값이 배럴당 올해 들어 60% 이상 뛰었고, 구리의 뉴욕 현물시장 값이 금년에 25% 이상 폭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 낙관적인 현상은 일반 인플레이션의 추세에 비해 임금이 그리 올라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임금 상승의 악순환으로 고도 인플레이션을 결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전망이다.
종합해서 연방준비은행의 국민경제 전망은 ‘침체’가 아닌 ‘둔화’의 실물경제와 ‘악성’이 아닌 ‘압박’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어정쩡’한 국민경제 실정이라는 것이다. 1970년도에 겪었던 고도실업과 악성 인플레이션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더라도 ‘온건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미국경제가 당면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연방준비은행의 고민이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이자율을 올리자는 소리가 연방준비은행의 일부에서 있지만 경제계의 전망은 연방준비은행이 8월5일 회의에서 현 수준의 이자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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