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조국 네덜란드의 역적이 되며 러시아를 사상 첫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려 놓는 이변을 일으켰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8강에서 연장 후반 7분 드미트리 토르빈스키의 결승골과 4분 뒤 터진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쐐기골로 네덜란드를 3-1로 꺾었다.
러시아 감독 거스 히딩크의 매직이 조국 네덜란드를 8강에서 무너뜨리고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 (AP Photo/Ivan Sekretarev)
구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3-0 승), 프랑스(4-1 승) 등 2006 독일월드컵 우승.준우승국들을 대파하고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라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네덜란드는 ‘히딩크 마법’의 제물이 돼 1988년 이후 20년 만의 우승 탈환 꿈을 접었다.
러시아는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터트린 파블류첸코를 최전방에 세우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으로 스웨덴과 본선 조별리그 3차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아르샤빈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네덜란드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축으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와 디르크 카윗을 좌.우 윙포워드, 라파얼 판데르파르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이탈리아, 프랑스전과 같은 멤버 구성이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갓 태어난 딸을 잃은 수비수 칼리트 불라루즈는 아픔을 딛고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왼쪽 팔에 검은색 완장을 차고 뛰었다.
예상을 깨고 러시아가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다.
전반 6분 상대 미드필드 오른쪽 진영에서 유리 지르코프가 왼발로 감아찬 프리킥을 네덜란드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사르가 몸을 던쳐 쳐 냈고, 2분 뒤 파블류첸코가 골 지역 정면에서 아무 견제도 받지 않고 날린 헤딩슛은 골문을 훌쩍 넘어갔다.
전반 31분 아르샤빈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판데르사르의 손을 스쳐 코너 아웃이 됐고, 1분 뒤 데니스 콜로딘이 아크 정면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도 판데르사르의 펀칭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네덜란드는 전반 37분 니스텔로이와 전반 44분 판데르파르트의 슈팅이 잇따라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에브의 선방에 걸렸다.
후반 시작하며 네덜란드 마르코 판 바스턴 감독은 전반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카윗을 빼고 로빈 판 페르시를 투입했고, 후반 9분에는 불라루즈를 빼고 온 헤이팅아를 출전시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가 먼저 골문을 열었다.
후반 11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세르게이 세마크가 올린 크로스를 파블류첸코가 골 지역 정면에서 논스톱 왼발슛으로 꽂아 넣었다.
다급해진 네덜란드는 후반 17분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올란도 엥겔라르를 빼고 이브라힘 아펠라이를 투입해 만회를 노렸다.
러시아가 몇 차례 득점 찬스를 놓치더니 결국 후반 41분 네덜란드의 동점골이 터졌다.
스네이더르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프리킥을 차 올렸고 판 니스텔로이가 골문 앞으로 달려들며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연장에서도 러시아에 결정적 득점 찬스가 많았다. 하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연장 전반 7분 파블류첸코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오른발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고, 2분 뒤 아르샤빈의 패스에 이은 토르빈스키의 왼발슛은 골키퍼에 걸렸다.
하지만 결국 연장 후반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연장 후반 7분 아르샤빈이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토르빈스키가 골문으로 쇄도하며 재치 있게 왼발로 차 넣어 승부를 갈랐다.
러시아는 네덜란드 수비가 넋을 놓고 있던 연장 후반 11분 스로인 패스를 받은 아르샤빈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뒤 골키퍼 판데르사르의 다리 사이로 빠져 들어가 4강행에 쐐기를 박았다.
히딩크 감독이 껑충껑충 뛰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판 바스턴 감독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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