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파이크 리
‘이오지마 전투’ 흑인병사 역할 싸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스파이크 리가 문제제기
“흑인 역할 깔아뭉갰어”
“역사도 몰라… 입닥쳐”
제2차 대전 태평양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이오지마섬(유황도)의 전투가 끝난 지 63년 후인 지금 이 영화의 역사적 정확성을 놓고 미국의 저명한 두 감독이 치열한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오지마 전투는 지난 200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2편의 영화 ‘우리 아버지들의 기’(Flags of Our Fathers)와 이 영화의 자매편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로 다시 한번 역사의 앞장으로 부각됐었다.
그런데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독설가인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이스트우드가 이오지마 영화를 만들면서 이 전투에서의 흑인 미군들의 역할을 깔아뭉갰다”면서 “그는 역사에 회칠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스트우드에게 싸움을 건 것. 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상영시간이 도합 4시간이 넘는 2편의 이오지마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스크린에서 단 1명의 흑인 배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그의 이오지마 전쟁에는 흑인 군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핏대를 올렸다.
이같은 공격을 받은 이스트우드는 영국 신문 가디안과의 인터뷰에서 “리가 도대체 역사를 제대로 배웠는지 궁금하다. 이오지마의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중에는 흑인이 없었다”고 되받아쳤다. 이스트우드는 이어 만약 내가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사이에 흑인을 포함시켰더라면 사람들이 날 돌았다고 여겼을 것”이라면서 “리는 입을 닥치라”고 충고했다.
이 보도를 들은 리는 즉각 “이스트우드는 내 아버지도 아니며 또 우리는 지금 노예농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내가 지금 얘기를 지어내는 것이 아니며 난 역사를 안다”고 반격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들의 기’는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은 6명의 해병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감독의 설전을 상세히 보도한 최근호 시사주간지 타임은 역사적으로 볼 때 리와 이스트우드가 모두 옳다고 심판했다.
흑인 미군들은 2차 대전에 총 100여만명이 참전, 연합군 승리에 주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또 이들은 이오지마 전투에도 큰 기여를 했는데 백인과 분리된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흑인 미군들 중 700~900여명이 이 전투에 투입됐었다. 그런데 이오지마 전투는 미 해병이 치른 역대 전투 중 가장 많은 수인 6,8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당시만 해도 흑백 분리가 엄격해 흑인 미군들은 주로 군수품 수송을 맡았었지만 백인 미군들과 같이 적의 포화 속에 상륙작전을 해야 했고 또 탄약을 부린 뒤 전선으로 수송했으며 일본군의 공격으로부터 진지를 사수해야 했다.
이오지마 전투에서 탄약 수송 임무를 맡았던 토마스 맥패터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쏟아지는 총알과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피해 살아남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우리는 백인 미군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인종차별 때문에 그들의 도움 없이 우리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스트우드의 이 전투에 대한 묘사도 근본적으로는 정확하다. 왜냐하면 수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은 모두 백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오지마에 투입된 흑인 미군의 수도 전체 미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은 종군 사진사 조 로즌탈이 찍어 유명해졌는데 이 사진을 근거로 만든 기념조각이 워싱턴 DC의 전몰용사 묘지에 세워져 있다.
타임은 그러나 이스트우드가 조금 더 넓은 각도를 사용해 흑인 미군들의 활약을 영화에 담았더라면 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 잡지와 인터뷰를 한 2차 대전에 종군한 흑인 미군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은 한결같이 “흑인 미군들이 이 전투에서 감수한 위험과 견디어낸 인종차별을 생각할 때 그들을 슬쩍 지나가는 식으로 묘사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흑인 미군들의 기여가 없었더라면 2차 대전은 역사와 상당히 다른 결말을 맺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조단’기록영화 스파이크 리 가독 착수
스파이크 리 감독이 미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수퍼스타 마이클 조단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든다. 제작비는 NBA가 마련한다. 기록영화에는 NBA 카메라가 찍은 조단의 마지막 두 시즌인 2001~02년과 2002~03년의 장면들 중에서 지금까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장면들이 포함된다. 이 영화는 내년 5월 칸영화제에 출품할 예정. 리와 조단은 일련의 나이키 광고필름에서 함께 일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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