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국 뉴스를 보면 서울 시내가 총소리만 없을 뿐 전쟁터를 연상케 하고 있다. 배신감과 분노로 흥분한 촛불 시위대와 경찰 간의 마찰로 일어나는 난폭한 폭행으로 무법상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법치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선을 넘어 서울의 중심지가 무법 지대로 변화되고 있음을 뉴스는 시사해주고 있다. 지금은 촛불집회의 본래 목적의 영역을 넘어서 정부를 규탄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권 운동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주적 정당성을 목적으로 합법적이며 평화로운 시위는 민주국가에서 당연히 허용돼야 할 것 이로되, 난폭한 폭행과 파손되는 광경은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국민건강을 걱정하는 좋은 뜻으로 소수 주부들과 청소년들에 의해 시작됐던 촛불 모임이 그 본연의 의도를 잃게 된 것이 아쉬운 마음이다.
대통령은 취임하고 100여일 만에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국민의 촛불 앞에 또다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취임할 때 국민을 향하여 많은 약속들을 선포했다. 그러나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던 약속도 수포로 돌아갔다. 친 기업 정책으로 경제발전을 다짐했지만 경제안정부터 서둘러야 할 판이다.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한 한미동맹관계를 회복할 것도 약속했다. 조급증과 서두름으로 미국 대통령을 방문하고 캠프 데이비드의 값 비싼 숙박비를 톡톡히 지불했지만 쇠고기 파동을 초래했다.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를 추진하여 튼튼한 안보와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도 다짐했지만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마저 거절하고, 주겠다는 옥수수도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고 있다. 말부터 크게 앞세워 선포한 많은 약속들이 하나하나 무너져 버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언약도 공포했다. 장로 대통령이 교인다운 언어로 미리부터 말로 앞세운 선언이다. 기독교에서 ‘낮아진다’ 혹은 ‘섬긴다’ 라는 말은, 그 말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도 너무 흔하고 쉽게 쓰여지는 개신교의 언행이다. 그리고 미리부터 선포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그저 말없이 실천하면 되는 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의 가르침도 있다. 진정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서민적인 말이 더 적합하리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자기를 선출해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 많겠지만 그 중 가장 확실한 길은 담대하고 강인한 지도력으로 국민과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리라. 대통령은 큰 그림을 구상하며 장거리를 보고 달리는 경주자다. 기업체적이며 권위주의적인 CEO 지도자상에서 조속히 벗어나기를 바란다. 작은 일 하나하나 내가 지시하고 명령하는 기업체의 회장형 지도자 말이다. 반대세력도 포용하고 다양성 있는 생각을 통합하고 융합하는 새로운 차원의 자세와 담대한 능력이 필요할 것이리라. 국정쇄신의 획기적인 방향과 국민과 함께하며 앞날의 큰 꿈을 설계하는 태도의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나라가 선진화되는 것은 대통령만의 책임이 아닐 것이다. 국민에게도 더 큰 책임이 있다. 국민은 조급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미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헌법의 보장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의 5년 임기 중에 한국이 선진화를 향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너그러움과 포용력을 보여줌이 더 보람 있을 것이다. 이세상의 우리 모두는 항상 시행착오를 체험하며 성숙해가는 부족한 인간들이 아니던가. 대통령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리고 선진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나와 다른 사람과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일이다. 한국문화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며 핍박하려는 경향이 많다. 특히 한국의 정치사회에는 더더욱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위해 지켜야하는 예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진화되기 위해서 그 사회는 서로가 절충하는 협상의 묘미를 터득해야 한다. 서로 주고 서로 받는 것이다. 감정적이고 난폭한 폭행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양방이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화로 절충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모습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것은 창조주의 아름다운 섭리이며 특혜인 것을 우리는 가끔 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가 서로 다르기에 인간의 문명은 창조성 있게 계속 발전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도 어수선한 세월을 극복하기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이 ‘외유내강’ 하는 삶의 모습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내적으로 강인하며 외적으로 온유한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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