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클랜드 A’s 팬들은 두 번 놀랐겠다. A’s가 시속 100마일 가까운 강속구를 펑펑 뿌리는 우완 선발투수 리치 하든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했다는 보도가 첫번째 놀람뉴스다. 이 소식은 낮에 전해졌다. 두 번째 놀람뉴스는 밤에 이뤄졌다. 이곳저곳 유혹을 뿌리치고 A’s에 남겠다고 했던 저스틴 둑셔(*실제 발음에 가깝게 이번부터 표기를 둑셔로 변경함)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리치 하든, 시카고 컵스행 =
“그럼 수요일(9일)엔, 내셔널리그 센트럴 디비전으로 누가 트레이드될까? 요한 샌타나? 로이 할러데이? 크리스티 매튜슨? OK, 실은 그 누구도 아니다. 그러나 화요일(8일)에 이뤄진 리치 하든의 컵스행은 별안간에 메이저리그의 모든 길은 중부시간대로 통한다는 걸 입증한다.
ESPN.com의 시니어 라이터 제이슨 스탁은 8일 하든의 컵스행 기사의 첫머리를 이렇게 장식했다. 역시 NL 센트럴 디비전 소속인 밀워키 브루어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부터 사이영상에 빛나는 거함좌완 CC 사바티아를 영입한지 하루만에 시카고 컵스가 리치 하든을 들어앉힌 걸 두고 재미있게 묘사한 것이다. 유머와 풍자로 무장한 이 평론가는 또 사바티아가 브루어스(양조업자들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브루어스가 있는 밀워키는 술 빚는 고장으로 유명하다)의 샴페인 맛을 되살려준다는 보장이 없듯이 하든의 리글리필드(컵스의 홈구장)행 역시 컵스의 근 100년 묵은 저주(월드시리즈 무관을 의미)를 지워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하든이 상대를 압도하는 선발투수란 점 하나는 컵스도 알고 야구를 아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컵스의 선발마운드는 카를로스 잠브라노, 테드 릴리, 라이언 뎀스터 등에다 하든까지 더해 한층 강해질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컵스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스탁은 애정어린 염려와 불길한 예감이 깃든 사족을 달았다. 하든의 부상 이력이다. 실제다. 그는 7, 8회에 가도 98마일 99마일 100마일 공을 펑펑 뿌리고 제구력 또한 일품이지만, 부상 때문에 함량만큼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불뿜는 강속구로 2004년과 2005년 연속 10승 이상 기록한 하든은 부상으로 2006년에는 채 10경기에도 나오지 못하고 4승0패에 그쳤다.
지난해엔 더 심해 7경기(그나마 3게임은 구원등판)에서 1승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부상치레는 올해도 이어졌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개막전 쾌승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한달동안 그의 이름은 승리투수란 대신 부상자명단(DL)에 있었다. 5월 중순 복귀한 뒤로는 11경기(몇차례 시험 구원등판 포함)에서 4승1패. 그가 고질이 된 듯한 부상의 덫에 또 걸린다면 컵스의 대권도전2008 시나리오는 큰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에서 A’s는 하든 이외에도 마무리투수 채드 고딘을 컵스에 내줬다. 컵스로부터 투수 션 갤러거를 비롯해 외야수 맷 모튼과 에릭 패터슨, 마이너유망주 자시 도널드슨 등 4명을 받아들였다. 본명이 제임스 리차드 하든인 리치 하든은 1981년 11월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빅토리아 태생으로 키 6피트1인치/몸무게 195파운드의 ML 6년차 우완정통파 투수다. 올해 연봉은 475만달러.
▷저스틴 둑셔, 첫 완봉승 =
1977년 11월 사우스 다코타의 애버딘 태생인 저스틴 둑셔가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내민 것은 2001년이었다. 그해 시즌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보낸 그는 도로 마이너리그거 됐다가 2003년부터 오클랜드 A’s 식구가 됐다. 보직은 스토퍼(중간계투)와 릴리버(마무리투수)를 오갔다. 투수조련 명가 A’s와의 만남은 참 잘된 만남이 됐다.
우람한 체구(6피트2인치/201파운드)와 로케이션을 담보하지 못하는 거의 100마일 패스트볼이 전재산이나 다름없었던 둑셔는 A’s에서 족집게 로케이션 패스트볼을 다듬었다. 패스트볼과 거의 구별이 안되는 체인지업도 한층 가다듬었고, 붕 떴다 뚝 떨어지는 커브볼을 신무기로 장착했다. 경기를 풀어가는 눈까지 밝아지면서 그는 쑥쑥 성장했다. ML 데뷔 5년차인 2005년까지 최저연봉(30만2,500달러)에 머물던 그의 연봉은 2006년에 34만4,500달러로 약소하지만 의미있는 인상을 보이더니 2007년에는 근 3배(118만7,500달러)가 됐다. 올해는 120만달러다.
천만달러대 갑부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20만달러는 그저 그런 액수다. 실적은 그게 아니다. 3년 전에 마무리투수 요원으로 올스타에 뽑힌 그는 올해는 선발투수 요원으로 올스타가 됐다. 그가 8일 홈구장에서 또한번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4연전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그는 9이닝 완투하며 볼넷 하나 없이 2안타만 내주고 0실점으로 틀어막았다. ML 데뷔 6년 반만에(마이너리그 강등기간 제외) 처음 맛본 완봉승이자 올시즌 10승고지 정복승이었다. 공은 모두 105개를 던졌고 그중 72개가 스트라익이었다.
둑셔가 던진 105개의 공 가운데 방망이를 제대로 맞혀 안타를 만든 타자는 리치 섹슨과 미겔 카이로뿐이었다. 매리너스는 5회초 2아웃까지 무안타에 허덕이면서 볼넷 하나 못얻다 2아웃 후에 나온 섹슨의 2루타로 은근히 점수욕심을 냈으나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못냈다. 매리너스는 6회초 카이로의 리드오프 단타로 다시 입맛을 다셨으나 둑셔의 공을 더는 공략하지 못한 채 영패를 당했다. 둑셔는 9이닝 중 6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매리너스의 자랑인 안타제조기 이치로 스즈키도 4타수 0안타로 물러섰다.
밥 게렌 A’s 감독의 둑셔칭찬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짐 리글랜 매리너스감독도 그는 그가 왜 올스타인지 보여줬다, 그의 브레이킹볼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 타자들은 도무지 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A’s는 2대0 승리로 매리너스전 2연승을 거두며 시즌 49승41패가 됐고, 매리너스는 35승55패가 됐다.
A’s 투수의 완봉승은 2007년 6월2일 조 블랜턴이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거둔 1대0 승리 이후 13개월여만이다. 한편 에밀 브라운은 1회말 적시타로, 다니 머피는 2회말 희생플라이로 A’s의 초반 2점뽑기를 뒷받침했다. 또 2루수 마크 엘리스와 3루수 잭 해나핸은 애매한 바운스의 안타성 내야땅볼을 흠결없이 처리하며 둑셔의 완봉승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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