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스전 6.2이닝 1실점…4대1 승리
인디언스 유망주 추신수, 유일 득점타
A’s는 필리스에 0대4 완패
=====
지토가 이겼다. 예전 같으면 배리 지토의 승리피칭 기사를 이렇게 시작한다는 건 결례였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물정 모르는 기자의 불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속된 말로 그가 등판했다면 져야 더 큰 기사가 됐다. 올해는 아니다. 개막전부터 8연패를 당하는 등 도무지 지토다운 맛을 보여주지 못하며 2승11패에 그쳐 과거에도 지토 같은 투수가 있었나 싶은 야구기자들에게 옛날옛날 기록을 뒤져보게 하는 등 때아닌 역사공부를 단단히 시켰다.
그랬던 그가 25일 지토다운 피칭을 보여줬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2이닝동안 산발 4안타로 1점만을 내주고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시즌 3승째. 단순한 승리 이전에 피칭 내용이 참 좋았다. 2008년판 지토증세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불안불안 피칭이 거의 사라졌다. 특히 볼넷과 홈런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60마일 후반-70마일 초반대 아리랑 커브볼이 타자의 기를 넘을 듯 솟았다가 스트라익 존을 스치며 기막히게 떨어졌다. 타자들은 웬 이런 볼이 있나 싶어 눈을 치켜들었다가 급소를 지르며 포수 벤지 몰리나의 미트에 안기는 아리랑볼에 연신 당했다. 70마일 후반-80마일 중반대 체인지업도 거의다 의도대로 명중됐다. 사실 지토가 올해 긴 불황에 허덕인 것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도무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주무기가 통하면서 기껏 90마일 안팎인 패스트볼도 살아났다. 주무기가 살아나면서 더 느린 커브볼과 더 빠른 패스트볼을 동시에 살려낸 것이다. 인디언스 타자들은 낙차 큰 커브나 외곽을 스치는 체인지업에 속은 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벼르다가 느닷없이 벨트라인 위아래 패스트볼이 날아들면 실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져 좀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지토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경기 뒤 지토피칭에 이렇게 만족감을 표했다.
내가 비로소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올들어 가장 내용있는 피칭으로 승리를 따낸 지토 역시 승리 이전에 잃어버린 지토를 찾아낸 것에 안도했다. 그는 지난 1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는 뭇매를 얻어맞다 불과 2이닝밖에 못견디고 덕아웃으로 물러났었다. (올시즌) 내 기록을 보고 도무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거울 수밖에 없는, 적어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그의 인디언스 마운드행 첫걸음을 가볍게 해준 것은 자이언츠의 1회초 선공이었다. 그중에서도 중견수 애런 로왠이었다. 호세 카스티요, 랜디 윈, 벤지 몰리나가 누상을 꽉 채운 가운데 로웬이 중전적시타로 일거에 2점을 뽑아냈다.
힘받은 지토는 1회말 인디언스 선두타자인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그레디 사이즈모어를 3구3진으로 잡아내더니 이후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를 교묘히 섞어가며 인디언스 공격을 막아냈다. 카스티요는 3회초 솔로홈런으로 자이언츠에 3대0 리드를 안겼다. 늘 불안했던 지토의 얼굴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던가. 시즌 초만 해도 지토가 어지간히 얻어맞아도 좀더 기다려줬던, 그러다 게임을 놓쳐 투수교체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곤 했던 보치 감독이 이날은 지토가 잘 던지다 잠깐 삐끗했는데도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7회말. 가코와 블레이크가 연속 외야 깊숙이 워닝트랙까지 날아가는 플라이볼로 물러난 뒤 샤펙이 2루타를 치자 보치 감독은 곧바로 불펜쪽에 가볍게 손사인을 보내고 터벅터벅 덕아웃에서 마운드로 향했다. 2아웃2루. 한타자만 상대하면 이닝을 마칠 수 있는데도, 게다가 올해들어 가장 잘 던지고 있는데도 걸어나오는 보치 감독을 보며 지토는 마운드에서 왼손에 쥔 공을 오른손 글러브로 짧게 던져넣으며 와우, 와우를 연발했다. 덕아웃으로 물러난 뒤에도 지토는 아쉬운 표정 혹은 야속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토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건 케이치 야부. 타석에는 구티에레스 대신 등장한 추신수. 각본에 없이 한일 투타대결 단막극이 펼쳐졌다. 추신수의 승리였다. 안쪽 낮은 공을 잡아끌어 우익수 앞 적시타. 보치 감독은 야부를 불러들이고 잭 태슈너를 내보냈다. 인디언스도 연속 대타작전을 걸었다. 이번에는 보치 감독의 작전이 우위였다. 벨란디아 대신 나온 마테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 끝. 자이언츠는 8회초 잔 바우커가 우월 솔로홈런을 쳐 다시 한점 달아나며 54년만에 방문한 클리블랜드에서의 2연승을 굳은자로 만들었다.
한편 오클랜드 A’s는 이날 매카피 콜러시엄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0대4로 졌다. A’s 타자들은 필리스 선발투수 켄드릭(8이닝 4안타 0실)과 마무리 로메로(1이닝 0실점)의 구위에 눌려 토탈 4안타의 빈공에 허덕인 반면, 필리스 타자들은 A’s 선발투수 그렉 스미스(5.2이닝 7안타 4실점)를 효과적으로 공략, 초반에 대세를 결정지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