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한국어과 위기는 한국학 프로그램의 극단적 평가절하로 인해 나타난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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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7~8번째 수요 높은 언어수업 불구
조교수 한명과 선임 시니어 강사 한명이 고작
부전공 과정만 있을뿐 아직 전공과정 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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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 동아시아어학부 학부장인 알란 탄스만Alan Tansman으로부터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고급교육 예산 감축으로 인해 한국어 프로그램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올해 4월에 듣게 되었다.
알란 탄스만이 서면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정부의 예산 부족은 한국어 프로그램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전공과정이 없는 한국어 프로그램은 부전공 과정마저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요지이다. 같은 학부의 중국어와 일본어 프로그램이 전공과정과 부전공 과정을 다 제공하는 데 비해, 한국어 프로그램은 2004년에 설립된 부전공 과정만 있을 뿐 아직 전공과정이나 석사, 박사과정도 없다. 게다가, 중국어와 일본어 프로그램은 축소되기는 하나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지는 않는 데 반해 한국어 프로그램은 거의 완전히 없어질 상황이다.
이런 끔찍한 소식을 듣고, 난 한국어 수업을 살리기 위해 곧바로 학교 내 모든 한국어 수업에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리고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또한 전세계 한국학자들이 방문하는 Koreaweb이라는 웹사이트의 이메일 주소록으로 버클리의 한국어 프로그램이 처한 곤경을 알렸다.
실망스럽게도 한국학자들은 내 게시물을 보고 버클리가 현재의 예산부족 위기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한국학 프로그램을 발전시키지 못했음을 상기시키며 [버클리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한 주요 학자의 말에 의하면, “버클리대학이 스스로 최고라고 자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버클리대)은 너무 오랫동안 한국학을 무시해왔는데 이제 와서 한국학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고 동정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비슷한 논조로 다른 학자도 말했다. “[버클리대학에 있는 한국학의 상황은] 우리 분야에서 최악 중 의 하나로 손꼽힌다. 게다가 같은 시간에, …UCLA는 같은 시스템에서 [한국학을] 크게 번성시켰다. 그것만으로도 버클리의 불성실함을 알 만 하다.” 이들 비난은 낙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째서 한국학에 대해 버클리가 지독하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지, 그리고 환태평양지역의 주요 대학으로써 버클리의 한국학이 어째서 다른 대학들의 근처에 따라잡지도 못하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여기서, 버클리 대학의 한국학은 지난 66년 동안 열정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특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버클리에 한국학의 탄생을 위해 두 번의 대단한 탄생비화가 있다. 둘 다 버클리 내에 왕성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립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버클리에 있는 한국어 프로그램이 학교의 의지나 지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힘을 합친 한국인들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버클리 학생들은 Korean American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저 한국학의 선구자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들이 뿌린 씨를 우리가 일구어 결실을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2차대전 시절에 버클리의 동양어학부(Department of Oriental Languages) (이제 동아시아어학부EALC)에서 언어강사를 맡은 최봉윤 선생 (정치학 전공)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양어학부에서 중국어, 일본어에 심지어 몽고어까지 가르치는 것을 보고, 일제하 한국의 독립을 주창한 열렬한 애국자인 최봉윤 선생은 일본어 강사로 고용되었으나 한국어 수업도 진행하겠다고 1942년에 학부장에게 말했다. 학부장이 버클리에는 한국어 같은 ‘변방 언어’에 배정할 예산이 없다고 답하자, 최봉윤 선생은 무료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제의했고 수작업으로 한국어 교과서reader까지 일일이 만들었다. (그 교과서는 다음해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되었다.) 