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을 맞바꿀까
오클랜드 찾아가 A’s에 2승1패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베이브리지 넘어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A’s와의 주말 3연전에서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1주일 전 홈구장 주말 3연전에서 3연패를 당했던 자이언츠는 27일 오클랜드 1차전에서 계투작전이 먹히지 않아 1대4로 졌으나, 팀 린시컴과 조나단 산체스가 차례로 선발 마운드를 맡은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에서는 연승을 거뒀다. 자이언츠는 조나단 산체스와 팀 린시컴이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25승9패를 기록했다.
▶27일(금) 자이언츠 1 - 4 A’s
불펜투수들 가운데 성격이 좀 괴팍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선발투수처럼 언제 어디서 등판한다는 게 정해진 게 아니라 늘 5분대기 상태에 있고, 게다가 불펜투수가 투입되는 상황이라야 패전처리를 위한 경우 빼고는 대개 아차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계카메라가 불펜을 비칠 때 대개 동료투수들과 잡답을 나누는 등 한가한 모습이 잡히지만 속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 아닌 불펜투수가 부진해 앞서가던 경기가 뒤집히는 날에는 선발투수에게 미안한 것까지 합쳐 곱빼기로 괴로울 게 뻔하다.
자이언츠의 일본계 계투전문투수 케이치 야부가 베이브리지 시리즈 1차전에서 톡톡히 곤욕을 치렀다. 1대1 동점인 상황에서 코레이아의 뒤를 이어 6회말에 출격한 야부는 아웃카운트 1명도 못잡고 뭇매를 맞으며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누상에 크로스비와 곤잘레스를 내보낸 뒤 브라운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은 야부는 해나핸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 또 한점을 내준 뒤 바튼에게는 거의 같은 코스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야부를 불러들이고 힌샤와 새들러를 연속 투입해 A’s의 추가득점을 막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자이언츠의 방망이가 살아나지 않으니 승리의 길은 요원했다.
A’s의 선발투수 대나 이블랜드는 7.1이닝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6승5패)가 됐고, 지글러와 휴스턴 스트릿이 뒤를 든든히 받쳐 자이언츠의 추격을 봉쇄했다.
▶28일(토) 자이언츠 1 - 0 A’s
챔피언은 수비로 먹는다(Defense wins championship). 빗장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축구의 신조다. 비록 29일 끝난 유로2008 축구대회에서는 이탈리아가 8강진출에 그쳤지만, 이 말의 영험은 숱한 스포츠경기에서 거듭 입증됐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1점차 살얼음 승부에서는 자잘한 수비실수 하나가 승패의 분수령이 되곤 한다. 28일 경기도 그랬다.
자이언츠의 선발투수 팀 린시컴의 역투에 A’s의 타선이 헛방망이질을 거듭하고, A’s 선발투수 저스틴 둑셔러의 호투에 자이언츠 타자들도 연신 맥을 못쓰며 0의 행렬이 계속되던 4회초. 잠잠할 때면 느닷없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한방을 날리곤 하는 프레드 루이스가 둑셔러의 공을 살짝 밀어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둑셔러의 실투가 아니었다. 루이스가 잘 받아친 것이었다. 고약한 일은 홀로 오지 않는다던가. 둑셔러는 다음 타자 레이 더햄에게 우익수 수비범위 깊숙한 곳으로 빠지는 2루타를 쳤다. 이것은 실투에 가까웠다. 1루주자 루이스에 신경의 일부를 빼앗긴 상태에서 더햄을 솎아내려고 조급하게 승부를 걸었던 듯 싶었다. 둑셔러는 제 자신에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A’s와 둑셔러 입장에서 위안거리는 더햄의 타구가 워낙 빨라서 깊숙한 2루타인데도, 게다가 발빠른 루이스인데도, 홈까지 훔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은 일렀다. 후속타자 랜디 윈의 내야땅볼 처리 과정에서 1루수 바튼이 포구실수를 하는 바람에 루이스가 홈으로 내달았다. 자이언츠 1대0.
유월 마지막 토요일 베이브리지 시리즈 승부는 이 한점으로 갈렸다. 둑셔러는 이후 곧 사태를 수습하고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고작 2안타만 내줬으나 에러에 버무려진 1실점 때문에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시즌 8승패). 반면 자이언츠의 선발투수 팀 린시컴(7이닝 5 아타 3볼넷 11삼진)은 둑셔러보다 한이닝 덜 던지고 안타는 3개를 더 맞았으나 집중타 없고 범실이 없었던 덕분에 시즌 9승째(1패)를 올렸다. 린시컴으로서는 기록적인 11삼진을 솎아내고 1점차 승부에서 승리투수가 된 기쁨에 못지 않게 자이언츠가 궁지에 몰리면 거기서 벗어나게 해주고 승리를 할 때는 그 승리를 확실하게 이어주는 스토퍼 역할을 또 해낸 기쁨도 컸을 것이다. 후속투수 타일러 워커와 브라이언 윌슨은 차례로 8회, 9회 이어던지기에서 무실점 설거지를 했다.
▶29일(일) 자이언츠 11 - 1 A’s
마운드에선 조나단 산체스가 북을 치고, 타석에선 리치 어릴리야가 장고를 쳤다.
자이언츠 선발투수 산체스는 2회말 A’s의 알짜타자 잭 커스트에게 불의의 홈런 한방을 맞은 것을 빼고는 이후 마주친 18타자 중 16명을 삼진 내지 범타로 돌려세웠다. 커스트의 홈런을 포함해 7이닝동안 산발 4안타 1볼넷 6삼진으로 1점만 내주고 원정길 5경기 연속 승리를 차지했다. 산체스는 시즌 초 잘 던지고도 타선침묵으로 승리몰이에 애를 먹었던 때가 언제인가 싶게 8번째 승리(4패)를 거두며 장기 슬럼프에서 겨우 헤어난 배리 지토와 함께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선발로테이션 황금패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산체스의 기쁨은 곧 A’s 선발투수 조 블랜턴의 고통. 불과 4이닝동안 8안타를 얻어맞고 7점이나 내준 뒤 조기강판된 그는 아메리칸리그 투수로는 처음으로 11패(4승)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블랜턴의 고통이 산체스의 맹위 때문은 아니다. 사실 XX투수와 YY투수의 피칭 대결 등등 표현이 야구기사에 감초처럼 등장하지만 실은 투수가 투수와 겨루는 건 아니다. 투수는 타자와 상대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날 블랜턴을 골탕먹은 건 산체스가 아니라 자이언츠 타선이었다. 그 중심에 리치 어릴리야가 있었다.
때로는 1루에서 때로는 3루에서 묵묵히 제몫을 해내고 있는 어릴리야는 2대1로 앞선 4회초 회심의 우전안타로 잔 바우커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첫 타점을 기록한 뒤 5회초에는 깊숙한 중전 적시타로 애런 로왠드와 잔 바우커의 홈질주를 뒷받침, 사실상 자이언츠 승세를 굳혔다. 그러나 도합 3타점을 잉태한 단타 둘은 결과적으로 빅뱅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어릴리야의 7회초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짜리 홈런을 작렬시켜 한가닥 남아있던 A’s의 추격의지가 더 이상 꿈틀거리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 어릴리야의 1게임 5타점은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최고풍작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