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자율이 1% 또는 2%라고 선전되었던 페이옵션모기지(Option ARM)가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페이옵션모기지란 변동이자모기지의 일종으로서 매월 모기지를 상환하는데 있어 3가지의 옵션이 부여되는 모기지를 말한다.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할 수도 있고, 이자만 상환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자금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소금액만 상환할 수도 있다.
페이옵션모기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신용카드의 경우처럼 최소금액만 상환할 수 있다는 것때문이다. 모기지상환부담을 최소화시켜줌으로써 나중에 어떻게 되던 간에 주택구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내 마음에 꼭 드는 환상적인 모기지 상품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러나 페이옵션모기지를 통하여 최소금액만 상환할 경우 매월 원금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매월 모기지 상환액이 이자금액을 충당하지도 못하게 되므로 미상환이자분이 원금으로 늘어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네겜(Negative Amortization)이라고 한다.
또한 일정한 기간(3-5년)이 경과된 후부터는 최소금액만 상환할 수 있는 옵션이 박탈되며 실제로 적용되는 이자율에 따라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환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이른바 페이먼트쇼크(payment shock)로 인하여 모기지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네겜현상으로 인하여 모기지 부채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 하에서 주택가격마저 하락하게 되면 융자금액이 주택가격보다 오히려 많아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페이옵션모기지와 관련해 모기지연체와 주택압류(Foreclosure)가 급등하게 되자 이에 관련된 주범으로 컨추리와이드(Countrywide Financial)가 지목되었고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는 컨추리와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워싱턴주 역시 컨추리와이드에 대하여 차별적인 융자행위에 따른 벌과금을 부과하고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컨추리와이드의 라이센스를 박탈시키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소송내용에 따르면 컨추리와이드는 허위광고와 불공정한 영업행위를 통하여 모기지 이자율이 마치 1% 또는 2%라고 소비자들을 현혹하면서 리스크가 높은 모기지를 얻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컨추리와이드의 행위는 단순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의 문제가 아니라 불공정하며
술수적이고 부패한 범법행위라고 한다. 갖은 방법과 술수를 통하여 모기지를 얻도록 하여 이를 채권시장에 팔아 넘기는 방식을 통하여 주택소유에 대한 미국인들의 꿈을 갈취하여 엄청난 이익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게 되자 페이옵션모기지의 원조(原祖)로 평가받고 있는 와코비아뱅크(Wachovia)는 지난 월요일, 앞으로는 원금이 늘어나는 네겜 현상을 보이는 페이옵션모기지를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하였다. 이와 더불어 페이옵션모기지을 얻은 사람들이 재융자를 할 수 있도록 조기상환벌과금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상환벌과금을 내지 않도록 하여준다고 하여도 무엇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페이옵션모기지를 얻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최소금액만을 상환하고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주택을 구매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기상환벌과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 30년고정모기지로 재융자하여 거의 2배에 달하는 월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 와코비아가 조기상환벌과금을 포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그동안 와코비아가 고객
이 ‘올바른 모기지상품’을 선택하던지 말던지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모기지상환부담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나 모기지가 어떠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융자은행이 아니라 고객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모기지 융자에 관련하여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들이 어찌 와코비아 뿐일까? 대부분의 융자은행들이 기치로 내걸고 있는 슬로건중 하나는 ‘고객만족’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여 필요한 융자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 포장(?)을 한다. 그러나 융자에 관련된 기본적인 요건을 무시하고 무조건 고객이 원하는 것만을 충족시켜 주려는 배경에는 세일즈중심의 모기지 융자 행위라는 ‘제로섬 게임’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고객이 큰집을 사고 싶은데 이를 감당할 능력은 없으니 원금은 내지 않고 이자도 일부만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을 때 이를 흔쾌하게 승낙해 주는 융자은행은 고객의 안위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직 고객을 더 많은 융자를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고객이 융자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던지 말든지 주택소유를 계속 유지할 수 있던지 말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단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이유로 ‘고객만족’을 운운한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페이옵션모기지는 자의든 타의든간에 모기지시장에서 ‘잠시나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페이옵션모기지의 주범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컨추리와이드의 경우 모기지부실화로 견디다 못해 결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로 넘어가 버렸고 페이옵션모기지의 또다른 대표주자인 인디맥(IndyMac)뱅크 역시 풍전등화의 상태에 놓여 있으며 원조(原祖)로 칭해지던 와코비아은행 역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발을 빼게 되는 형국이다.이러한 모기지사태가 우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개인이던 사회이던 간에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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