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4강 청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늘 러시아를 이끌고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국가대항전 첫 결승무대 진출에 도전장을 낸다. 조국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히딩크의 모습.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 오늘 스페인과 충돌
‘무적함대도 어퍼컷으로 침몰시킬까,’
지구촌이 또 다시 ‘히딩크 매직’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26일 오전 11시45분(LA시간- TV ESPN2)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펼쳐지는 2008 유럽축구챔피언십(유로2008) 준결승전, 러시아와 스페인의 한판승부가 바로 그 무대. 대회 조별리그에서 독일월드컵 결승팀들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합계 7-1로 대파하는 등 파죽지세 전승가도를 달리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8강전에서 넘어뜨리는 대 파란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서 ‘히딩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 감독 거스 히딩크(61)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4 참패를 안겨준 스페인을 상대로 ‘복수혈전’을 노리는 경기다. 이 경기 승자는 오는 2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전차군단’ 독일과 유럽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독일은 25일 스위스 바젤에서 벌어진 첫 준결승에서 후반 45분 터진 필립 람의 천금 결승골로 ‘투르크전사’ 터키의 끈질긴 추격을 3-2로 뿌리치고 결승에 선착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전혀 꿈도 꾸지 못했던 4강 고지에 올려놓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히딩크 감독은 지난 독일월드컵에선 호주대표팀을 맡아 32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팀을 올려놓은 뒤 결국 16강까지 진출시켰다. 또 이번에 유럽 축구 변방에서 맴돌던 러시아를 유럽 4강까지 끌어올리며 다시 한 번 ‘미러클워커’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대회 출전팀 가운데 평균연령이 가장 어린 러시아팀을 이끌고 단시일내에 유럽 정상급 유닛으로 탈바꿈시킨 히딩크의 탁월한 비전과 지도력, 전략과 승부사로서의 능력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서조차 경탄의 대상으로 탄복을 자아내고 있다.
이미 러시아에선 ‘히딩크 황제(Tsar Hiddink)’라는 닉네임까지 등장할 만큼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그에게 명예 러시아 국민증을 선사하겠다고 나섰고 이러한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민들의 영웅이 된 그는 이미 한국의 명예국민으로 한국네티즌들이 만들어준 ‘히동구’라는 한국이름까지 갖고 있고 호주에서는 ‘히딩크 택스’를 신설해 그를 다시 모셔오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움직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히딩크도 아직 못해본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메이저 국가대항전 대회 결승에 오르는 것이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히딩크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5-0으로 대파한 뒤 16강과 8강전에서 유고슬라비아와 아르헨티나를 각각 2-1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으나 준결승에서 호나우두가 이끄는 ‘삼바군단’ 브라질과 격돌,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이어 2002 한일월드컵에선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고 한국을 기적의 4강으로 이끌었으나 역시 준결승에서 전차군단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호주를 이끌고 나선 독일월드컵에선 16강전에서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에 경기종료직전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 골을 내줘 돌풍을 마감했다. 따라서 이번은 그에게 국제무대 결승진출의 한을 풀 4번째 기회인 셈이다.
상대인 스페인은 객관적인 전력비교에선 분명히 러시아보다 앞서는 팀이다. 조별리그 결과(4-1)도 이 사실을 말해준다. 히딩크 감독도 “이탈리아가 (4강에) 올라오길 바랐다. 스페인은 이탈리아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이 ‘매스터 승부사 히딩크’를 믿고 조용한 자신감에 넘치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 대결에선 징계로 뛰지못했던 천재적 골게터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가세한 것은 리턴매치가 첫 경기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가장 큰 차이다.
스페인은 월드컵이나 유로 등 국제대회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호지만 1964년 마지막으로 유럽정상에 오른 이후 한 번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 징크스에 시달리는 팀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8강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히딩크의 한국에 덜미를 잡혔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메이저대회 징크스는 둘째고 먼저 히딩크에게 갚아야 할 묵은 빚이 있는 셈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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