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터키, 강호 체코 잡고 8강합류
0대2로 끌려가다 막판 골세례로 3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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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몰렸던 터키가 막판 15분동안 3골을 몰아치며 강호 체코에 3대2 역전승을 거두고 8강행 열차에 탑승했다. 터키의 열화같은 막판분전에 혼비백산한 체코는 찜해둔 것이나 다름없던 8강행 티켓을 빼앗기고 귀국행 보따리를 쌌다.
공동개최국 스위스는 일찌감치 준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덕분에 호날두 등 주전들을 대거 빼는 등 여유를 부린 포르투갈을 2대0으로 눌러이겼다. 삼수만에 거둔 스위스의 첫승은 그러나 8강행 열차 탑승권과는 관계없는 때늦은 발동이었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개막 열이틀을 넘긴 4년주기 유럽축구최강전 유로2008 A그룹에서 준준결승 8강티켓은 포르투갈과 터키의 몫이 됐다.
2006독일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1무1패)와 준우승팀 프랑스(1무1패)는 17일 건곤일척 한판승부 겸 월드컵결승전 리턴매치를 벌인다. 체면 구긴 양강이 속한 C그룹에 배정된 8강행 티켓 2장 중 1장은 이미 네덜란드(2승)이 차지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무조건 월드컵결승전 리턴매치를 이겨놓고 같은 시간에 벌어지는 네덜란드와 루마니아(2무)의 경기결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중 한팀이 이기더라도, 스위스가 주전 빠진 포르투갈을 잡았듯이 루마니아가 주전 빠질 네덜란드를 잡을 경우, 죽음의 C조 8강티켓은 네덜란드와 루마니아의 몫이 된다. 만일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비기고 루마니아가 네덜란드에 질 경우에는 3팀 모두 2무1패가 돼 골득실차 등을 따져 나머지 한 장의 주인을 가리게 된다.
니하트 케비치, 막판 3분동안 동점골 역전골
◆터키(2승1패) 3- 2 체코(1승2패)
스릴러였다. 드라마였다. 터키가 짜릿한 막한 역전극을 펼치며 99.99% 놓친 듯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터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체코와의 경기에서 0대2로 끌려가다 경기종료 15분을 남기고 벼락치기 3골을 쓸어담으며 3대2로 역전승, 2승1패로 준준결승 고지에 합류했다. 특히 동점골과 역전결승골은 경기종료 직전 3분동안 명중된 것이었다.
지면 탈락,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진 승부에서 체코는 주로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했던 거구의 노장골게터 얀 콜러를 선발로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일진일퇴 공방을 거듭하던 살얼음 승부의 균형을 체코쪽으로 기울게 한 선제골은 콜러의 머리에서 나왔다. 전반 34분, 터키 진영 오른쪽을 파고든 즈데넥 그리게라가 문전으로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크로스를 날리자 등뒤 수비수의 제지를 힘으로 뿌리친 콜러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골네트를 흔들었다.
터키로서는 한골로 지나 열골로 지나 결과는 매한가지. 곧바로 총반격에 나섰다. 최전방 니하트 케비치 등이 체코문전을 쉴새없는 넘나들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마음이 앞선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위로 옆으로 빗나갔다. 정조준 발사된 슈팅은 전매특허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골문을 지킨 페트르 체흐의 선방에 걸려들었다. 후반 중반까지도 이런 양상은 계속됐다. 터키는 볼점유율에서만 앞섰을 뿐, 실속없는 파상공세만 거듭했다.
터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체코의 추가골은 그러는 와중에 나왔다. 후반 17분, 부지런한 오른쪽날개 리보르 시온코가 터키 벌칙구역 오른쪽 외곽을 파고든 뒤 반대편으로 크로스, 쇄도하던 야로슬라프 플라실이 슬라이딩 왼발슈팅으로 갈길 바쁜 터키의 급소를 정통으로 때렸다. 2대0.
누가 봐도 체코 승리는 굳은 자처럼 보였다. 열받은 터키 감독은 두 번째 골 직전에 선수교체 요청을 했는데 진행요원이 제때 하지 않아 골이 난 것처럼 교체사인판을 들고있는 진행요원에게 다가가 주먹다짐이라도 벌일 듯이 악악댔다. 그러나 그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그는 플라실보다 먼저 콜러에게 추가골을 먹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후반 16분쯤,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라온 터키수비라인의 옵사이드 트랩을 뚫고 문전까지 단독드리블한 콜러가 골키퍼를 피해 발사한 왼발슈팅은 그만 골문까지 피해버린 것이다.
터키 감독의 화풀이는 아마도 주심이 경기 초반부터 터키 선수들의 반칙에는 까탈스럽게 휘슬을 불어대고 체코 선수들 반칙은 눈감아준다는 피해의식까지 담고 있었을 것이다.
체코 응원단은 스탠드에서 축제를 벌였다. 체코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잠그기에 들어갔다. 터키는 총공세에 나섰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졌다. 터키의 공세는 더욱 굵어졌다. 체코 선수들이 터치라인쪽 외곽을 거의 비워두고 문전에 포진, 수비망을 좁히는 바람에 터키 날개들은 마음놓고 외곽을 점령했다. 후반 25분, 터키는 총력공세의 첫 결실을 보았다.
역시 주인없는 벌칙구역 외곽을 헤집은 뒤 문전으로 깔아준 크로스를 터키축구의 새희망 아르다 투란이 달려들며 오른발 땅볼슛, 체코의 왼쪽 구석에 박혔다. 체흐 골키퍼는 니어 포스트쪽 방어에 나섰다가 황급히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으나 볼은 이미 선을 넘은 뒤였다.
