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류보고 정정하지 않은것 문제 비판
靑, 합참관계자 문책않을 듯..여론에 달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 금강산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13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피격사건을 처음 접한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까지 무려 2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청와대 내부의 보고체계 및 위기관리에 대한 참모들의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격사건 당일인 지난 11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청와대 상황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시간은 오전 11시40분께이고,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으로, 1시간 50분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신속히 1보가 이뤄지고 관계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유기적인 대응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 접수된 처음 보고가 `러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었으나 어쨌든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이 대통령도 우리가 통상적인 행정마인드로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긴급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늑장보고’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이 현대측에 의해 통일부에 보고되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을 통해 나한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이나 참모진 모두 청와대 내부의 위기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늑장보고가 관련자 문책 등 처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가 늦은 것에 대해선 이런저런 당시 상황이 있었지만 변명의 여지 없이 당연히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직접적인 책임론이 제기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늑장보고는 청와대의 `부실한’ 위기관리시스템상을 감안할 때 애초부터 예견됐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현재의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은 직전 참여정부 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가 없어지면서 생겨난 조직으로, 팀장의 직급이 1급에서 2급으로 격하됐고 인원도 20명 안팎에서 15명으로 줄었다.
특히 조직이 임시조직인 데다 소속도 이전 대통령 직속에서 대통령실장 산하로 재편되면서 조직 내부의 위상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긴급상황 발생시 대통령에게 직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기정보상황팀은 애초 `일단 6개월 정도 운용해 본 뒤 개선점을 찾아보자’고 가동한 임시조직이라면서 중간단계로 가동 3개월 후 중간평가를 실시키로 했으나 최근 내부 조직개편 등으로 청와대가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아직까지 그마저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재 위기정보상황팀 개선 방안을 포함,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직접 질책하면서 개선책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관광객 피격사망 사실을 보고받고도 남북간 전면적 대화 제의를 골자로 한 국회 개원연설을 강행한 것이 적절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원고 수정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일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보고 시간이 좀 더 빨랐다면 이 대통령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의 잘못된 `질병사 추정’ 보고가 정부의 초기 상황판단에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청와대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정부 일각에서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참의 보고가 혼선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합참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다만 합참이 나중에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합참이 잘못 보고한 사실을 알았으면 추후 정정보고를 했어야 한다면서 경위야 어찌 됐건 정정보고를 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청와대가 합참의 질병사 추정 보고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엄존한다. 청와대가 통일부 등 다른 정부 채널을 통해 속보를 계속 보고 받는데다 희생자 사인(死因)에 대한 혼선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총격사망이냐 질병사망이냐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은 시간은 5분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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