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대서 52세가 되도록 감옥을 제집 드나들 듯이 출입하다가 늦게야 예수님을 체험하고 갱생해서 지금은 또 다른 신분으로 벌써 몇 년째 감옥에 들어가 간증해주는 친구 사역자가 있다. 이름은 샌디 잭슨 (Sandy Jackson)이라고 하는데, 생생한 체험담으로 어떻게 마약과 싸워 이겼나를 아주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기 때문에 많은 재소자들이 귀담아 듣고 또 큰 도전을 받는 아주 귀한 사역자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며칠 전 집으로 전화해서 대니얼 티구에로스(Daniel Tigureros)라는 채플린이 지병으로 돌아갔다고 하며 꼭 그의 장례식에 가야 된다고, 또 유가족과 그가 벌려 놓은 사역을 위해 헌금도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전화하며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그 대니얼이라는 채를린은 샌디가 간증 때마다 그에게 예수님을 만나게 해주고 또 오늘날의 사역자로 키워준 은인으로 소개를 해주었기 때문에 아주 친분하게 느껴지는 분인데, 그분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은 그 분이 간염합병증으로 사역을 지속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분이 감당하던 시간대의 일부를 물려받으면서였다. 워낙 열심히 하던 분이라 한 사람이 다 이어받지를 못하고 여러 채플린이 나누어 하는데도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시간대가 있을 정도로 열심이시던 분이다. 또 감옥안에서 뿐만 아니라 출소자들 중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먹이고 재우면서 재활하도록 도움을 주셨고 그러다가 열 명이 넘게 양자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고마운 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대중이 읽는 LA Times나 TV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분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몇 가지 놀란 점이 있는데, 이런 분이야 말로 삶의 참 기쁨을 알고 지낸 분이고 우리가 알아서 유익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놀란 것은 필자가 유일하게 까만 양복을 입고 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와이에서 많이 입는다고 하는 화려한 옷을 입고 왔다. 그 이유는 출신지가 바닷가 시골인지 마지막 날 주위에 둘러싸인 친지들에게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있는 바닷가가 보인다”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상태로는 근처 바닷가에도 데려다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다가 그가 곧 숨을 거두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끼리 그 안타까움을 달래는 의미에서 장례식에는 바닷가 옷을 입고 가자고 의견을 일치했다고 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가족들과 자녀들이 모두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큰 사업가나 정치가는 없었어도 그래도 맡은 바 사명을 모두 잘 감당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본인이 40이 가깝도록 범죄조직의 멤버로서 음지에서 살았었고 28년 전에야 감옥안에서 전도를 받고 변화된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목사님들이 흔이 드는 예화들 중에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라는 선교사의 자녀와 당시의 재벌들의 자녀들을 비교해 본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얘기를 요약하면 선교사의 자녀들은 정치계, 교수, 의사 등으로 존경받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는데 반해, 재벌들의 자녀들은 감옥에 가고 자살한 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불과 3세대 안에 입지가 완전히 추락했다는 얘기이다.
그날 마치 그 선교사의 집안을 재현한 것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들의 자녀뿐만이 아니라 와서 조사를 하면서 그를 자기들의 생명의 은인으로 높여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바닥에서 친척이고 주위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포기했을 때, 그는 그들 안에 잠재한 가능성을 보고 그들을 믿어줘서 새로운 출발을 할 용기를 얻게 해주고 지금은 그들이 깔끔하고 건장한 모습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어느 인종과 민족에 국한 된 것이 아니고 흑인인 샌디를 비롯해서 백인, 히스패닉 등 완전히 인종과 피부색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뿐인 것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종박람회라고 하는 LA에만 하더라고 천여 개가 넘는 한인교회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인일색인 한인교회가 한번 깊이 고민해 볼 만한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그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를 보내며 애도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 그의 삶을 부러워하는 나머지 그의 죽음마저도 부러워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도 얼마나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분을 기억하며 여러 사람들이 인용한 성경구절이 그분이야말로 선한 싸움을 싸웠다(디모데후서 4:7)는 것과, 그분의 삶이야말로 은혜와 평강이 풍성했다(베드로전서 1:2)는 구절이다. 그리고 어떤 역경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상기시켜 주어 또 한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 사람이었다고. 그래서 본인의 마지막 싸움에서도 끝까지 믿음과 기쁨을 잊지 않고 “내 영혼 평안해”(“All is well with my soul”, 찬송가470장)라고 다짐해주던 분이었다고.
요즘 신문에서는 은행들이 직면한 위기와 전쟁의 소문으로 불안해하며 이런 불안의 소식들이 지면과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 무명의 채플린을 보내며 느낀 것은, 솔로몬왕의 말대로 이런 장례식이라면 웬만한 잔치 집보다 낫겠구나 하는 생각이다(전도서 7:4).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서도 그 채플린이 받은 사랑만큼은 사랑받아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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