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신문을 보면 우리 가정의 최고 관심사는 교육이며 자녀교육은 이민가정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인 것을 볼 수 있다. 나 자신도 교육은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미주한인가정의 자녀교육에 대한 꿈은 크다. 미국의 명문대학을 나와 각자의 재능과 기술을 발휘해 무난하게 미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상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기를 자녀들에게 요구한다. 야심 많은 한인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자녀를 아이비리그인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의 대학에 보내고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한인부모들에게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1.5세 작가 이민진이 쓴 ‘ Free Food for Millionaires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다.
미 주류사회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몇 명 안 되는 한인 작가가 쓴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 또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책 소개에 나온 대로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던’ 가난한 이민 생활의 기억을 가진 작가는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한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명문 예일대학과 조지타운 법대를 졸업한 작가는 ‘어렸을 때 고생스러웠던 이민생활’에서 “그 당시 내가 겪었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이 책에 마음껏 담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 놓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뉴욕한인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3명의 여자들 삶을 이야기하는데 스토리의 주인공은 케이시라는 1.5세 여자다. 케이시는 ‘프린스턴을 4년 다니는 동안에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으며 모두들 부러워하는 골프실력과 부유한 친구들 그리고 인기 많은 백인 남자친구도 가졌지만’ 대학졸업 후 물질만능주의 백인사회에 끼어들지 못하는 한인 1.5세다.
소설은 ‘능력이 있는 것은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라고 시작한다. 남들이 동경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케이시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세탁소에서 일하는 부모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딸에 대한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딸은 프린스턴을 다녔을 때의 힘든 고통을 털어놓는다. “미국의 최고 돈 많은 집안 아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견디기 힘든 줄 아세요? 아버지가 세탁소한다고 말하면 이이들은 마치 내가 샤워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멀리 떨어져 나가버려요” 버릇없이 대드는 미국대학 교육을 받은 딸에게 멸시 당하는 게 참기 힘든 아버지는 딸을 구타한다.
케이시는 그런 아버지 집을 나와 여자친구와 실업자이자 도박중독자인 1.5세 남자친구 집에 얹혀살며 심한 낭비를 일삼는 명품 병에 걸려 본인의 수입에 비해 분수에 맞지 않는 쇼핑을 해댄다.
인생의 특별한 목표는 ‘무엇인가 환상적이며 근사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이며 틴에이저 시절부터 피임과 낙태를 경험하고 목표를 위해서는 남자들과 잠자는 것도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는 여러모로 인생의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뒤죽박죽된 재미한인 1.5세 젊은 여자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뉴욕 한인사회는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인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소설에 나오는 백인들 또한 정상적인 인물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작가에 의해 소개된 소설속의 미주한인 커뮤니티 모습이 미 주류사회에 실제의 한인 커뮤니티를 묘사한다는 오해를 심어 한인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염려스러운 점도 솔직히 느낀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각 개인들이 구성원이 되어있는 가정과 지역사회를 거부하고 미 주류사회 특정한 백인 물질만능 위주의 사회에 끼어들려고 할 때 잘못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제시한 소설이다.
한인 1.5세와 2세 자녀들이 경험 할 수 있는 일들과 특히 명문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을 담은 이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교육에 너무나 많은 열성을 쏟고 자녀의 명문대-상류사회 진출을 간절히 원하는 한인 부모들이 읽으면 그 어두운 이면에 실망스럽고 놀라겠지만 이 소설은 1.5세와 2세들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자신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제시하고 있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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