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서부조 3위로 밀려나.
탬파베이 레이스의 전반기 돌풍은 거셌다. 특히 5월의 레이스는 무적에 가까웠다. 무서운 기세는 전반기 막판까지 뻗어나가지 못했다. 레이스 돌풍의 핵이나 다름없는 좌완에이스 스캇 카스머(Kazmir)의 성쇠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 것이다. 메이저리그 4년차인 카스머는 5월10일부터 6월6일까지 6차례 선발출격에서 0.88의 경이적 방어율을 남기며 6전승을 거뒀다. 이후부터 올스타전까지는 7차례(15일 올스타전 포함) 등판에서 1승4패를 기록했다. 방어율도 4.97로 폭락(숫자로만 보면 폭등)했다.
지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동부시간)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카스머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의 테리 프랑코나(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은 카스머를 기용하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레드삭스의 발목을 붙드는 레이스 소속이라고 물먹이려는 건 물론 아니었다. 반대로, 전전날 출격을 해 하루밖에 쉬지 못한 카스머를 극진히 배려한 것이었다.
레이스구단도 그걸 원했다. 프랑코나 감독은 9회가 돼도 연장 10회가 돼도 11회가 돼도 꾹 참고 카스머를 쓰지 않았다. 올스타전 중계팀은 아예 공치는 날로 생각하고 편히 쉬는 카스머를 비춰주며 휴식이 짧아 뛰지 못할 것이라고, 프랑코나 감독이 그랬다고 두어번 소개했다.
그러나 카스머는 결국 마운드에 서야 했다. 경기가 연장 15회까지 가면서 투수란 투수는 다 써먹은 터라 도리가 없었다. 저녁 8시부터 4시간이 훨씬 넘도록 올스타전을 넋놓고 구경만 하던 이 올스타 투수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부랴부랴 몸을 풀고 경기에 참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바로 뒤 15회말, 아메리칸리그가 장장 5시간 가까운 승부를 끝내준 결승점을 뽑아준 덕분에 당초 뛸 생각도 안했던 카스머는 올스타전2008 승리투수가 됐다.
카스머가 올스타전 승리를 보약삼아 화끈하게 부활했다. 상대는 오클랜드 A’s. 전반기 마지막 2경기에다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 후반기 첫 3연전까지 내리 5차례 패배를 당한 A’s로서는 연패탈출 길목 전투에서 하필이면 되살아난 카스머를 상대하게 된 것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여지없이 패배했다.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A’s는 21일 아메리칸리그 이스트 디비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카스머의 구위(7이닝 2안타 4볼넷 9삼진 0실점)에 눌려 점수는 고사하고 안타다운 안타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0대4로 무릎을 꿇었다. 기죽은 A’s 방망이는 카스머가 위력피칭 본때를 보이고 내려간 뒤 각각 8회와 9회에 마운드를 이어받은 그랜트 벨포어와 J.P. 하월을 상대로도 오금을 기를 펴지 못했다. 9이닝 내내 안타는 2번밖에 못먹이고 삼진은 10번이나 먹었다. A’s의 6연패는 2007년 7월6일부터 17일까지 9연패 이후 가장 긴 수렁이다.
이번 6연패를 당하는 동안 A’s가 뽑은 점수가 도합 9점밖에 안된다. 게임당 1.5득점에 불과했다.
이날 3투수 합작 완봉승으로 레이스는 올해만 9차례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A’s는 9차례 영패를 당했다. 밥 게런 A’s 감독은 뉴욕에 가서도 호투게임을 봤는데(양키스 투수들의 호투로 졌는데) 오늘밤에는 카스머가 정말 야무진 피칭을 보였다고 놀라워했다.
레이스의 조 매던 감독은 이거야말로 그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다음 스타트(선발피칭)까지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간만에 1승을 추가한 카스머(8승5패)는 아주 기분좋다면서도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 걸, 하는 기분이라고 전반기 막판 슬럼프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A’s의 선발투수 대나 이블랜드는 7이닝동안 4실점(2홈런 포함 4안타, 4볼넷, 4삼진)으로 시즌 7번째 패배를 당했다. 그가 올해 승리맛을 본 것도 7차례다.
레이스의 신예 에반 롱고리아는 3회말 첫득점 물꼬를 트는 적시타를 터트린 데 이어 5회말에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19호)을 쏘았다. 롱고리아는 이로써 올해만 두번째 3게임 연속홈런을 기록했다. A’s는 라이언 스위니가 1회초 1사후 첫 안타를 친 뒤 4회초 잭 커스트가 2사후 안타를 친 것 이외는 헛방망이질로 일관했다.
4차례 얻은 선두타자 볼넷마저 거듭된 후속타 불발에 점수 이전에 득점권 기회까지 이어지지도 못했다. 60승고지(58승40패)를 2보 앞에 둔 레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간격을 1.5게임으로 늘리며 이스트 디비전 선두를 지켰다. 50패고지(51승48패)를 2보 앞둔 A’는 선두 LA 에인절스 따라잡기는커녕 어느새 뒤따라온 텍사스 레인저스에도 덜미가 잡혀 0.5게임차 3위로 밀려났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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