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육체파’ 소피아 로렌
이탈리아 태생의 육체파 수퍼 스타 소피아 로렌(73)이 뮤지컬 ‘시카고’를 연출한 롭 마샬 감독이 만들 뮤지컬 ‘아홉’(Nine)에 출연,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하고 생전 로렌과 14편의 영화에서 공연한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가 주연한 오스카상 수상작인 ‘8½’이 원전으로 로렌은 여기서 주인공 귀도(대니얼 데이-루이스)의 죽은 어머니의 혼으로 나와 자장가를 부르게 된다. 내년에 개봉될 ‘아홉’에는 로렌과 데이-루이스처럼 오스카상을 받은 연기파들인 마리옹 코티야르와 니콜 키드만 및 주디 덴치 등이 공연한다.
롭 마샬 감독의 ‘아홉’서
노래 부르는 죽은 혼 역할
73세 할머니 된 로렌
“미의 비결은 내면의 평온”
먀샬은 현재 제네바에서 살고 있는 로렌이 LA에 사는 두 아들 칼로와 에도아르도를 만나러 왔을 때 로렌에게 역을 제의, 수락을 받았다. 로렌은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뮤지컬에 나온다는 것은 내 꿈의 성취”라면서 “나는 음악을 사랑하며 어렸을 때 진저 로저스와 프레드 애스테어가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을 즐겨 봤다”고 최근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편 먀샬은 “그녀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감격을 받았다”면서 “그녀는 영화에서와 똑같이 키가 크고 아름다웠는데 유머와 따스함이 가득했고 또 멋들어진 웃음도 영화에서 똑같았다”고 찬양했다.
불타는 듯한 빨강 머리를 한 로렌은 지금까지 60년 가까운 연기생활을 통해 총 100여편의 영화에 나온 정력가다. 볼륨 큰 몸매를 지닌 섹스 심벌이었지만 연기도 잘해 1961년 남편 칼로 폰티가 제작하고 데 시카가 감독한 ‘두 여인’(Two Women)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이 영화는 2차 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을 피해 피난 가는 어머니(로렌)와 그녀의 신심 깊은 10대의 딸(엘레오노라 브라운)의 생존투쟁을 그린 감동적인 드라마다. 특히 로렌이 극중 딸과 함께 모로코 군인들에게 강간당한 뒤 몸부림치며 통곡하고 절규하는 모습이 가공할 만큼 통렬하다. 이 장면은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 로렌은 어머니가 아니라 딸로 그리고 어머니 역은 오스카 수상 배우인 화끈한 연기력의 소유자 안나 마냐니에게 제의됐었다. 그런데 마냐니가 “두 개성이 강한 여자가 한 영화에 나오면 서로 잡아먹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역을 거절하면서 로렌에게 어머니역을 주라고 제의했었다. 당시 로렌은 25세였는데 “내가 14세난 딸을 가진 어머니로 확정되고 나서 겁이나 죽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탈리아 감독 중에서 로렌이 가장 가깝게 일한 사람이 데 시카다. 로렌은 1954년 작은 ‘나폴리의 황금’으로부터 시작해 데 시카와 20년간 함께 일 했는데 마스트로이안니와의 14편도 모두 데 시카의 작품. 로렌은 “그는 직업면에서 나의 아버지로 내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라며 “우리는 모두 나폴리 출생으로 얼굴 표정과 제스처만 봐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치 둘이 한 사람과도 같은 일체감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렌은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펠리니의 작품에는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로렌은 “나는 늘 그의 지성과 스타일을 경탄했지만 때로 영화에서는 감독과 배우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얘기를 찾기가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로렌은 공연한 배우 중 가장 멋있었던 두 남자로 케리 그랜트와 마스트로이안니를 꼽았다. 로렌은 “마스트로이안니는 이웃집 소년 같았고 그랜트는 내 인생의 꿈과도 같은 남자였다”고 말했다.
로렌은 또 ‘나폴리에서 생긴 일’에서 공연한 클라크 게이블에 관해 “그는 촬영을 하다가도 하오 4시나 4시30분이 되면 자주 시계를 들여다봤다”면서 “5시 정각에 시계 알람이 울리면 촬영 중인데도 가차 없이 세트를 떠났다”고 회상했다.
이제 할머니가 된 로렌은 자신의 미의 비결에 대해 “삶에 대해 즐거운 것을 생각하고 내면의 평온을 찾는 것”이라며 “자식들이 커 손주들을 보게 되는 것은 신의 선물이며 바로 그것이 나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로렌은 아직도 반세기를 함께 살아오다가 지난해 1월 사망한 남편 폰티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로렌은 “나는 그를 15세 때 만나 반평생을 함께 보냈다”면서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난 늘 온 세상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고 폰티를 그리워했다.
한편 케이블 TV TCM은 이 달 내내 매주 수요일 로렌의 영화들을 방영한다. 윌리엄 홀든과 공연한 멜로드라마 ‘열쇠’(The Key·1958), 알렉 기네스가 공연한 ‘로마제국의 멸망사’(The Fall of the Roman Empire·1964), 앨란 래드와 공연한 멜로드라마 ‘돌고래 위의 소년’(Boy on a Dolphin·1957) 및 존 웨인이 나온 ‘잃어버린 나라의 전설’(Legend of the Lost·1957) 등이 방영된다. 방영 마지막 영화는 피터 오툴이 주연한 돈키호테 얘기인 ‘라만차의 사나이’(Man of La Mancha·1972-26일 하오 2시30분)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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