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이 숨어 있는 형국이다. 그러므로 수세기 동안 그곳에 천자(天子)가 머물러 왔다. 올림픽 경기장을 짓는다고 그 땅을 마구 파헤쳐 지세를 파괴했다. 숨어 있던 용이 노출되고 심한 상처를 입었다. 용은 치료를 위해 수많은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려갔다….”
처음에는 대폭설로 시작됐다. 그 다음이 티베트 사태다.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는 엉망이 됐다. 그리고 대지진이다. 바로 그 뒤를 따른 게 대홍수다. 한 가지 재난만으로도 벅찰 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뚜기 떼의 내습이다.
내몽고 지방에 때 아닌 메뚜기 떼가 창궐해 300여만 헥타르 농지가 초토화됐다. 한 달 후 올림픽이 열렸을 때면 북경 일원은 메뚜기 떼로 까맣게 뒤덮이게 된다. 비상이 걸렸다.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10대 재앙을 방불케 한다. 경제대국 ‘뉴 차이나의 영광’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올림픽의 해에 재난에, 재난의 연속이다.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용이 노했다. 북경은 용이 숨어있는 지세다. 그걸 마구 파손했으니…. 중국에서 떠도는 풍수적 설명이다. 대지진으로 학교 건물이 무너져 수많은 어린이들이 숨진 사태를 동남동녀의 희생으로 비유하면서.
무엇이든지 극단에 이르면 위험하다. 잇단 재난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다. 북경 올림픽 개막식을 2008년 8월8일 오후 8시에 하기로 한 것부터가 흉조라는 거다.
8은 복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중국인들은 믿고 있다. 문제는 8이라는 숫자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것. 양(陽)의 양(陽)은 음(陰)이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많은 8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화(禍)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지진이 일어난 날은 5월12일이다. ‘5.12’- 그 세 숫자를 합치면 8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날은 게다가 올림픽 개막 88일 전이다. 티베트 사태(3.14), 대폭설 발생(1.25)날 들도 모두 8을 나타낸다. 이 모든 게 흉조라는 라는 괴담식의 설명이 유행이다.
천재(天災)만이 아니다. 인재(人災)도 잇달고 있다. 대형 철로사고가 발생했다. 상해에서는 6명의 경찰관이 살해됐다. 저 멀리 귀주(貴州)에서는 한 10대 소녀의 죽음에 항의해 대규모 민중봉기가 발생했다. 게다가 물가는 천정부지로 뛴다. 주식시장은 폭락세이고.
민심이 흉흉하다. 그 가운데 온갖 요설이 나돈다. ‘푸와’(행운의 아이라는 뜻)로 불리는 5개의 올림픽 마스코트 자체가 대재난을 상징하고 있다 등등. 그러면서 불안한 시선으로 ‘2008년 8월8일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것인지….
‘성공한 올림픽이 될 것인가’- 전 세계도 주시하고 있다. 대체적인 진단은 그러나 벌써부터 ‘반 이상은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인권을 개선하겠다. 공해방지에 주력하겠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 당사자로서 처신할 것이다. 7년 전 중국당국이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전 세계에 다짐한 약속이다. 그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거선풍이 불었다.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반체제 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거기다가 티베트 사태가 발생했다.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봉기를 총칼로 억압한 것이다.
‘인류학살 올림픽을 보이콧 하라’- 북경 올림픽과 관련해 서방에서 전개되고 있는 운동이다. 중국은 인종청소를 감행하고 있는 수단을 돕고 있다. 이 극악무도한 수단의 폭정체제에 압력을 가하라는 국제여론에 듣는 등 마는 등이다. 인권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북경은 현 공산체제의 심각한 문제점만 노출시켰다. 그 결과 모순으로 가득 찬 중국이라는 체제에 대해 세계는 새삼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분명 감점 요인이다.
살충제가 섞인 식품, 안전도가 무시된 공산제품, 이런 중국의 수출품에 세계가 경악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안전도 무감각 증세다. 거기다가 공해수준은 말이 아니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 경기를 취소할지도 모를 정도다. 실패한 올림픽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중국당국은 ‘세계의 시선’ 같은 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올림픽을 오직 국내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북경 올림픽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나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는 인권문제에 그토록 무신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국내용인가. 천명(天命)사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잇단 재해는 천명이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의 전통적 사고방식이다. 잇단 재해와 함께 새로운 4자성어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천멸중공’(天滅中共)이다. 북경당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나오는 진단은 북경 올림픽은 중화민족주의를 극대화 시키는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나치 히틀러같이. 그 길만이 체제유지의 방안이므로. 올림픽 이후 중국의 동태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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