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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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약 4년 전 가족들과 함께 미국의 California주로 왔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의 초청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왔고 현재 연봉은 약 12만 불 가량 됩니다. 가족으로는 결혼생활 12년째인 전업 주부인 아내와 elementary school(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세 명이 있습니다. 아내와는 미국에 오기 전부터 계속 갈등이 있어왔지만 미국에 온 이후부터 그 갈등은 점차 골이 깊어져만 갔으며 급기야 지난 달부터는 이혼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듣기로 미국은 이혼 시 여자에게 월등하게 유리한 곳이라고 하던데, 실제 제가 아내와 이혼하면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최근 60만 불의 융자를 받아 80만 불 가치의 집을 장만했습니다.

답변)
미국의 이혼제도는 각주마다 다릅니다. 미국은 연방제국가로서 국가의 존립에 근간이되는 사항은 연방 법에 의해 규율되고 그 이외의 사항은 각 주법에 의해 규율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사항은 주법에서 규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혼문제등을 다루는 법도 당연히 주법으로서 각주마다 그 내용이 다릅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시는 주인 California 경우 다른 주에 비해 특히 이혼제도가 liberal한 편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이혼이 가장 손쉽게 되는 곳은 Nevada 주입니다.)

질문하신 분께서 미국의 이혼제도는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하셨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사실 미국의 이혼제도는 원칙적으로 남편이던 아내던 한편에게 유리하게 되어있지 않습니다. 평등원칙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미국사람이기에 어느 한쪽 성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만들었다가는 소송당하기 쉽겠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에 비해서는 이혼소송의 결과가 여성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적인 사고에서는 남편은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돈벌어와서 가족을 부양하고 재산을 마련하고 아내는 집에서 아이나 보고 있었으므로 이혼할 때 당연히 남편이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혹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적 사고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부부가 결혼해서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산은 부부의 어느 한 쪽이 재산의 형성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반반씩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즉 남편은 하루 12시간 일해서 돈을 벌고 아내는 쇼핑을 다니며 우아하게 결혼 생활을 했더라도 결혼 생활 중 100만불이 모였다면 아내도 절반인 50만불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가 밖에서 일을 하고 남편이 집에서 실업자로 생활을 했던 경우라면 남편이 재산의 절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남녀 한쪽이 유리한 것은 아니며 굳이 따지자면 열심히 일해서 재산 형성에 많이 공헌한 측에 비해 공헌을 덜한 측이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혼을 할 경우 이미 모여진 재산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자녀가 있는 경우 양육비도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양육비는 이혼 후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적은 쪽이 상대방에게 지불해야합니다. 참고로 질문하신 분의 경우 월 총소득이 1만불 정도 된다면 세금을 제한 실제 소득은 약 7-8 천불 정도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경우 만약 이혼 후 어머니 측이 아이를 주중에 돌보고 주말에는 아버지가 아이를 돌본다면 (이런 식의 아이를 나누어 돌보는 제도가 미국에서는 일반적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 쪽에 월 3천불 정도의 양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spousal support라고 불리우는 배우자 부양비도 고려해야 합니
다. 이것은 소득이 많은 측이 상대방에게 지불하게 됩니다. 질문하신 분의 경우 아내는 소득이 전혀 없고 남편만 소득이 있으므로 남편이 아내에게 배우자 부양비를 지불합니다. 자녀 양육비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불해야 함에 비해, 배우자 부양비는 결혼생활의 년 수에 비례해서 대개 10년 이하의 결혼생활의 경우는 결혼 년 수의 반 (8년 결혼 생활이면 4년)그리고 10년 이상의 결혼생활이면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없는 한 계속적으로 지불을 해야 합니다.

지불액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되지만 위의 상황을 보면 대략 아내는 아이 양육비 이외에 약 1,000불 내외의 부양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년 13만 불을 버는 고소득자인 남편이 이혼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참으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전에 살던 멋진 집은 팔아야 했고 월급의 절반이상은 자녀 및 전 부인의 생활보조비로 꼬박꼬박 지불하고 자신은 월 4000불이 채 안 되는 소득으로 월 1,000불짜리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만약 남편이 결혼 생활 중 아내에게 폭력이라도 사용했다면 판사는 배우자 부양비를 아내에게 더 지불할 수도 있습니다. 이 월 4,000불로 세 아이를 양육하고 생활해야 하는 아내측도 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어디다 맡기고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은 어디다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밖에 나가서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처럼 아이들만 집에 놔두고 밖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결혼과정에서의 당사자 및 자녀들이 받는 상처는 별개로 하고라도 순전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혼을 분석한다 해도 남편 측에게는 거의 재난에 가깝다 할 정도로 잃는 것이 많습니다. 가끔 상담을 요청하신 분 중에서도 이혼을 고려하다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이혼을 포기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혼을 고려하신다면 이혼은 당사자의 감정 문제뿐 아니라 자녀문제 그리고 재산상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상기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