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 25 양일간 미 연방 준비은행이 정기 공개시장 위원회를 열고 연방펀드 이자율을 현 수준인 2%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택시장 거품 폭발로 인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하여 작년 8월 이후 5.25%에서 계속 낮추어오던 이자율을 더 내리지 않은 화폐정책의 결정은 연방준비은행이 경기침체의 위험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으로 고민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 경제활동은 튼튼한 가정소비에 힘입어 확장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게 남아있다”라는 표현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성장에 대한 하향 위험(Downside Risks)은 얼마간 사라지고 있으나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상향 위험(Upside Risks)은 올라가고 있다”고 이자율 불변동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으로 고민 전환했음을 나타낸다.
‘견실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상반되는 국민경제의 2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중앙은행은 이자율 정책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에 어느 목적에 더 치중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경제는 아직 심각한 수준에 달하지는 아니했지만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2개의 악재를 동시에 태동하고 있다는 데에 연방준비은행의 고민이 있다.
연방준비은행의 성명도 이를 천명한다. ‘약화된 노동시장’, ‘긴장된 재정시장’, ‘경색된 신용조건’, ‘계속되는 주택시장 축소’,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는 에너지가격 상승’ 등의 경기 불황적 요소가 상존함을 설명했다. 동시에 ‘에너지와 자원가격의 폭등’과 ‘인플레이션 기대지표의 상승’ 등의 인플레이션적 요소를 지적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앞으로 있을 8월 5일과 그 이후 회의에서 이자율에 대한 화폐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결정해 나아갈지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심각해지면 이자율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높은 이자율은 동시에 표면 밑에 준동하고 있는 경기불황의 요소들을 표면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앞으로 몇 분기동안 둔화될 것이고,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금년 후반과 내년에 올 것이라는 온건한 경제전망을 연방준비은행은 내놓고 있지만, 지금 미국 경제상황은 보다 심각한 면이 있다.
첫째, 6월26일 뉴욕상업시장에서 배럴 당 140달러를 상회하는 원유값의 폭등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에너지값의 상승은 2개의 날을 가진 칼과 같은 영향을 국민경제에 미치게 한다. 한 칼날로는 물가의 상승을 촉진하는 영향을 나타냄과 동시에 다른 칼날로는 일반가정의 소비와 기업의 생산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중국과 인도 등 중진경제들의 늘어나는 수요증가와 세계생산용량의 한계로 인하여 석유값의 상승은 새 균형가격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에너지값과 자원상품값의 폭등은 모든 물가에 파장되어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을 예측하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둘째, 여러 종류의 경기침체적 요소가 나타나고 있는 중에 있다. 집값폭락, 주택 차압, 기업파산, 채권불실, 은행신용경색, 헤지 등 각종펀드 용해, 고용해고 등 경기침체를 드러내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뉴욕증권시장의 다우존스 지표가 작년 후반 1만4,000대에서 금년 3월 1만2,000대 이하로 떨어졌다가 5월 1만3,000대로 약간 올라갔고 요즈음 1만1,000대로 크게 떨어지는 베어마켓의 현상도 경기침체의 도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면 과연 미국 경제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10%를 상회했던 경기상황)과 같은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인가 하는 두려움에 연방준비은행의 고민 중 고민이 있다.
최근 실업률 5.5%와 인플레이션 4.2%로 아직 심각한 국면은 아니지만 경기침체 방지에 치중한 나머지 방만한 화폐정책에 힘을 더 실어주어 에너지값 폭등의 첫째 칼날 활동을 조장시키게 되고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가져오는 우를 범치 않도록 연방준비은행은 철저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백 순
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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