한국어가 버클리 교육과정 안에 제 자리가 있다고 확신한 최봉윤 선생 덕분에 버클리는, 비록 처음에는 일본어 프로그램의 일부이긴 해도, 미국 내 최초로 한국어 수업을 제공한 대학이 되었다. 오늘 2008년에 학생들이 한국학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모였다는 데 비추어 보면 버클리가 미국 최초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최봉윤 선생이 처음 동양학부에 한국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 지 70년이 지나 버클리 학생들이 다시 EALC 내 한국어를 살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는 80년대 중반에 조직한 ‘소리(Sori)’라는 학생 단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버클리에 한국 관련이 수업이 없다는 데 실망한 소리 회원들은 한양대학교의 이영희 교수를 초빙해 한국 현대사 수업을 열자는 운동을 펼친다. 한국의 학생단체들이 한국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동안 소리 회원들은 현대 한국이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며 오클랜드 도시에 집집마다 방문해 $20,000을 모금했다. 소리의 놀라운 노력 덕분에 1986년에 이영희 교수가 버클리에서 한국사 수업을 열 수 있었고, 또한 그와 함께 한국학 위원회(Committee for Korea Studies, CKS)라는 학생단체의 발전도 촉발하게 되었다. 현재 버클리는 한국사 교수를 고용하지 않고 있지만, CKS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버클리 대학의 지속적인 무관심은 버클리 학생들의 끊이지 않는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CKS를 번성하게 만든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두가지 탄생설화는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버클리에서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한국학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30년 동안 클레어 유와 김경년 두 선임 강사의 노력으로 버클리에는 미국 내 다른 대학이나 한국 대학에 필적하는 훌륭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개발되었다. 제도적으로 간과되는 풍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클리의 한국어 프로그램은 학교 내에서 크게 번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성도 얻었다.
예를 들자면, 우리 임시 모임인 ‘동아시아학과와 한국학 구하기 위원회’에는 전기공학 박사과정생과 버클리에 한국어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스탠포드나 MIT 대신 버클리를 택한 비(非)한국인 학생도 있다.
한국어 과정은 학기 초에는 학생들로 차고 넘치고, 등록한 학생 중 3분의 1은 한국계가 아닐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실제로 학교 내에서 7번째나 8번째로 수요가 높은 언어수업이다. 작년까지 EALC는 27개의 한국어 수업을 제공하였다. 예산 삭감으로 한국어 수업을 거의 없앤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 버클리의 한국어 과정은 튼튼한 언어적 토대와 한국의 영화 및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 클레어 유 선생과 김경년 선생이 은퇴하면서 그 자리가 새로 채워지지 않고, 종신재직권(테뉴어)tenure이 없는 조교수 한 명 (현재 안식년 중)과 선임senior 한국어 강사 한 명 만이 어떠한 형태로든 학부 내 고용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이다.
EALC 학부장 탄스만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학부 내에서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은 재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재원은 매년 새로 배정되지 않으며, 다음 학년 한 번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강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좋은 소식처럼 보인다. 사실 이는 언제 일자리가 주어질지, 혹은 사라질지 모르는 버클리 언어 강사들의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를 강조할 뿐이다. 언어 강사들의 급료가 캘리포니아대학의 “임시 교육원Temporary Academic Staffing (TAS)” 예산에서 배정되는 한, 특히 한국어 과정에 있어서 장기적인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한국어 강사 중 5명 중 4명이 최근에 고용되어서 근속년수seniority가 부족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고용보장을 받을 수 있는 “연임 강사continuing lecturer” 직위를 받을 수 없다. 연임 강사Continuing lecturer는 3년에 한 번씩 계약을 연장하는 데 반해 후임 강사junior lecturer (“pre-six lecturers” *역주: 근속년수 6년 이하 강사를 지칭)는 매년 새로 계약해야 한다. 강사들의 급료가 주정부의 지원에 직접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새크라멘토 주정부에서 예산편성을 줄일 때 마다 대부분의 한국어 강사들이 해당하는 6년이하 강사pre-six lecuter들이 가장 먼저 해직될 것이다.
