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 년 전, 당시 한림대학교 이사장 되신 분으로 부터 상당한 연구비를 받아 6.25전쟁사를 쓰기 시작했으나 아직 초보단계이다. 그 이유는 6.25전쟁과 태평양전쟁의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밀접하다고 느껴 제1권을 ‘태평양 전쟁터의 한인 위안부와 노무자’로 잡았기 때문이다. 또 이것이 자연스러운 미국의 대한 호감도를 넓혀줄 것이란 확신감도 계산에 넣었다.
그런데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자료가 빈약하여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로 개척한다는 느낌이다. 필요한 것은 집대성한 증언집이나 자료집인데 이런 것이 안보였다. 나는 이미 1992년도에 쓴 위안부에 대한 논문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었다. “나치의 만행에 관한 모든 과거사를 현재에 이르러서는 파묻어버리고 망각해버리는 것이 낫다는 널리 퍼져 있는 사고경향이 비단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Wiesenthal은 화해한다는 것은 무엇이 일어났는가의 지식을 기초로 한 후에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의 글들을 보면 한국인은 너무나 과거사에 집착한다고 쓴 기사들을 더러 보는데 사실은 너무도 한심하게 과거사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렇게 흐지부지 해 둬버리면 정부는 한국사의 역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부터 벌써 16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것을 제외하고는 무슨 위원회니 이름은 많지만 일제 만행을 집대성한 증언집은 아직 없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일이 터지면 덤비고 수그러지면 잊고 만다. 지금 세계 도서관에 이러한 참고자료가 구비되어 있으면 각국 연구자들이 혀를 차고 참고하면서 분쟁이 어떻게 유래되었든 간에 이 조그만 한 섬 하나 큰 죄 지은 일본 왜 내놓지 못하나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제2차대전 후 몇 해 동안의 고통보상으로 폴란드는 큰 독일 고유영토를 물려받고 체코는 독일인이 많이 살던 큰 땅덩어리를 청소했다. 프랑스와 화란은 각자 독일 영토를 합병했다가 1960년대 냉전이 격화되자 일선 방벽이 되는 독일을 배려하려는지 돌려주고 지금은 면적이 수백 헥타르인 Wylerberg만 화란의 소유 하에 있다. 독도는 원래 일본 고유영토도 아니었으니 Wylerberg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나치 하에서 박해받던 유태인들의 보상 경우도 참고로 하여야 된다. 일본의 소위 ‘센가쿠’ 수호 의지는 한국의 독도 수호 의지만큼 견고한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한 미국 문서를 보니 일본이 류큐 왕국을 합병하려고 청국에 그 남쪽 섬들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고 제의한 사실도 있었다는 것이다. 원문을 읽지 않아 단호히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좌우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미국이 이곳을 분규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지도 흥미가 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는 이미 일본을 용서했다고 말했을 때 나의 느낌은 그의 집안이 일본에서 많이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당시 재일교포들은 정말 많이 학대받았다. 불과 며칠 전에 읽은 저명 소설가 후지사와 슈헤이의 회상기가 기억에 새삼스러웠다. 그는 자기 농촌을 도는 한인 아이스크림 행상을 자기를 포함한 아동들이 매복하여 구타하고 기구를 부수고 약탈질을 하는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 단지 한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이 받은 과거 억울한 사건들을 용서한다는 것과 국가과거사를 캐고 보존한다는 것은 판연히 다를 것 이다.
임진, 정유난 당시 일본군을 따라 나선 승려 게이넨(慶念)의 종군일지인 ‘조선 도해일일기’를 보면 부산은 노예매매로 몰려든 장사꾼으로 들끓었고 행군하는 왜군의 뒤를 “바싹 붙어 ?아가 남녀노소를 목에 밧줄로 묶고 몰아가면서 걷지 못하면 뒤에서 몽둥이로 치면서 몰아붙이고 있다”는 기술 같은 것은 반드시 증언자료집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동남아 일대에 뿌려진 한인 노예들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한국인처럼 한 나라에 일방적으로 당한 예는 세계사에 매우 드물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는 체코는 이러이러했는데 한국이 억울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것이다.
독도문제는 장기전일 수밖에 없다. 소원하는 바는 남은 이 대통령 4년 여의 통치기간, 그의 리더십 밑에 수십 권의 일제시대 증언집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언집을 영어로 번역하여 대외적으로 인식시키는 작업은 교포들의 몫일 수 있다. 이러한 자료집을 읽음으로써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의 독도수호의지를 좀 더 이해 할 것으로 사료해 본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제의한다.
첫째, 대한민국 대통령은 다음 일본수상과 회견할 때 반드시 김충선 장군 연고지 대구 녹동서원에서 성사시켜야 된다. 고이즈미는 한인 납치 연고지에서 성사시켰다.
둘째, 금년 11월 총선거에서 한인 시민권자들이 적어도 기왕 투표 평균수의 3배는 투표하도록 한인단체들은 독려에 나서야 된다. 특히 전략적인 요충지인 북버지니아, 또 남가주에서는 총력을 집중하여야 된다. 바람직한 인물의 당선을 위하여 cross-over를 마다하지 않아야 된다. 민주당 정부가 소련에게 폴란드의 영토합병과 괴뢰정부의 수립을 인정했을 때 일리노이 시카고 일대의 강력한 폴란드 출신 시민표 반발을 두려워하여 발표를 선거후로 미룬 경우를 참고로 하자.
셋째, 겸허하게 유태단체들의 투표패턴을 배우고 유대를 강화하여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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