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릴수록 다양한 게임이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정답만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사고력을 억제한다.
‘무엇’보다 ‘어떻게’ 더 중요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다 보면 수없이 듣게 되는 말이 ‘크리티컬 딩킹’(Critical Thinking)이다.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비판적 사고’라는 말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탐구적 사고’라고 볼 수도 있다. 개념이나 인식에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한다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떤 결과를 향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요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이 단어는 미국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대부분의 수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하는 이 학문적 기술을 어떻게 자녀에게 배양시킬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소개한다.
■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질문을 하라
한 가지 정답을 내놓는 질문 대신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창의적인 자기 의사 또는 판단을 내놓을 수 있는 질문을 어릴 때부터 묻는 것이 시작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책을 읽고 있니?”라는 묻는다면 당연히 아이는 “예스” 또는 “노”란 아주 간단한 대답을 하게 된다. 사실 이 같은 질문방식은 한인 학부모들, 특히 1세들의 경우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미국화된 아이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녀와의 대화에서 단답형 대화만 나누다 보면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아이의 생각 등을 파악하는데 당연히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 자녀가 책을 읽고 있다면 “다음엔 무슨 얘기가 이어질까?” “왜 주인공이 그런 식으로 행동했지?” 등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범주를 정하고 분류하는 게임을 즐겨라
이 같은 게임은 나이가 어린 자녀일수록 사고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분류를 할 줄 안다는 것은 해당되는 것을 찾고, 분별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해 진다.
예를 들면 취학 전 아이라면 식물과 동물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고, 이 같은 게임을 하면서 ‘왜 서로 다른지’ 등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그룹활동도 도움이 된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녀는 또래 아이들의 생각하는 과정 또는 방식을 접하게 된다. 또 각기 다른 다양한 의견과 문제 해결 방식을 직간접으로 배우거나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판단이나 생각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대화법으로 아이가 올바른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 자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자녀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바로잡는 것은 분명히 부모의 역할이다. 물론 아주 중요한 일이라면 부모가 간섭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어떤 일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그 결과를 놓고 자녀에게 “네가 내린 결정에 대한 느낌이 어떠니?” 또는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건데?” 등의 대화로 첫 선택에 대한 자연스러운 스스로의 평가를 유도해 내도록 한다.
이와 함께 주말 스케줄이 있다면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일일이 그 내용을 말하지 않고, 리스트를 만든 뒤 자녀에게 플랜을 세우는 연습을 시키는 것도 유익한 교육방법이다.
■ 패턴을 만든다
집에서 가족이 텔리비전을 시청하든, 함께 차를 타고 어디를 가던 생활화가 필요하다.
프리웨이를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과 여러 가지 모양들의 안내판, 광고물 등을 놓고 색깔에서 형태 등 여러 이슈로 아이의 판단이나 생각을 물어보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고, TV에 나오는 내용을 실제 생활과 연결시켜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아주 효과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전문가 인터뷰
프린스턴 아카데미 폴 허 원장
“대화하는 집안 분위기 만들어야”
“비판적 사고는 미국의 수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 같은 생각하는 능력을 갖춰야 결국 critical reading과 writing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학에서도 응용력을 키우게 될 수 있습니다”
폴 허(사진) 프린스턴 아카데미 원장은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이에 대한 개념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집에서부터 이같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대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원장은 “비판적 사고는 결국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나중에 자녀가 성장해 풍요롭고 질높은 삶을 이어가는데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이와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연령인 프리스쿨 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훈련을 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아이가 묻는 질문을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상세한 내용의 답변을 바탕으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이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어떤 차의 타이어를 보며 “왜 저렇게 타이어가 클까?” 하고 질문했을 경우 개인의 취향이나 자동차의 특징, 아니면 운전자의 목적 등을 놓고 다각도의 의견을 내놓는 대화법을 자주 갖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면서, 만약 자녀가 아직 중학생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이같은 대화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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