버클리의 한국학이 겪는 곤경의 진짜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몇몇 EALC 임원들과 교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학이 최근에 생긴 학문이라서 한국어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어 강사들이 후임 강사 지위에 있어서도 아니다. 한국어 강사들의 낮은 지위는 버클리 내 한국학 프로그램의 극단적 평가절하로 인해 나타난 증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교육예산 삭감에 모든 잘못을 돌릴 수도 없다. UCLA와 UC San Diego에 있는 왕성한 한국학 프로그램을 보면 예산삭감에서 한국학 축소의 원인을 찾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 주장인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학교에서 한국학을 키우지 못하는 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일부 버클리 임원과 교수의 관료적 사고방식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UC 시스템 최고의 대학인 버클리 대학에서 한국학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한국학을 살릴 만 한 비전과 노력을 갖추지 못한 버클리 임원과 EALC 학부장 교수들의 태만함에 있다.
현재로서 버클리의 EALC 학부에는 tenure 없는 한국문학 조교수 한 명만 갖추고 있다. 탄스만 학부장에 의하면 몇 년 전 한국학자를 찾는데 실패한 후로 앞으로도 이름있는 한국학자를 고용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잘 발달된 문학과 언어 프로그램이 있는 중국학과 일본학 프로그램에 비해 한국학엔 언어 프로그램밖에 없다. 동아시아학부는 학부 내 세 프로그램 중 가장 덜 발달된 한국학을 보호하긴커녕, 이마저도 다 없어지도록 후임 언어 강사들을 해임하는 절차를 밟았다. 여러 민족에 걸친 우리 학생 모임은 다른 EALC 프로그램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한국학 프로그램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학 프로그램의 사멸 또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버클리가 자부하는 대로 환태평양 지역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학으로써, 그리고 학생 중 45%가 아시아계인 대학으로써 모든 아시아 언어강좌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타칼로그어, 힌두어와 타밀어를 포함한다. 6월 17일 부학장 조지 브레스라워(George Breslauer)와 만났을 때, 우리는 학생들과 지역사회 구성원 8000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전달했다. 대학이 언어 강사들에게 고용 보장을 제공하여 아시아 언어과정을 지킬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한국학이 동아시아학 내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음을 주장할 예정이다.
우리 버클리 학생들과 한인 사회 구성원들은 현재 위기를 기회로 보아야 한다. 2005년에 시애틀 한인사회(Seattle Korean American community) 사람들은 한국 정보의 지원과 함께 거의 백만불을 모금하여 워싱턴 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을 살려내었다. 우리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버클리 그 자체로는 역사적으로 한국학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대학 임원과 학부 교수들이 제 몫을 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도, 버클리에 한국학이 생긴 지 6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어 강사들이 해임되는 것을 일년 동안 미룰 만한 돈을 모금하는 것 보다도, 버클리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만한 한국학자를 임용할 수 있는 기금을 모으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2주 전에 우리 학생모임 회원들은 마치 80년대의 소리 회원들처럼 지역사회 방문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클랜드 일부 상점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한국학을 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인 한 한국음식점 업주는 한국학 프로그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이 역사적으로 약소국 취급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얘기했다.
20세기 동안 한국이 주권을 세우기 위해 싸웠던 것을 잘 아는 한인 사회 구성원들이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하는 데 우리 모임의 학생들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한국학에 관하여 버클리가 남긴 부끄러운 유산에 대해 한인 사회 구성원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으로 맞섰다. 힘을 보태기 위해 브롱스에서도 한 한국인 할머니가 $20 기부금을 보내주셨다.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보탠 한국인, 중국인, Asian American, 백인 등 여러 민족의 학생들과 동아시아언어 수업 축소와 한국학 프로그램 소멸을 막기 위해 지난 2개월 동안 함께 노력했다. 또한 한국과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연계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께 노력하면, 처음 한국학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던 설립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유산을 남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 언어, 한국 문화와 한국 역사에 걸맞은 한국학 프로그램을 버클리에 세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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