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은 한국인의 일상용어로 정착되었다. 본래 교통 혹은 전달의 뜻이지만 보통은 소통 대화의 의미로 쓰고 있다. 오해, 미움, 분열, 싸움 등도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미국에 사는 한인 이민가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1세의 부모와 2세인 자녀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언어의 장벽도 있지만 사고방식, 생활태도 등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1세 부모들이 “말대답 한다. 버릇이 나쁘다”고 아이들의 태도를 불평하지만 결국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신문 칼럼을 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의 공통점 두 가지가 있는데 말을 많이 하는 것과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것이라고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태생도 있고 수십 년 거듭된 생활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습성은 자기 훈련과 사명에 대한 인식에 따라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문제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 상원의원이 달변이라는 것은 이제 미국민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된 후 국민의 세미한 음성까지 잘 포착해서 들을 것이냐 하는 것은 아직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려면 내가 말을 잘 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심리치료 학자 킹 던캔 박사는 “듣는 것은 예술이며 사역(ministry)이다”고 말하였다.
내가 잘 들어줄 때 나에게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창조의 변화와 위로 및 치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때 그들에게서 위로, 안심, 사랑, 신뢰 등 새로운 긍정적인 창조의 변화가 발생한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맨해턴에서 여생을 살다가 죽었다. 그 때 각 신문이 특집을 만들었는데 재클린은 하잘 것 없는 사람들의 말도 눈을 반짝이며 끝까지 귀담아 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일면이 바로 그런 데에 있었다.
“내가 잘 알아서 할 터이니 군소리 말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는 지도자의 독주가 발전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감만 산다.
인간은 말을 많이 하는 동물이다. 한 평생의 13년간은 말을 하는데 소요한다. 하루 평균 1만8,000개의 낱말을 말하고 책으로 엮으면 54쪽이 된다. 1년 동안 말하는 분량은 800쪽의 책 66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많은 말 가운데 정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 말이 얼마나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말하는 시간보다는 듣는 시간을 더 늘리도록 하면 인간관계도 향상되고 나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다. 기도도 내가 말을 많이 해서 요구 목록을 늘이는 것보다 신의 음성을 경청하는 쪽으로 시간 배정을 바꾸는 것이 바른 기도자의 자세이다.
구약 성경에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고도성장 의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들은 높은 탑을 쌓아 하늘에 이르자고 말하고 지혜와 땀을 모아 높은 탑을 건축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교만을 한탄한 신이 그들의 공사를 실패로 돌아가게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혼란케 하는 방법을 썼다. 많은 건축자들이 갑자기 제각기 다른 언어를 씨부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혼란이었다.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 고도성장의 꿈은 어이없이 무너졌다. 좋은 목자는 양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훌륭한 정치가는 국민의 작은 소리도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시위 군중을 뒷동산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르짖음을 경청하고 그들의 안타까움을 읽어야 한다.
주부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이 설문조사를 하였다. “주부로서 당신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조사 결과 첫째는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둘째는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라고 했다. 가정의 행복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에 좌우됨을 보여준 조사 결과이다.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잘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Communication’은 라틴어의 ‘Communus’에서 나왔다. ‘Com(함께)’과 ‘munus(짐)’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짐을 함께 진다’가 된다.
아무리 자신이 있고 성취가 급해도 좋은 지도자는 민중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시간이 좀 걸려도 중의가 모아지기를 기다릴 줄 아는 슬기가 필요하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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