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 ‘오피니언’란에 ‘여기는 서울, 데모의 천국’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쓴 분은 재미동포로는 최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활약했던 우리 동포 유일의 전직 미국 국회의원이기에 더욱 그의 발언이 주목을 끈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서울의 데모가 목적의식이나 지휘자도 없다 ▲미국은 경찰을 쇠파이프로 위협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발사한다 ▲ 미국 경찰이 위협당하면 시위대는 몽둥이로 얻어맞고, 감옥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 미국은 교통만은 열어주나 한국은 교통이 몽땅 차단된다 ▲한국은 데모의 권리만 있고 데모 안하는 시민의 권리는 무시된다 ▲미국과 한국, 어느 쪽이 더 민주법치국가일까 등이다.
글의 내용을 보면 칼럼 기고자가 우선 한국의 데모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작금의 데모를 평가절하하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더구나 그는 지배계층의 시선으로, 또 미국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들여다보는 듯해서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로 데모란 민주주의의 상징이요, 민중의 의사표시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된다는 수단이다. 하기야 데모 한 번도 못해본 사람이야 데모의 중요성과 가치를 이해할 수야 없겠지만.
오늘 우리가 향유하는 번영과 자유(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가 누가 공짜로 안겨준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을 흘리며 ‘데모’라는 수단을 통해서 쟁취한 값진 결과였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마항쟁을 거쳐 4.19 혁명에 의해 장기집권 부정부패 자유당독재가 타도됐고, 유신반대투쟁, 5.18 민주항쟁, 6.10 궐기 등으로 군사통치를 끝장내기까지 데모대의 고귀한 회생은 너무도 컸다.
그가 권력자들을 대변하고 미국과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더 민주법치국이냐고 비아냥하는 자세는 마음에 퍽 걸린다. 재미동포들은 미국시민으로서 시민의 의무와 권리를 훌륭하게 행사해야 하지만, 떠나온 모국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쇠고기협상’과 같이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경우에는 올바르고 공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을 하는 자세가 바람직한 동포들의 자세일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는 굴종숭미사대주의 세력의 일방적인 양보로 타결된 ‘쇠고기협정’이 도화선이 됐지만, 불타는 촛불 속에는 지금 한창 유행어가 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인사) ▲강부자(강남 땅부자) 그리고 ▲강금실(강남 금싸라기 땅 실소유주)에 대한 분노가 활활 타고 있음을 아직도 읽지 못했다면 민심에 귀를 막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국 같으면 쇠파이프로 경찰을 위협하면 즉시 발사를 했을 것이라는 기고자의 말은 서울에서도 경찰이 총을 즉시 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 미국도 시위대가 예상 외로 불어나면 교통이 마비되고 도로가 차단되는 사례는 자주 있다.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질서를 문란케 한다면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이 따라야겠지만 몇 사람의 탈선을 가지고 시위의 목적을 왜곡하고 희석시키려는 태도가 좀 아쉽다는 말이다.
시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목적지도 없고 지휘자도 없다는 그의 주장은 순간적이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라는 사실 때문에 조직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수 언론과 보수 세력들이 입만 열면 지난 10년 동안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왜곡선전으로 나라가 당장 꺼꾸러지는 것으로 알았던 국민이 소위 ‘386 친북좌파들’만 권력에서 끌어내면 당장 천국이 온다고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탈세, 위장전입, 불법투기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명박 씨를 “경제만 살려준다면” 모든 것을 눈감는다며 권좌에 앉혔던 것이다. 그러나 땅부자들뿐 아니라 학연, 지연에다 이제는 교회인연까지 끌어들여 권력구조를 만들고 민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결과가 민중의 분노에 불을 질러 그것이 오늘도 거리에서 활활 타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성 싶다.
데모 안하는 시민의 권리가 무시당하는 사회에 울화가 치밀었다는 말 대신에 칼럼 기고자가 서울 정부의 굴욕적인 불평등 ‘쇠고기합의’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했다면 얼마나 많은 동포들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그는 미국에서 민의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자리에 있었던 터이라 더욱 우리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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