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이산가족 상봉 캠페인 단체 ‘샘소리 재단’을 출범시켰던 스티븐 린튼 박사(유진벨재단 이사장.사진)는 25일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미 수교가 본격 논의되고 있는 올해가 미국이 이산가족을 공식 인정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정작 수교를 해버리고 나면 이산가족 문제를 이슈로 꺼내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올해는 미국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데다 사회적으로 한인들을 포함 이민자 문제를 새롭게 평가하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린튼 박사는 “Best Chance(최적의 기회)”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인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금년 안에 뭔가 구체적인 진전을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다만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집약하고 미 정부 및 주류사회를 상대해 목소리를 낼 만한 ‘리더’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린튼 박사는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 사람은 1세와 2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미주 한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다중적인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샘소리재단 ‘내셔널 디렉터’를 구하고 있다는 린튼 박사와의 인터뷰는 한인들의 정체성 문제 등 제법 심도있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한인사회 대변할 리더 절실”
샘소리 ‘내셔널 디렉터’ 물색
“한인 이민자 정체성 확립해야”
- ‘샘소리’ 내셔널 디렉터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미국 정부를 겨냥한 공식 창구 역할입니다. 한인들의 스토리를 전해줄 사람이지요. 그런데 어떤 스토리인가가 문제입니다. 한인들에게 뚜렷한 정체성이 없어요. 2, 3세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애는 극복했는지 모르지만 주류사회 진출에 새로운 장벽이 생겼습니다. ‘우리 스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철도 건설에 동원된 중국인, 가난을 피해 이민 온 아일랜드 사람 등 각 민족을 특징 지우는 스토리가 있는데 한인들은 애매합니다. 왜 미국에 왔는지 잘 몰라요. 저는 한인 미주 이민 역사가 ‘민족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미주 한인들의 10%가 이산가족입니다. 이들에게는 정말 스토리가 많습니다. 그런 스토리들을 5분 안에 듣는 사람에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일에 구심점이 되는 사람이 ‘샘소리 내셔널 디렉터‘입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일부러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 내셔널 디렉터는 어떤 사람이 적합하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탈정치적인 인물이어야 하겠지요. 또 한인 이민 스토리와 한인사회의 문제점을 잘 파악해 알리기 위해서는 미국사회에서도 인정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1세와 2세를 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나이든 분보다는 30-40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모금도 잘해야 하구요. 지역적으로는 워싱턴 거주하는 사람이어야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인 이민자들 만의 진정한 스토리를 이해하고 후세들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중국, 일본인과 차별되는 메시지 말입니다.
그런데 한인들은 스스로의 자랑거리를 몰라요.
-앞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스토리를 ‘분단’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인 면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지만 분단은 한인 미주 이민의 근원입니다. 이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한인 이민사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88 올림픽, 한강의 기적,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등의 스토리도 있지만 부족합니다. 6.25 때문에 민족이 갈리면서 한인들은 살길을 찾아 미국에 왔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에도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해서 잘 기억을 못합니다. 한인 중에도 잊고 싶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분단의 역사는 너무 드라마틱합니다. 그런 과거를 가진 ‘이민 유권자‘들이 내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면 미국인들은 놀랍니다. 포토맥강을 경계로 민족이 갈라지는 경우를 상상해보라는 말에 충격을 받지요. 분단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가는 스토리는 한인들을 미 사회에 인식시키는 아주 중요한 소재입니다.
-그러자면 한인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캠페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1세는 조국인 한국에 정체성의 뿌리를 두지만 2세들은 잘 몰라요. 2세들은 안정적인 직업에 관심이 많지요. 한인사회에 적극 이런 취지를 알려야 합니다. 더욱 바라기는 한인들의 비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오프라 윈프리(미 토크쇼 진행자)’ 쇼에도 방송돼 미국인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이민자, 또는 외국인 문제가 아니라 미 유권자들의 문제라는 것을 미국사회가 알아야 합니다.
-유진벨재단의 북한 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올해도 큰 기근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다행히 90년대 중반 같은 최악의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린튼 박사는 5월에 북한을 다녀왔다). 보릿 고개를 넘기느라 어렵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하고 빨리 대화가 잘 돼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 할 줄 믿습니다. 다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 내 한인 동포들이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알고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역할이 크게 축소되어 있습니다. 대표급 운동선수가 뛰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꼴입니다.
이산가족상봉 지원 법안이 올해 초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7월까지 이산가족 실태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샘소리재단은 워싱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이차희씨가 대변인을 맡고 있다.
문의 (202)393-0645
(202)510-3451 김혜진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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