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고문)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의 먹구름은 오일가격의 고공행진과 인플레의 심화로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유가와 원자재, 곡물의 가격 상승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인플레 현상이 일시적 수급 차질로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즉 1970년대의 오일파동은 산유국들의 감산조치 때문에 발생했었다. 그러므로 OPEC 국가들이 감산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석유 가격이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신흥국가들의 공업화가 촉진된 결과 전세계의 석유 소비량이 엄청나게 증가하여 수요가 급증했다.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원자재나 곡물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더우기 석유가격의 상승이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제품의 생산 단가를 인상시키고 있고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게 되자 유동성이 증가함으로써 인플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고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니 경기가 자연히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는 경제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어 공화, 민주 양 당의 대선후보들이 경제공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감세정책으로 고용증대를 꾀하겠다고 하고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고액 소득자의 세금인상으로 서민층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 듯 하다.개인과 사업체의 세금을 줄여서 고용을 증대하겠다는 것은 경기를 부양하는 교과서적인 방법이
다. 기업은 세금이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간다. 기업으로 돈을 벌고 개인이 열심히 돈을 벌어도 세금을 많이 내게 되면 실수입이 적어지므로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 세금 때문에 못해 먹겠다는 소리가 나오면 기업이 확장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주세가 없는 델라웨어에 회사 등록을 하는 것은 세금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금을 줄여주면 기업이나 개인의 실소득이 많아져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이 실소득이 과연 얼마나 재투자되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도 감세를 공약하지만 그는 서민층의 감세로 가용소득을 늘리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금을 높이겠다는 주장이다. 이는 경제부양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사회복지의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 말하자면 경제가 어려워서 영세 서민들의 생활이 타격을 많이 받으니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빼앗아 서민층의 부담을 경감시켜 보겠다는 발상이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그의 발상에는 기업과 부유층의 세 부담을 늘릴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고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후보가 부유층이라고 보고 있는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은 현실적으로 부유층에 넣을 수 없는 계층이다. 연소득 25만달러이면 월 2만달러 정도이며 세금을 떼고 나면 1만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인들의 경우 웬만한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대개 이 수준을 넘는데 이들은 애써 모은 돈으로 사업체를 늘려서 고용을 더 창출하는 부류들이다. 미국에서 세금을 때려야 할 부유층은 10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거나 특히 고액의 불로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인 것이다.
지금 미국의 경제는 날이 갈수록 추락하는 추세이다. 지난 9일 발표된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제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며 2050년에는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의 2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케인 후보의 감세정책이 특효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며 특히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경제성장보다는 서민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오바마 후보의 경제정책은 미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있다.
미국이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고 2등 경제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신규 투자와 고용을 증대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채택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미국을 만들지 말고, 19세기 중반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경제공약이 없다. 제대로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라면 이렇게 미국을 살리는 경제공약을 제시해야 하고 우리는 그런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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