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허정무호가 서울에서 처음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코리아 더비’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헛심만 썼을 뿐 북한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2일 밤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최종전에서 전.후반 90분 공방을 펼쳤지만 골문을 열어 젖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득점없이 비겼다.
북한의 정대세(좌)와 남한의 김정우선수가 2010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전에서 골을 놓고 싸우는 모습
(AP Photo/Ahn Young-joon)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3승3무(승점 12)로 북한에 골 득실(한국 +7, 북한 +4)에서 앞서 조 1위로 3차 예선을 마쳤다.
하지만 월드컵 3차 예선 원정.홈 경기를 포함해 2005년 8월4일 전주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0 무승부 이후 네 경기 연속 남북대결 무승부 행진을 계속했다.
한국이 북한을 A매치에서 꺾은 건 15년 전인 1993년 10월28일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 3-0 승리가 마지막이다. 2005년 8월14일 남북통일축구 3-0 승리는 양측 합의에 따라 A매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1990년 10월23일 친선경기 2차전 1-0 승리 이후 7경기 연속 무패(2승5무) 행진으로 A매치 상대전적 5승6무1패의 우위를 지킨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허정무 감독은 장신 스트라이커 고기구(전남)를 ‘깜짝’ 원톱으로 내세우고 안정환(부산)과 이청용(서울)에게 좌우 돌파 임무를 맡겼다.
공격형 미드필드 겸 처진 스트라이커로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을 배치하고 김정우(성남)와 오장은(울산)이 그 뒤를 받쳤다.
또 포백(4-back) 수비라인은 김치우(전남)-강민수(전북)-이정수(수원)-최효진(포항)이 포진했고,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성남)이 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왼쪽 윙어 이근호(대구), 원톱 스트라이커 박주영(서울), 발등 피로골절이 있는 조원희(수원) 등을 빼고 그 동안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전술변화를 시도한 허정무호가 수비라인에서 비교적 안정을 찾았지만 공격에서는 답답함을 노출한 한판이었다.
수비는 북한의 간판 공격수인 정대세(가와사키)를 효과적으로 묶는 한편 홍영조(FK 베자니아)도 득점 기회를 수 차례 차단했다.
반면 고기구-안정환-이청용으로 이어진 스리톱 공격진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려보지 못한 채 `뻥 축구’로 자존심을 구겼다.
FIFA 대회로는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남북대결은 대형 한반도기가 등장하고 관중석에서 북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지만 양팀은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한국은 전반 6분 왼쪽 측면으로 깊숙이 침투한 안정환이 크로스를 올려주자 장신 스트라이커 고기구 헤딩으로 문전으로 들어가는 이청용을 보고 살짝 떨어뜨렸지만 수비수가 먼저 걷어냈다.
북한은 수비로 일관하다 갑자기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습 전략을 구사해 전반 7분에는 골키퍼 정성룡이 오른쪽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점프해 잡아내는 아찔한 순간을 넘겼다.
한국은 발이 빠른 풀백 김치우가 빠른 측면 돌파 후 크로스를 수 차례 올렸으나 공격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북한은 측면을 빠른 드리블로 돌파하는 홍영조와 중앙에서 도사리고 있다 슈팅 기회를 엿보는 골잡이 정대세가 수 차례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15분 왼쪽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하던 홍영조를 이정수가 태클로 간신히 걷어냈고 1분 뒤 정대세의 왼발 슈팅도 정성룡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도 파상공세로 북한의 문전을 압박했지만 결정적인 득점과는 인연이 없었다.
전반 28분 왼쪽 안정환이 왼쪽 깊숙이 침투한 뒤 때린 공은 왼쪽 골대를 벗어났고 1분 뒤 아크 정면에서 이청용이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선 김두현이 키커로 나섰지만 킥이 북한 수비 벽에 막혔다.
후반 들어서도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등 공격 활로를 트지 못하자 허정무 감독은 14분여 안정환을 빼고 골잡이 박주영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이 태극전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후반 22분 오른쪽 코너킥 기회에서 고광천의 헤딩슛을 골키퍼 정성룡이 몸을 던져 가까스로 잡아내 가슴을 쓸어내린 뒤 공세를 강화했지만 시원한 득점포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후반 28분 박주영이 골 지역 정면에서 골키퍼 리명국과 1대 1로 맞서고도 강하게 찬 슛이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고 31분 이청용의 땅볼패스를 받은 오장은이 왼발슛을 날렸지만 왼쪽 골대를 비켜갔다.
이어 후반 44분에도 박주영이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살짝 빼줬지만 달려들던 김두현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다.
남북의 하나된 응원으로 흥겨웠지만 목청껏 응원한 팬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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