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고문)
한미 쇠고기 협정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추가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 시위가 정권 퇴진운동으로 발전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들과 보수단체간의 대립 상태가 격화되어 해방 후 좌우충돌과 같은 국민 분열과 갈등이 크게 우려된다. 정부는 불법시위에 강력 대응키로 하였지만 시위자들은 경찰차를 부수고 전경을 구타하고 도심을 불법 점거함으로써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 중에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우편에, 그리고 한겨레, 경향, 오 마이 뉴스, MBC 등 TV가 좌편에 있다. 주요 언론으로는 한국일보만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정치혼란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어디에 있는지 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내각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상태이고 새 국회는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개원조차 못해 의장 선출과 원 구성을 못하고 있다. 야당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 국무총리를 인준해 주어야 할 국회가 없으니 어떻게 총사퇴를 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에는 정치제도가 작동을 멈춰버려 심각한 헌정 위기에 빠져있다. 드디어 정치 원로들이 이 사태를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국정위기 사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촛불시위를 계속 주도하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시위 현장인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지난 19일과 24일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앞으로의 시위 방향을 모색했다. 그 결과 ‘대의민주적 기구들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주권을 찾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이었다. 시위 구호를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명박 타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의민주적 기구들이 마비된 것은 시위 때문인데 그것이 시위를 계속하는 명분이라고 하고 또 추가협상으로 30개월 이상인 쇠고기는 수입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촛불시위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명박 타도’가 이들이 숨기고 있는 최종 목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촛불시위 주최측의 강경파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델라루아 대통령을 축출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를 원하는 것 같다. 보수우익인 델라루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5%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하여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당선 후 친기업을 표방하고 외국기업에 관대한 정책을 폈으나 서민의 삶을 소홀히 하여 초반 50%의 지지율이 두달만에 20%로 떨어졌고 주부들이 남비를 들고 거리 시위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시위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여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되자 경찰이 단속에 나섰고 시위대가 대통령궁까지 위협하자 기마경찰을 동원하여 5명의 사망자를 냈다. 대통령은 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하려고 했으나 군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2002년 12월 그는 대통령직을 물러났다.
델라루아 대통령의 당선에서부터 시위 발생까지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지금까지와 매우 흡사하다. 앞으로 이 시위가 어떻게 확대되고 얼마나 악화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사퇴까지 몰고 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정부에 대한 저항을 계속 강화하면
‘이명박의 자충수’가 나와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되고 그 결과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4.19처럼 사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자는 전략이다.
그야말로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동안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이렇게 쫓아내자는 것인가. 그가 공약했던 대운하 건설이 물건너 가게 되었고 747로 요약된 핵심경제공약, 즉 연 7%의 경제성장과 4만달러 소득 달성,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이 사실상 폐기되어 그의 정체성이 없어지긴 했지만 이를 빌미로 과거 공산주의 혁명과 같은 폭력혁명을 꿈꾼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위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간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시행착오 끝에 상당한 수준의 정치민주화를 성취했다. 선거와 정부의 구성이 법에 따라 이루어지고 정당과 선거제도를 기초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 정부의 시책이 잘못되면 국회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짐으로써 국민여론이 형성되어 정부를 압박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잘못한다면 탄핵절차를 밟아 그만 두게 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면 법에 따라 탄핵을 할 일이지 소요사태로 희생자가 발생하게 만들어 국민감정을 선동하겠다는 발상은 배격되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판을 무법천지로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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