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보다 코치가 되라
대학 신입생을 둔 부모들은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돌아와 자녀 방을 정리하며 눈물짓는 한편 고교 주니어나 시니어를 둔 부모들은 “집 떠날 때가 다가오니 정을 떼고 가려는지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다”며 손사래를 치곤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과 부모와의 관계,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하면서도 자아가 팽팽하게 맞부딪힐 때는 싸늘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자녀 위를 뱅뱅 맴돌다가 문제가 있을 기미라도 보이면 제각 내려앉아 소화기를 들이대는 ‘헬리콥터 형 부모’는 자녀의 진정한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없는 ‘인공위성 형 부모’는 자녀를 경쟁적이거나 사납게 만들 염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적당한 조력을 받지 못하면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이 생기는데 이 두려움이 사람을 사납게 만든다는 것. 수험생 부모노릇 잘하기, 그 해법을 찾아보자. 2008년 US뉴스 &월드 리포트지의 ‘아메리카의 가장 좋은 대학들’을 참조했다.
진학 상담·대학 탐방·SAT준비
간섭 말고 스스로 하도록 도와야
■진학 상담의 대상은 부모가 아닌 학생이다
고교의 진학담당 카운슬러나 사설 카운슬러를 만날 때 부모는 주로 듣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이력서나 활동 DVD 까지 건네주며 어디를 지원할 것이라고 장광설을 펴는 것보다는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에 대해 스스로 카운슬러와 상담하도록 비켜 앉아주는 것이 예의이다. 대학에 가는 것은 자녀이지 부모가 아닌데 자녀보다 더 앞장서서 설치는 것은 자녀나 카운슬러 모두에게 모양새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온 마음을 다해 현실 파악을 제대로 한다
아이비와 UC만 대학이 아니다. 미국에는 3,000여개의 대학이 있고 각기 분위기와 스타일이 다르다. 아이의 성적과 표준시험 점수, 공부하는 스타일, 취미, 관심도에 맞는 학교를 자녀 스스로가 편안히 찾아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뛰기도 버거운 아이에게 날것을 강요하는 부모는 심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라는 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정관의 주목을 끌 수 있다면 보다 입학이 쉬워진다. 후한 점수를 쳐주는 학생의 매력 포인트는 각 대학마다 다르므로 이를 조사해볼 필요는 있다. 참고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아이비’와 ‘버클리’라는 단어만 꺼내도 거부 반응을 보인다.
■대학탐방은 가족의 재미있는 행사정도로 간주 한다
떠나기 전 충분히 자녀의 의견을 듣고 현장에서도 어드미션 오피서나 재학생, 교수에게 질문하는 것은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어야 한다. 자녀는 침묵하고 있는데 부모만 빼곡히 노트에 받아 적고 열나게 질문해대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부모는 듣는 사람이어야 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자녀여야 한다.
■ SAT시험에서는 코치여야지 매니저여서는 안 된다
주니어 때부터 SAT나 ACT를 치게 될 것이다. 그냥 하나의 또 다른 테스트정도로 너무 가볍게 여겨서도 곤란하지만 중학교부터 준비시켰는데 더 시키지 못해 안절부절 한다면 문제가 있다. 자녀에게 가고 싶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점수가 어느 선인지 먼저 물어보고 그 점수에 도달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같이 의논한다. 강점과 보완해야 하는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등록 마감일을 놓치지 않는 것. 이 부분은 부모가 신경써주면 도움이 된다.
■에세이는 재검토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
부모는 대학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훤히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은 너싱홈 운영자인데 연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에세이를 다시 고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정관들은 에세이를 읽어보면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아니면 순수한 17~18세의 목소리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후자가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내용보다는 문법이나 문맥정도 수정해주는 선에서 부모의 역할을 그친다.
■통지서가 오면 자녀를 격려하고 현실을 인정한다.
목표 대학 2곳에서는 합격, 도전 대학 2곳은 불합격, 꼭 가고 싶은 제1지망 대학에서는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연락이 4월에 왔다고 하자.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대학의 전 스탭에게 전화로 로비를 벌여봤자 별로 효과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네가 선택한 대학이 네게 가장 좋은 대학”이라고.
■재정문제는 대학 지원 전부터 상의해야 한다
합격통지서가 날아든 후 그곳은 재정형편이 안 되니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지원 전에 그 곳의 학비, 교통비, 물가 등을 감안해야 한다. 집 떠나기 전에 재정계획, 용돈관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므로 평소에도 이에 대해 자주 얘기를 주고받도록 한다. 예산 세우기, 저축요령, 남을 돕는 돈 미리 떼어놓기 등도 미리 미리 익혀놓으면 `평생 재산`이 된다.
■‘굿바이’는 요령있게
영원토록 자녀를 입맛으로 붙들어 두려고 햇반과 라면을 우송하고 해장국과 설렁탕은 얼려서 택배로 부치는 엄마들, 자녀가 기숙사로 떠난 후 집을 정리해 자녀 캠퍼스 근처로 이사가는 부모도 곤란하지만 아이가 대학으로 떠나자마자 아이 방을 덴으로 바꾸는 등 그의 흔적을 없애는 부모 또한 생각이 짧은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사이’ 이다. 간격을 유지할 줄 아는 성숙함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끈을 계속 달고 있어 ‘덜 떨어진 아이’ 가 되게 하지 말고 적당할 때 관계의 끈을 놓아줄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대신 아이가 오고 싶을 때는 항상 올 수 있도록 아이 방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대학 시메스터는 고교의 시메스터보다 짧고 또 생각보다 집에 올수 있는 기회도 많다. 여름방학, 봄방학, 겨울방학, 롱 위켄드, 추수감사절 등.
■연락은 적당하게
매일 셀폰이나 전자 메일로 연락을 하건,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연락을 취하건 그건 부모와 자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웨이크 업 콜로 아이를 깨우거나 쇼핑 품목을 정해주거나 그날 입을 옷을 지적해 주는 식의 마이크로 관리는 곤란하다. 자녀도 부모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캠퍼스에서 조력자를 찾도록 유도한다
기숙사로 떠난 아이의 전화음성이 우울하다고 당장 전학을 고려한다면 과잉반응이다. 기다려보고 자녀에게 주위에서 도와줄 사람을 구해보라고 얘기한다. 첫 학기의 성장통은 의례 거치는 통과의례이다. 그러나 문제가 지속된다면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질병이나, 알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수가 있다. 기숙사의 제지던트 어드바이저에게 전화, 상황을 알아보고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
부모는 잔소리 않고 자녀는 연락 자주
대학에 가는 자녀와 부모의 계약(독립 선언서)
■부모가 자녀에게 지켜야할 서약
1. 지원서 작성 때는 돕는 선에서 그친다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 하지 않는다. 자녀가 요청하면 돕는 선에서 그친다. 주인공이 자녀임을 인정한다.
2. 재정계획은 같이 세운다.
아직은 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자녀가 움직여 줘야 한다.
3. 문제가 생겼을 때는 듣고 충고 한다
캠퍼스에는 충분히 도와줄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용기를 주는 선에서 뒤에서 지켜본다.
■자녀가 부모에게 지켜야 할 점
1. 부모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부모가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걱정되고 우려되고 화나 있다는 이유로 녜, 아니오라고만 대답해 부모의 화를 돋우지 않는다.
2. 동의하지 않아도 부모 의견을 듣고 존중한다.
비록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기본 마음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3. 전화, 전자 메일로 연락하고 방문도 한다.
대학은 더 이상 고교가 아니다. 그러나 친구 집은 방문하면서 부모 집은 빼놓는 `생각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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