터키 감독은 빗속에서 두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래도 체코 응원단의 축제는 가라앉지 않았다. 체코는 오른쪽 공격의 시발점인 리보르 시온코를 빼는 여유를 부렸다. 과거 미국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이 잠그기에 들어갈 때면 늙었지만 볼키핑력 좋고 지능적인 코비 존스를 내보내 볼을 질질 끌게 했던 것과 같이, 노련한 밀란 바로시를 투입할 만했으나 체코 벤치는 그마저 필요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체코는 줄창 몰리는 가운데서도 여유를 부렸고 터키는 거듭 밀어붙이는 가운데서도 숨이 차고 속이 탔다. 하긴 후반 20분쯤, 중계석 맞은편 선심의 깃발대 이음매가 고장나 교체할 때 느릿느릿 걷는 진행요원을 보다못해 터키의 투자이 선수는 깃발을 빼앗다시피 해 줄달음에 선심에게 배달했는가 하면, 또다른 공격수는 오발탄 크로스 때문에 볼이 체코 골문 뒤편 관중석으로 날아가자 그 앞까지 달려가 볼을 빨리 돌려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후반 42분. 터키의 마음고생 몸고생에 화답하는 ‘절반의 기적골’은 체코 입장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빚어졌다. 역시 텅 빈 오른쪽 외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시발이었다, 첫 번째는 땅볼이고 이번엔 낮은 공중볼인 것만 달랐을 뿐. 바로 그 순간, 장신의 체흐 골키퍼가 잡으려다 놓친 볼이 하필 겨드랑이 밑까지 근접한 단신의 니하트 케비치 발에 걸렸다. 동점골.
터키는 사기충천했다. 체코는 우왕좌왕했다. 다 잡은 승리를 날리고 억지춘향 재공세에 나선 체코는 후반 45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범했다. 가로챈 하밋 알틴톱은 수비라인과 함께 선 케비치를 보고 그 뒤쪽 공간으로 찔러줬다. 무인지경에서 볼을 잡은 케비치는 달려나오는 체흐 골키퍼과 골문을 동시에 훔쳐본 뒤 오른발로 감아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크로스바를 스친 뒤 골문안 과녁에 정확하게 낙하했다.
3대2 역전골. 터키 선수단과 응원단의 감격적 골세리머니 속에 인저리타임. 체코 선수단과 응원단의 속은 타들어갔고 4분 인저리타임은 더 빠른 속도로 타들어갔다. 터키는 유로2000 이후 8년만에 8강에 복귀했고, 유로2004에 이어 2연속 4강이상 노렸던 체코는 빗물속에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준준결승행 좌절된 공동개최국 스위스
호날두 등 빠진 포르투갈에 2대0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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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1승2패) 2 - 0 포르투갈(2승1패)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스위스로서는 내일을 위해 힘을 비축할 이유가 없었고, 준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포르투갈로서는 오늘을 위해 힘을 소비할 이유가 없었다. 스위스의 쾨비 쿤 감독이 체코와의 1차전 때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해 옴싹달싹 못하는 알렉산더 프라이 등 어쩔 수 없이 못쓰는 선수만 빼고 동원가능한 카드를 모두 쓴 반면,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베스트멤버들을 쉬게 하면서 후보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 것은 당연했다.
제3자들에게 그닥 매력이 없는 이 경기를 ESPN 메인채널도 외면했다. ESPN2는 같은 시간에 벌어진 터키와 체코 경기를 중계하면서 스위스와 포르투갈 경기소식을 간간이 전하는 것으로 때웠다. 월드컵이나 유로대회 같은 큰 대회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담합이나 관중무시 무성의 플레이 등 방지를 위해 같은 시간에 벌어진다. 1982스페인월드컵 때 독일(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같은 조에 속한 다른 팀 승부가 결정되면서 서로 비기기만 하면 2라운드에 진출하는 상황이 되자 피아구분 없이 노골적으로 사이좋게 공놀이를 하다 무승부를 기록한 뒤부터 정착된 제도다.
그러나 15일 스위스 바젤에서 벌어진 스위스와 포르투갈전은, 적어도 선수들에게는 방학게임이 아니었다. 스위스 선수들은 체면치레 1승을 위해서라도, 호날두 데쿠 카르발류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에 가려 벤치신세를 지다 모처럼 출장기회를 잡은 포르투갈 선수들은 기회는 이때다 하고 죽어라 뛰었다. 그런 기회에 숨은 2인치를 보여주는 것이 주전이 되는 지름길이요, 보석고르기를 위해 몰려든 빅리그 부자클럽 스카웃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호기다.
초반 분위기는 포르투갈이 잡았다. 전반 8분, 미겔의 대각선 패스에 이은 콰레스마의 문전크로스를 포스티가 헤딩슛,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18분에는 나니의 프리킥에 동료선수의 발맞고 스위스골키퍼의 손에 스치며 골대를 때린 뒤 다시금 골문을 외면했고, 20분에는 콰레스마의 프리킥을 알베스가 머리로 우겨넣었으나 골키퍼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스위스는 34분 하칸 야킨이 예리한 헤딩슛으로 응사했으나 무위. 후반에도 초반에는 포르투갈이 공세의 고삐를 틀어쥐고 스위스가 총반격에 나서는 양상이 이어졌다. 골은 터진 것은 26분, 야킨에 의해서였다. 야킨은 11분 뒤 바르네타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안전하게 차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 경기를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가는 쾨비 쿤 감독으로선 조별리그 탈락으로 빛은 바랬지만 은퇴전을 승리로 장식한 의미있는 골이기도 했다. 스위스 축구팬들은 경기종료 뒤 쿤 감독에게 조별리그 탈락을 원망하는 돌팔매 대신 지난 8년동안 스위스대표팀을 맡아 열성을 쏟은 데 대한 감사의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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