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죽을 쑤고 온갖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 자고 나면 올라가는 개솔린과 식품 가격, 그리고 폭락하는 주가지수는 서민들을 맥 풀리게 한다. 또 지구촌 이곳저곳서 이어지는 물난리와 지진 등 재앙 소식은 가뜩이나 우울한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든다.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돌덩이는 무기력감과 불확실성이다.
매일 지나는 출근길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지만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오일 메이저 본사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유국들에 증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식품 가격도 그렇다. 장보기가 겁날 정도로 이것저것 할 것 없이 마구 뛰고 있다. 내가 더 많이 먹어서 식품 수급에 불균형이 초래된 것이 아닌데도 부담은 고스란히 나에게 떠안겨지고 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인 것 같기는 한데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기 힘들다.
주식시장의 곤두박질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복권 확인하듯 가슴 졸이며 그날그날의 시세를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자연재해는 어떤가. 지구 온난화 같은 인간 재해는 그래도 어찌 해볼 도리가 있을 것 같은데 허리케인과 대지진 같은 신의 재해 앞에서는 무기력해 진다. 또 언제 어느 곳을 강타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증폭 시킨다. 밀려오는 불안감을 댐을 세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할 뿐이다.
우리들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면 우선적으로 삶에 대한 통제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돈과 지위 등 수많은 요소들이 행복을 좌우한다지만 그것은 직접적 요소라기보다는 많은 경우 삶의 통제감을 높여주기 때문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행복할 확률이 높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떤 조직에서 상위관리자의 위치에 있다고 치자. 남들은 대단히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 여기겠지만 한자리 더 높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하는 입장이라면 행복감은 높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결론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영국에서 경제적 지위와 개인적 통제감을 지표로 해 조사를 해 보니 가난하지만 개인적 통제감이 높은 사람들은 10점 만점의 삶의 만족도에서 7.85를 기록한 반면 부자지만 개인적 통제감이 낮은 사람들은 불과 5.82의 만족감을 나타냈다.
결론은 명확해 진다. 돈이 많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도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만큼만 행복하고 만족할 뿐이다. 항상 윗사람 눈치를 살피면서 불안해 하는 직장 간부보다는 비록 직급은 낮지만 당당한 자세로 자기 일을 하는 정문 수위의 삶의 만족감이 더 높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악화되는 경제적 환경과 자연재해 때문에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개개인의 힘으로는 이런 상황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무기력감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제감의 상실이다.
그렇다면 삶의 만족을 위한 처방은 아주 간단해 진다. 통제감을 조금씩 회복해 가면 된다. 개솔린 가격에 분노만 하고 있기 보다는 개솔린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쏟아 보라. 운전 거리를 줄이고 카풀을 하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경제적 상황이 나빠졌다면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SLAEM’(Spend Less And Earn More)원칙, 즉 ‘덜 쓰고 더 벌어라’를 기억하자. 더 버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덜 쓰는 일은 고민하기에 따라 얼마든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들이 무슨 큰 이득이 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절약은 ‘실익’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의 문제이다.
또 개인들의 작은 행위들이 모여 사회적인 통제력을 만들기도 한다.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이 달라지면서 개솔린 가격이 주춤하는 기미가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취미 활동을 한다든가 교유관계를 넓혀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여 갈 때 내가 상황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회복될 수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 후보를 골라 한 표를 던지는 것 또한 그런 일이 될 것이다. ‘내가 뽑은 대통령’과 ‘남이 뽑아 준 대통령’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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