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아메리카’(After America)란 말이 유행이다.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는 수퍼 파워’ ‘라이벌들의 각축’ ‘황혼기의 패권’- 내로라하는 논객들의 최근 저서들이다. 제목부터가 시사적이다. 미국 시대는 끝났다는 것으로, 저마다 ‘미국 이후’의 세계를 논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경제가 휘청거린다. 달러화는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국론은 갈라져 있다. 이란의 핵 도전에는 속수무책이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지적에, 한탄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큰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퓨 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다. 세계의 주요 2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해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올해 발표된 결과도 이처럼 부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는 거다.
그뿐인가. 수퍼 파워로서 미국의 장래에 대한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국민들조차 미국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오히려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장래는 그러면 정녕 소망이 없는 것인가. 아니, 그 반대다. 미국의 붕괴를 점치는 건 시기상조다.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다. 벤 워텐버그라는 논객의 주장이다. 무엇을 근거로 그는 이런 주장을 펴고 있나. 인구동향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은 공통된 병을 앓고 있다. 인구감소라는 질병이다. 미국은 예외다. 미국의 출산율은 2.1명으로 서구의 1.6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 인구는 따라서 오는 2050년에는 4억에 이르고 2100년께에는 5억 수준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미국과 특히 대조되는 나라가 러시아다. 현재 1.2명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 끝에 영향력을 상실, 수퍼 파워가 될 가망은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대조적으로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 오히려 커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비관론은 미국인 스스로가 미국의 파워를 평가절하한데서 나온 것이다. 또 다른 한 쪽에서의 주장이다.
미국인들은 전 세계 어느 국민보다 많은 돈을 자선 기부금으로 내놓고 있다. 한 마디로 ‘주는 자의 나라’(Nation of Givers)가 미국이다. 넘칠 정도로 남에게 베푸는 삶, 그 라이프스타일에서 미국의 장래를 본 것이다.
미국의 자선기부금은 해마다 기록을 깨고 있다. 2006년 그 총액은 2,950억달러 선을 마크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또 깨졌다. 2007년에는 3,066억여달러에 이른 것이다.
돈이 많으니까 기부금도 많겠지. 그게 아니다. 비슷한 1인당 국민소득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인들은 프랑스인에 비해 3.5배 이상 많은 돈을 자선기금으로 내놓는다. 독일인에 비해서는 7배다. 이탈리아인에 비해서는 14배나 많다.
못 사는 나라,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액도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원조액은 2006년 현재 348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집행한 해외원조액이 235억달러다. 민간 부문의 자발적 해외원조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그 자세한 내역을 들여다보면 ‘남에 대한 베풂’은 부자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저소득층 미국인들도 소득의 4.5%를 자선기부금으로 내놓고 있다. 돈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국민보다 많은 시간을 사회봉사를 위해 내놓고 있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남을 돕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내놓는다. 이것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삶이 미래지향적이다. 그리고 그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관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세상은 비극적이다. 그런 세상에 2세를 남겨두고 싶을까. 출산율이 낮다는 건 그러므로 페시미즘이 팽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데카당으로 흐른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현실이고, 한국 등 아시아에서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누가 남을 도울 수 있나. 스스로가 행복한, 그러므로 내면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결코 물질적으로 풍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도 자선행렬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많은 미국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들려오는 뉴스는 계속 흉흉하다. 주식 값이 말이 아니다. 석유 값은 치솟기만 하고. 중동사태는 점차 비등점을 향해 나가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미국의 장래는 정녕 소망이 없는 것인가’- 베팅은 그 반대편에 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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