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7월9일, 일본 훗가이도 도야코 윈저호텔에서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따로 만났다. 8월 초, 부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이 예정된 탓인지두 정상의 만남은 왠지 썰렁하게 느껴 진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인생이라는 게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다. 의도한대로 쉽게 되지 않는 법”이라며 “임기 초에 어려움 겪은게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위로 했다는 소식이다. 못 본척하는 것 보다야 보기 좋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편에 서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면, 참으로 ‘전화위복’을 바란다면 허울좋은 말 만이어서는 않될 것 이다. 통 큰 선물 하나쯤 마련하고 서울땅을 밟어야 할 것이다. 환영의 물결이 촛불과 함께 춤 출 수 있게 된다면,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은 말 그대로 동북아 평화의 축으로서 제 몫을 다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승리하는 지름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을 꺼내자, 부시 대통령은 즉각 “한-미FTA를 말하는 게 아니냐”고 응수한 뒤 “반드시 추진해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면 “미국 대통령의 말” 그대로 무개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뒷 말이 무성하다. 부시 대통령은 뒤이어 “의회통과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대해 추진해 갈 것”이라며, “이른바 쇠고기 문제로 (한·미FTA에 대한)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 젔다”고 덧붙였다. 촛불시위에 밀려 추가협상에 임한 앙금이남은 탓인지 뒷맛이 않좋다. 뭔가 종(鐘) 친 기분이다.
지금 이자리에서까지 생각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흉중을 가늠할 수가 없다. 주고 받는 “갑과 을” 싸움이라면누구보다 왕도를 터득한 터다. 새로운 한·미관계를 위하여 아무리 화끈한 선물이 필요한 때라 해도 그렇다. 주었으면 뭣인가를 기필코 받어 낼 “MB”라 생각했다. “캠프 데이비드 만찬장”에서 챙길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빈손, 헛탕이다. 뭣이 잘못인가.
그렇기에 “광우병 괴담 정국”을 몰고 온 촛불문화제의 불씨를 다시보게 된다. 거리로 뛰처 나온 ‘초·중·고등학생’들의 목소리와 기세는 새로웠다. 새 길을 닦고, 또 다른 한·미 관계의 물꼬를 텄다. 설 익은 것 같아도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이고, 지켜 보아야 할 몸짓이다.
거짓된 정보에 속지말라,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진실은 언제나 이긴다”는 확신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저들과 눈을 마주하며, 먼저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2002년 촛불을 되새길 수도 있다. 성조기를 태웠던 거친 반미감정을 이야기하는 입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이후 타오른 촛불과 함성은 결국 한·미관계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주권국가의 자립·자율·자주(自主)라는 자리에서 보면 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된 것이다. 언젠가 찾아야 할 것을 찾은 것이다.
누구는 “붉은 악마”들의 붉은 색이 뿜어 내는 그 힘을 보았을 것이다. 천지를 뒤 흔들었던 그 함성과 열기와 화합과 일치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드높은 성취와 함께…. 2002년, 한민족의 혼불이 하나로 타 오를 때 “일곱살에서 열 아홉살”아들·딸들이 2008년5월, 촛불문화제의 불씨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아들·딸들의 열정을 역사의 함성으로 지켜 볼 수 있어야 한다.’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면 누구하고도 맞짱뜨겠다는 저들이다. 촛불들고 “광장”으로 뛰처 나오는 “청순과 젊음”을 지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이 바로 역사 발전의 엔진이고, 실체임을 알어야 한다.4.19의거로부터 6.3,5.18,6.10항쟁에 이르기까지 그 때, 그 자리에는 바로 “자주”에 눈 뜬 저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윈 촛불 잿더미속에서 실속을 찾는 눈들도 있다.“쇠고기 국정조사”로 한 몫 챙기겠다는 얼굴도 나타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9일,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를 오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38일간 실시키로 전격 합의, 기식이 엄엄한 “이명박 정부”의 목줄을 한번 더 조여 보겠다고 나섰다. (연합뉴스 7/10 참조)
촛불시위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것인지… 서울 광장과 여의도 광장에서 맥없이 주저 앉을지도 모르는 앞 날, 정말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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