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가격은 곧바로 200달러로 뛸 것이다. 300, 4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다. 증시는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미국을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그뿐인가. 테러공격이 파상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감내할 있나.”
‘미국은 이란 공격에 나설 수 있을까’-언제부터 제기된 질문이었나. 그 질문에 대한 일부의 정해진 답이다. 제3의 오일쇼크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동시에 3곳에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레임덕 상태의 부시가.
현실을 직시한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야기가 그런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뭔가 티핑-포인트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게 아닌가, 현재의 상황은’ - 무력시위에서 무력시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해 대두되는 또 다른 시각이다.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멸절시켜야 한다.” 회교혁명정부 이란의 지속적인 위협이다. 동시에 중동의 패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이란은 숨기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홀로코스트’(holocaust · 대학살)를 경험한 이스라엘이다. 그런데 공공연한 대학살 위협이라니. 그 이란 회교혁명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위기감의 발로에서 나온 맞대응 경고다.
말싸움이 잇단 무역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대대적인 군사충돌의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 독일 외상 조슈카 피셔가 바로 이 같은 비관론자의 하나다.
이라크전쟁 이후 중동의 정치지도는 크게 달라졌다. 이란·시리아·헤즈볼라·하마스, 그리고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가 한 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또 다른 축을 이루었다. 이 양대 세력의 대립의 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석유가 앙등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이 양대 세력의 충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핵무장은 세력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그 가능성이 그런데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제재도 효과가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앞장 선 수년간의 외교 노력도 실패작이다. 결국 이란의 콧대만 높여준 셈이다. 이스라엘은 점차 초조해지고 있다. 그 ‘이란 핵공포’를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도 공유하면서 서서히 라인-업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유화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 “사활을 가늠할 군사적 충돌은 명백한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조국의 안보수호를 위해 어떤 임무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나오고 있는 말들로, 이 ‘초조감의 표현’을 피셔는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의 접촉이 잦아졌다. 미 합참의장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모사드 책임자, 그리고 합참의장이 미국을 방문한다. 이 역시 주목 대상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우라늄 농축이 끝나는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면 ‘기회의 창’은 점차 닫혀 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11월대선 후 미국의 대권향방을 알 수 없어서다.
현재로서는 버락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시 된다. 그 경우는 이스라엘로서는 비관적이다. 따라서 나오는 이야기는 11월대선 이후에서 1월20일 이전, 그러니까 부시가 대통령직에 있을 때 어느 시점이 이란 공격의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러면 이란 공격의 엄청난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핵 무장 이란’과 ‘엄청난 모험’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라는 거다. 이란의 핵무장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교정권 이란은 ‘국민국가’(nation-state)라기 보다는 혁명세력으로 보아야 한다. 때문에 이란과 진지한 협상은 기대할 수 없다.”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는 또 다른 지적이다.
공산혁명 이데올로기 지배를 받고 있던 과거 소련이 그랬다. 나치 히틀러도 마찬가지다. 공산체제가 무너졌다. 이후 탄생한 러시아와나 서방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이 가능했다.
회교근본주의 지배 세계를 꿈꾼다. 종교적 광신에 들떠 이란은 스스로를 중동의 패자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물론이고 어떤 체제도 배격한다. 이란 핵 저지 외교노력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다음 궁극적으로 오는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이성과 상식이 지배할 때 전쟁은 있을 수 없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성이 마비됐다.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모멘텀이 상황을 압도한다. 그런 경우 빨려들 듯이, 불가항력적으로 발발하는 게 전쟁이다. 중동사태가 점차 한계상황 향해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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